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감독이 포함된 감리교 목회자 492인이 얼마 전 특정 대선 후보의 무속·비선 정치를 우려하는 성명을 낸 가운데 이를 두고 "왜 대선 앞두고 한쪽만 성토하냐"며 "좌편향적 성명"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감리회 거룩성 회복을 위한 협의회(이하 감거협), 감리교회 바르게 세우기 연대(감바연), 웨슬리안성결운동본부 등은 9일 발표한 '감리회 목회자 492인의 좌편향적 성명서 반박문'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감거협·감바연 등은 반박문을 통해 "그들의 주장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감리회 명예를 실추시킨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며 "복음에 충실한 정상적인 멘털을 가진 목회자들 중 누가 주술에 동의하겠는가? (후보)둘 다 성경책을 들고 교회에 예배하러 갔지만 한 후보는 주술의 문제점, 다른 후보는 드러난 거짓 집사 사칭 의혹과 부인의 과잉의전 의혹이 세간에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대선을 한 달 앞둔 이때 한쪽만을 성토하는가"라고 했다.
또 "성명서 내용 대부분이 공정성과 형평성에서 빗나간 일탈된 집단행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이어 "예컨대 모 후보의 역술 관련 흠집을 신학적으로 비판하려면, 금년 1월 4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그들이 감싸고 도는 상대방 후보의 종교본부 발대식에서 역술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에 대해 더 날카로운 비판을 했어야 형평성에 모순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너희는 삼가 행하여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라는 신명기 5장 32~33절 말씀을 인용하면서 "이 같이 백성을 살리는 지도자, 교회를 살리는 목회자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아주면서 진정 그 시대를 책임져야 한다"며 "하지만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좌편향되어, 공정성과 형평성을 모두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굳이 흠집을 지적하려면 동일한 잣대인 하나님의 정의롭고 살아있는 말씀의 날을 세워, 양쪽 무속인과 역술인을 비판했어야 마땅하다"며 "공인으로서 목회자가 이런 균형감각을 잃어버릴 때 이것이 곧 변질이요, 목회자로서의 아이덴티티 상실이다. 그런 이들은 도리어 세상에서 지탄 대상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지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결국 이번 성명서에 참여한 자들이 극명하게 보여준 실상은 지극히 한쪽 정치권에 편승한 운동권 단체에 불과하다는 초라한 오명을 씻기 어렵게 되었다"며 "도리어 기독교인이 거부하는 주술을 공격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다,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런 그들의 주장은 결코 감리회를 대표할 수 없다"며 "그러므로 이제라도 하나님 앞에 두렵고 떨리는 겸비한 마음으로 자복하며 하나님께 돌아와,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복음에 생명을 건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함께 하나 되어 나가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앞서 감리회 소속 목회자 492인은 '주술에 국민과 국가의 내일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주술에 의지해 권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는 후보에게 국민과 국가의 운명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주술에 의지하는 후보에게 국민과 국가의 운명을 맡기는 것은 기독교 신앙에 반한다"고 했으며 "대통령 선거가 주술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을 침묵하는 한국교회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WCC 초혼제 수용 등 무속 신앙을 다종교 상황에서 인정해 온 NCCK를 위시한 진보 개신교계가 대선 정국에서 특정 후보의 종교적 배경을 둘러싸고 연일 문제 삼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형평성 문제와 함께 "이중잣대"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