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총회장 이건희 목사, 이하 기장)가 평등법안 철회 요구 성명에 교단 명의가 도용된 데에 유감을 표명하며 관련 기관에 엄중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장 총회 측은 지난 3일 총회장 이건희 목사 명의로 발표한 '한국교회교단장회의의 평등법(안) 철회 (요구) 성명에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동의한 바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지난 7월 28일 한국교회교단장회의는 '우리는 '평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반대하고 법률안의 철회를 요구합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연명된 23개 교단 가운데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가 포함되어 있어, 그 성명의 취지에 동의한 것으로 오인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그 성명을 채택한 7월 20일 한국교회교단장회의 정례모임에 본 교단을 대표하는 그 누구도 참석한 바 없거니와 이후 동의를 구하는 절차 또한 일체 없었다"고 했다.
또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야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명백히 본 교단의 의사와 상관없이 명의가 임의로 도용된 경우"라며 "어떤 경우든 예외 없지만 특히 논란이 되는 첨예한 사안에 대해 입장을 천명할 경우 더더욱 신중하게 구성원들에게 동의절차를 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절차 없이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실로 유감이다"라고 했다.
이어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지난해 7월 1일 교회와사회위원회 명의로 '모두의 평등한 삶을 위하여 차별은 금지되어야 합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제105회 총회와 이후 실행위원회 등을 통해 사후 보고절차에 관한 문제가 지적되었을 뿐 해당 입장에 대한 철회나 번복 결의가 이뤄진 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를 계기로 한국기독교장로회는 평등법 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관한 찬성과 반대 상호의견을 존중하는 가운데 건전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며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나 교회적으로 충분한 숙의와 더불어 진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교회와 시민사회에서도 이에 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해당 법안의 철회를 요구하며 그 논의조차 가로막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는 한국교회교단장회의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차 천명한다. 아울러 이미 명의가 도용되고 언론에 보도된 사태에 대해서 해당기관(정정과 사과 공표)과 언론사(정정 보도)에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