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이 26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88세. 1934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한 고인은 한평생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 당대 대표적인 논객으로 활동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불리던 그는 1956년 평론 '우상의 파괴'를 통해 기성 문단을 향해 통렬한 비판을 가해 큰 주목을 받으며 문제적 인물로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는 한국 문화와 접목한 창의력 넘치는 연출로 전 세계의 호평을 받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을 주관하기도 했다.
이어령 교수는 지난 2007년 세례를 받고 기독교인이 된 이후로 영성에 관한 많은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시작으로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지성과 영성의 만남>, <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등을 펴냈다.
최근에는 김지수 기자와의 인터뷰 등을 담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과 삼성 故 이병철 회장이 만년에 가졌던 24가지 종교적 물음에 답하는 <메멘토 모리>가 출간되기도 했다.
이어령 장관은 노태우 정부 때 신설된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이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문학평론)으로 활동했다. 2021년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돼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빈소를 조문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방문해 "삼가 위로의 말씀 드린다. 우리 세대는 자라면서 선생님 책을 많이 보았고 감화도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의 큰 스승이신데 황망하게 가셔서 안타깝다"라며 유족을 위로했다. 故 이어령 전 장관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은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故 이어령 장관 장례는 '문화체육관광부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