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좌·우 뛰어넘은 새로운 기독교 통일운동 꿈꾼다”

주도홍 기독교통일학회장 인터뷰

▲주도홍 교수 ⓒ김정현 기자

신학자이면서 통일운동가인 주도홍 기독교통일학회장(백석대 기독교학부 교수)가 기독교 통일운동의 통합을 외치고 나섰다. 그는 기독교 통일운동이 정치나 이념을 뛰어넘어 ‘제3의 길’을 가야 한다며 제3의 길이란 ‘복음의 길’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기독교통일학회가 지난 달 개최한 ‘대북 NGO 대회’도 보수적, 진보적 성향의 대북 NGO들을 하나로 아울러 하나의 큰 물줄기를 이루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왜 통일운동에 ‘복음’일까. 예수가 걸어갔던 길이 복음의 길이었기 때문이라고 주 교수는 말했다. 공산주의라고 안 받아주고 자본주의라고 받아주는 예수, 또는 그 반대의 예수가 아니라는 말이다. 때로는 기독교 진보, 보수 양쪽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하고 이번 NGO 대회를 통해서는 양쪽으로부터 갈채를 받기도 했던 주도홍 교수를 만나, 그가 지향하는 기독교 통일운동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통일 열망하는 지도자들, 좌우 뛰어넘어 ‘제3의 길’ 가야”

-현 정부의 대북 정책과 그것을 지지하는 일부 기독교 세력을 볼 때, ‘과연 그들이 통일을 원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해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통일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골치 아파진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통일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분위기 맞추는 것이다. (현 정부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태도가 과연 진실한가를 생각해보고, 양심에 따라 커밍아웃해야 한다. 그게 전체적인 통일담론에 더 생산적이다.”

-기독교 통일운동에 ‘제 3의 길’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무슨 뜻인가?

“강대상에서 설교하던 목사들도 통일 얘기만 나오면 좌파, 우파, 민주당, 한나라당으로 갈린다. 성경적으로 통일문제를 보지 않고 정치적, 이념적으로만 보려는 게 문제다. 기독교인인 우리에게는 제 3의 길이 있다. 바로 복음의 길이다. 만약 예수님이었다면 어떻게 풀어나갔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천국에 자본주의니 공산주의니 하는 것은 없다. 이념은 사람의 생각이고 복음은 하나님의 진리인데, 복음은 이념을 초월한다. 예수님은 이념으로 인해 상처받은 자들이 치유 받기를 원하신다. 그러므로 (북한을) 마냥 경계할 것이 아니라 아량과 포용의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북한 정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정말 독재정권이고, 이해할 수 없다. 자신들이 통치하는 백성에게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할 때, 안타까움이 든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이 어떻든 그 땅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더 주어야 한다”

-교수님께서는 ‘더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는데, 북측이 먼저 신의를 깨고 나오더라도 ‘더 주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야 하는가?

“경제논리가 아닌 통일논리로 접근하기 때문에, '더 주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는다. 이번에 북한에서 개성공단 직원들 임금은 300불로, 임대료는 5억불로 올려달라고 했다. 입주해 있는 기업들 생각할 때 이것은 말이 안 되는 요구다. 그러나 정부는 과거 분단 독일에서 서독이 동독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통일비용을 북한에 미리부터 들여야 한다.

만약 북한의 인프라가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통일이 된다고 가정해보자. 재앙에 가까운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보다 상당히 나은 환경에서 통일한 독일만 해도, 서부로 이주한 동부의 사람들은 본토인인 서부사람보다 상대적 저임금에 시달려야 했고, 거기서 나오는 차별감은 사회적 문제로 드러났다. 문화적으로는 자본주의 경쟁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채 차라리 옛 동독 사회주의를 향수 ‘오스탤지어’가 생겨나게 됐다. 통일비용을 들이는 것은 통일한국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북한의 인상 요구를 다 들어준다면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남북의 협의 하에 도로 등 인프라를 구축해준다든지 주택을 지어주어 그 대가를 계산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인도적 지원은 어디에 상한을 두어야 하나?

“북한 동포들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려 안타깝다. 수용소 사람들의 인권도 중요하고, 굶주린 2천 만 명의 동포들의 생존권도 소중하다. 우리는 북한 동포들의 아픔과 배고픔에 참여해야 한다. 그 방법은 다양해야 한다. 병원도 세우고 해야 한다.

분단 독일에서 서독은 신앙문제 등으로 감옥에 갇힌 자들을 위해 동독 정부에 어마어마한 돈을 지불하고 탈출시켰다. 만약 한국교회가 북한 수용소에 갇힌 사람 천 명을 천 억원을 들여 탈출시킨다고 해보자. 이 얼마나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인가. 기독교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각인될 것이다. 인도적 지원은 다각적,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독교 안에서 ‘이미 이뤄진 통일’ 체험해야”

-맡고 계신 ‘기독교통일학회’가 이번에 ‘제2회 기독교 대북 NGO 대회’(6월 26-27일)를 개최했다. 진보적 성향의 단체부터 보수적 성향의 단체까지 다양하게 참가했던데 실질적인 연합의 분위기가 있는가, 어떤가?

▲ 주도홍 교수 ⓒ김정현 기자

“극과 극이 만났다. 서로를 정죄하던 자들이 만났다. 그런데도 대화가 됐다. 사실 당사자들도 서로를 만난다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일단 만나고 보니 작은 부분에서나마 하나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이제 시작이고, 작은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독교인들이기에 성경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 기독교 대북 NGO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들이 한국교회를 통일문제에 대하여 깨울 것이다. 감사하게도, 통일을 정치적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한국교회가 통일문제가 기독교인들의 과제라는 것을 서서히 인식하기 시작했다. 분단 그 자체가 세계선교에 있어 큰 장애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한국교회가 세계 최고의 분열교회이지 않은가. 통일운동을 통해 한국교회를 하나되게 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통일의 미리 체험인가?

“그렇다. 아직 분단 상태에 있지만, 진정으로 남북이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북한 동포들을 위해 병원을 세워주고 약을 줄 수 있다면, 그들의 배고픔에 동참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미 통일을 맛보고 있는 것 아닌가? 이미와 아직 사이에 있는 통일을 미리 체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남북을 통합화하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한국교회에 치유의 시간 필요”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 중의 하나가 남남갈등이다. 이 갈등이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통일은 아직도 멀고, 요원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북한’하면 ‘빨갱이’부터 떠올린다. 동족이기 때문에 그들이 고난 받는 것을 보면 돕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저하게 되는 것은 ‘그들이 빨갱이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는 6.25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았다. 교회가 불타고 예수 믿는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다. 그 상처가 치유되어야 한다. 치유를 받아야 화해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가 상처 입었으나 부활하면서 진정한 치유자가 되었던 것처럼, 북한을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먼저는 북한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 받아야 한다. 십자가로 치유 받고, ‘저들을 용서하소서’라는 생각까지 나아가야 한다.

출애굽 역사에서 그랬듯 어쩌면 1세대로는 통일이 힘들 수 있다. 전쟁의 상처가 너무 깊이 박혀 있는 그들의 시대에 통일이 된다면 기독교는 오히려 ‘트러블 메이커’가 될 수 있다. 화평케 하는 자가 아니라 공산당 때려잡자고 나서게 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전쟁의 상처가 덜한 새로운 세대가 와야 통일이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


-향후 기독교 통일운동의 전망은?

“전망보다는, 이 문제에 한국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한국교회는 너무나 예배당에 갇혀 있는 듯 보인다. ‘세상의 빛과 소금’은 미사여구로만 끝나고 있다. 마치 중세교회처럼 이원론에 빠져 있다. 기독교가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서울에 존재하는 교회라면 서울을 변화시켜야 한다. 한국교회가 한반도 통일에 대해 분명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대통령이 ‘장로’ 대통령으로서의 자신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봐주었으면 한다. 이념에 치우친 한국교회의 모습을 답습하는 데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지나치게 교조적인 것은 좋지 않다. 성경적 가치관·세계관을 가진 장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기를 바란다.”
 


주도홍 교수 프로필



·총신대학교 졸업
·독일 국립 보훔대학교(Ruhr-Universitat Bochum)에서 '독일 경건주의' 연구로 신학석사(Mag. theol.) 학위와 신학박사(Dr. theol.) 학위 취득
·독일 도르트문트 제일교회 시무(10년 반)
·미국 시카고개혁교회(CRC 교단) 시무 (3년 반)
·현재,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역사신학 교수
·현재, 기독교통일학회장
·저서 <독일통일에 기여한 독일교회 이야기> <통일, 그 이후 ; 독일통일 15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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