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우리의 교회는 문턱이 높은 교회입니까?"

NCCK 여성위, 2021 교회여남평등주간 맞아 예배 설교문 등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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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NCCK 여성위)
▲2021 교회여남평등주간 예배문 표지

올해 교회여남평등주간을 맞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가 교회 남녀평등주간 예배문을 공유했다. 2021년 교회 여·남평등주간은 12월 5일(주일)-11일(토)이다. 교회 여·남평등주간을 실천하고자 하는 교회들은 아래의 예배문을 활용해 예배를 진행할 수 있다. 위원회 측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각 공동체에서 예배를 드린 영상을 취합해 실천교회 영상을 제작할 예정이다. 아래는 대한성공회 민숙희 사제(NCCK 부회장)가 작성한 2021 교회여남평등주간 예배 설교문.

<설교문>

여성들이 예상보다 일을 잘 해냈을 때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웬만한 남자보다 낫다."

이 말은 칭찬처럼 들리지만 '여자는 웬만해선 남자보다 나을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이처럼 여성이 남성에 비해 열등하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우리 문화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성이 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게 취급당하거나 성역할 고정화 사고로 어떤 일은 여성들만의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있습니다. 여성들의 노동력의 대가는 남성에 비해 낮고, 여남 모두가 똑같이 하는 업무라 하더라도 여성들이 하면 가치를 낮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은 여남의 관계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교회를 이끌어갈 청년들이라고 말하면서도 청년들의 의견을 철없는 어린애의 말처럼 가볍게 여기거나, 낮은 임금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보조적인 역할로 인식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반대로 나이가 많은 교인들, 특히 여성 교인들에게는 조용히 뒤에서 기도나 하라는 식으로 대하거나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논의에는 참여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야고보서의 말씀에서처럼 우리들은 우리 주님이신 영광의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으니 사람들을 차별해서 대우하면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한국 교회들은 스스로 '차별'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교회에 장애인이 드나들 수 있는 시설은 고민하지 않고, 여성과 청년은 보조적인 역할만 허용하며 성소수자는 죄인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습니다. 만약 이혼한 여성, 장애인, 다문화 가정, 이주 노동자가 교회에 없다면 그 교회는 사회적 약자에게 문턱이 높은, 차별하는 교회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교회들은 '안전한 교회'를 이야기하고자 하면 교회만큼 안전한 곳이 어디 있냐고 반문합니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방조하고, 가부장적 언어로 교회 안의 평등욕구를 방해하는 일에는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만약 연장자가 젊은이에게 명령조로 말한다거나, 친근감이라는 핑계로 성적인 농담을 하거나, 성직자 사이에서조차 위계에 의한 불평등함이 있다면 그 교회는 안전하지 못한 교회입니다.

세상은 다수자가 소수자를 차별하고, 권력자가 민중을 차별하고, 부자가 가난한 자를 차별합니다. 이런 모습은 예수 시대에 종교지도자들과 권력자들이 보인 모습과 똑같습니다. 교회는 주님의 삶을 따르는 공동체로서 주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소수자를 안아주고, 민중을 높여주고, 가난한 자를 먹여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교회의 모습은 진정 주님을 따르는 공동체가 맞는지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주님은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높은 사람들을 미워하고, 그들을 조심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회에서 아무도 가난한 사람에게 "거기 서 있든지 밑바닥에 앉든지 하시오." 하지 않습니다. 그뿐 아니라 주님께서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신대로 가난한 이웃을 위해 봉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참 선한 일이지만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가난한 이웃을 섬기는 일을 하면서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차별을 두고 사람을 대우한다면 그것은 죄를 짓는 것이고 계명을 어기는 사람입니다. 야고보서의 말씀에서처럼 '누구든지 계명을 다 지키다가도 한 조목을 어기면 계명 전체를 범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존재이든지 우리는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피조물입니다.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시어 십자가에 달리시기까지 우리에게 알게 하시려는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그 우주적인 사랑을 우리들이 한계 짓고 구분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께 속한 사람들로서 주님의 자비 안에서 상대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주님의 눈으로 바라볼 때 우리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무시해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죄인이라고 손가락질 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람보다 낮은 생명이라고 판단할 피조물도 없습니다. 예수 시대에 하나님의 백성을 차별하고 정죄했던 종교지도자들의 모습을 오늘날 우리들의 교회에서 봐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종교적으로 완전한 듯 보였지만 결국 하나님의 백성을 해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늘 누군가를 심판하고 정죄했지만 자신들의 죄는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품어야 하는 신앙은 가르고 판단하는 심판자로서의 인격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자비와 사랑으로 끊임없이 품는 주님의 인격을 따르는 것입니다. 바로 그런 신앙적 감수성을 키워나가는 우리들이 되기 바랍니다.

이지수 admin@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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