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구 전 감신대 교수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초박빙 접전 끝에 최소표차로 신승한 윤석열 당선인과 관련해 대선 이후 "냉소나 무관심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교수는 먼저 "하루아침에 검사들이 합법적으로 세상을 장악했다. 비통한 마음 형용할 수 없다"며 "승리를 기다리다가 패배의 쓴잔을 받게 되었다.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밖의 결과를 만나니 마음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겸허히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문재인 정권의 실책, 기독교의 역할, 경상도/전라도 지역민의 정치의식의 차이,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 정의당의 역할, 그리고 시민교육의 실패, 검찰의 기회주의적인 정보 차단, 언론의 진실 흐리기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생각들이 밀려왔다"며 "부당함에 대한 원망도 잠시 일었으나 내려놓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이 우리의 대통령이 된다는 사실 앞에서 비통한 마음 감출 수 없다"며 "그들은 이 아침 기쁨의 축배를 들 것이지만, 우리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게 되었다. 5년 동안 긴 우회로를 다시 걷도록 강제되었다. 어리석어서 광야의 40년을 걷던 고대 이스라엘 사람 이야기가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전 교수는 "그러나 주권자로서의 삶은 여전하니 변함없이 민주시민의 한 사람으로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며 "권력은 내어 주게 되었지만 삶은 여전히 우리의 것이고 우리가 대한민국의 주인이니 연대를 나누면서 우리 각자의 삶과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잘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또 "그동안 선한 뜻과 생각을 나누어주신 모든 분 덕분에 0.8% 뒤졌다"며 "비록 졌지만 함부로 권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도 제대로 한 셈이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하지만 냉소나 무관심에 빠지지 않도록 다시 마음을 잘 추스르려고 한다"며 "헨리 지루(Henry A. Giroux)는 "사회적 품위를 지켜주는 규범이 약화하면 두려움을 부추기는 이들이 잔인함의 문화(culture of cruelty)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민주적 가치, 자비심, 그리고 정의가 자리를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비통함은 치유의 길을 찾는 능력이기도 하다. 민주적 가치가 회복되고, 사람마다 증오와 미움이 아니라 자비심을 품고, 정의를 사랑하게 될 때 그 비통함은 놀랍게 눈녹듯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라며 "긴 호흡을 하고, 다시 일어서서 세상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잘 지키고 세상이 더 좋아지도록 함께 일해야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