얼마 전 경찰로부터 소환장을 받은 문대골 목사 등 13명의 목회자들이 2일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고, 소환장의 부당성을 고발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 5가 소재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환장을 발부한 경찰서에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부당한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진우 목사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김정현 기자 |
경과보고로 시작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 목회자들은 공권력에 의한 종교자유 침해와 개신교인의 경찰 소환을 규탄하며 ‘집시법’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하물며 종교인이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소환장을 발부한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날 인사말을 전한 정상복 목사(NCCK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천주교계와 불교계가 명동성당과 조계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소환 당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고 말하며 “대한 민국은 집회 결사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돼 있는 나라다. 우리는 개신교인이 그것도 기독교회관 앞에서 집회를 한 것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 한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정진우 목사(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상임의장)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경찰의 소환장 발부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초헌법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천부적 권리인 종교적 자유로 현실문제에 대한 성서적 메시지를 전해 사회 갈등과 불의에 맞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왔던 개신교계의 활동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돼 소환됐다는 것 자체가 목회자들과 한국교회에 커다란 충격이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에는 참석자들이 혜화 경찰서까지 찬송을 부르고 행진했으며 경찰서에 도착하자 혜화경찰서장의 올바른 결단을 촉구하며 기도모임을 이어갔다. 기도회에서 말씀을 전한 방인성 목사는 “공권력이란 남용하기 쉽기에 행사할 때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경찰이 국민들을 대하는 모습은 국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고 했다.
기도회가 끝나자 ‘항의서한’ 전달과 ‘소환장’ 반납을 위해 경찰서장을 면담하려는 교계 관계자들과 경찰서장의 부재를 이유로 현관에서 ‘항의서한’을 받겠다는 경찰의 입장차이로 인해 한때 실랑이가 오갔다.
▲ 정상복 목사와 목회자들은 이날 경찰과 실랑이 끝에 혜화경찰서 정보과장과 면담한 뒤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김정현 기자 |
이어 경찰서장실을 방문해 서장의 부재를 확인한 교계 인사들은 혜화경찰서 정보과장과의 면담을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목회자들의 입장을 전했다. 정상복 목사는 “70년대부터 경찰서를 수 없이 출입했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고 말하며 현재 7명에게 발부된 소환 명령에 대해서 기독교는 절대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이미 발부된 소환장을 취소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그는 “이번 소환으로 기독교로서는 큰 충격에 빠져있다”고 목회자들의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혜화경찰서 정보 과장은 불법 집회로 규정하는 경찰의 기준이 있다고 말하며 “당시 집회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정치색이 짙은 발언을 해 불법 집회로 판단,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