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청년주일설교] 우리의 앞날을 위하여

한문덕 목사(생명사랑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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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생명사랑교회 홈페이지(https://www.agapao-zoe.com))
▲생명사람교회 한문덕 담임목사

성경본문

미가서 3장 5-12절, 시편 66편 10-15절, 누가복음서 3장 7-14절

[청년주일과 20대 대선 결과]

오늘은 청년들의 신앙과 열정을 높이기 위해 우리교단 총회가 제정한 청년주일입니다. 청년주일은 1953년 제38차 교단 호헌총회에서 결의되었기 때문에 우리 교단의 역사와 함께 해 왔고, 올해로 벌써 69회를 맞고 있습니다. 청년주일은 특별히 청년들을 교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세워주고, 청년들의 신앙으로 교회와 이 사회에 대한 하나님의 사명을 고백하는 날이며, 우리 교단의 모든 성도들이 애정을 가지고 청년 선교에 관심을 갖는 날입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비록 온라인 예배로 드리지만 오늘 예배 주관은 청년들이 하고, 청년들이 만든 영상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서 앞으로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어 가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선거 결과가 나온 목요일 아침 저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문자와 카톡 메시지, 전화를 받았습니다. "목사님 너무 너무 속상해요." "목사님 잘 지내시나요? 대선 결과 때문에 너무 우울해서요."

선거는 언제나 당선과 낙선이 있기 때문에 지지자들 사이에서 환호와 좌절이 교차하기 마련입니다. 제게 문자를 보내신 분들은 대게 이번 선거결과를 보고 실망하고 낙담하신 분들이었습니다. 이분들은 위로를 받고 싶었고, 대선에 대한 저의 생각을 듣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설교는 우리 청년들의 앞날을 생각하면서 이번 대통령 선거를 보면서 느꼈던 것을 가지고 함께 하나님의 뜻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20대 대선을 보며]

오늘 설교에서 제가 정치 평론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들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선거를 보면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기며,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도록 부름 받은 사람으로서 이번 선거에서 무엇을 성찰해야 할지 함께 나누려는 것입니다.

지난주 수요일 설교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개신교인이 투표를 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각 개인의 종교적 신념입니다. 저 또한 제 신앙 양심에 따라, 제가 생각하는 그리스도교적 가치에 기준을 두고 선거에 임합니다. 생명, 평화, 정의, 자유, 평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후보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이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지 생각합니다. 전쟁의 위협을 끝내며,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빈부격차를 줄이며 엄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외교적 균형감각을 가지고 평화와 번영을 이룰지 생각합니다. 후보의 지향점이 올바른지, 어떤 정책과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지, 그것들을 해낼 능력이 있는지 점검합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기득권을 지닌 권력자들과 가진 자들의 편에 선 사람보다는 국민 대다수를 이루는 서민들과 더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려는 후보, 신앙의 용어로 하자면 하나님 나라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후보에게 표를 던져왔습니다.

이런 저의 기준에서 볼 때,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것에 저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민의 힘과 윤석열 후보는 대체로 가진 자들, 힘 있는 사람들 편에 서서 정책과 공약을 내놓았고, 정치 경험이 매우 적은 윤 후보자가 갈수록 더 복잡해지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기에는 미숙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선거 기간 동안 유세와 토론에서 윤 후보자는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 주고, 재벌들 편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최저 임금제를 폐지하려 하고, 전쟁의 위협을 가중시킬 수도 있는 사드의 수도권 배치를 주장하고, 공무원인 검찰이 선출 권력의 견제와 감시를 벗어나 절대 권력을 가지게 하려고 하고, 여성가족부를 폐기하여 남녀를 갈라치고, 우리 역사의 아픈 상처이자 극복해야 하는 색깔 논쟁을 지속적으로 부추겼습니다. 화합과 통합, 공존과 상생의 가치보다는 증오와 갈등, 편 가르기의 정서에 기대어 선거 운동을 하였습니다. 이런 것들이 제게는 매우 불편하고 힘들었습니다.

원전에 찬성하면서도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된 전문지식은 갖추지 못했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면서도 데이터와 플랫폼 기반의 경제 차이에 대해서도 잘 몰라서 다른 후보가 토론 중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기도 했습니다.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강남순 교수의 평가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은 "타자에 대한 존중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는 인성, 국내정세는 물론 국제 정세에 대한 믿을 수조차 없는 무지함, 자기 학습조차 하지 않은 정치적 무책임성, 또한 지금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래 사회/세계에 대한 분석과 비전의 부재, 소위 '선진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정치적 주제가 되는 갖가지 차별과 혐오 문제에 대한 인지는 커녕, 그 차별과 혐오를 정치적 프로파겐다로 이용하는 사람"(https://www.facebook.com/kangnamsoon/posts/594

5337102161945)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불안과 위기의 상황에서 무속과 점과 같은 주술에 의존했다고 하니, 앞으로 우리 사회의 5년이 어떻게 될지 다소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윤석열 후보의 공약을 안내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세부적으로는 좋은 공약도 물론 많이 있습니다. 이 좋은 공약들이 실천된다면 분명 우리 사회는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제가 언급한 우려들 때문에 어두운 시절로 퇴행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선거의 결과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정리된 글 하나가 있어서 좀 길지만 소개하려고 합니다. 전 한겨레 신문 기자였던 허재현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입니다.

내 옛날 생각이 났다. 나는 20대 내내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싸우면서 보냈다. 민주당이 집권했는데 도무지 우리 사회가 뭐가 달라졌는지 체감을 못하겠더라. 취업은 갈수록 힘들고, 빈부격차는 계속 늘어나고, 이라크 전쟁 같은 옳지 않은 곳에 파병해서 김선일씨 죽게 하고, 효순이 미선이 사건에다가, 한미 FTA 체결해서 경제 주권 내동댕이치고. 정치인 비판 '짤'좀 만들었다고 대학생들을 잡아가질 않나.

노동자 탄압은 또 얼마나 심했는지. 이마트 계산원 노동자들 무자비하게 때려잡는 거 보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기겁을 했다. 배달호 열사 사건도 그렇고. 새만금 갯벌 파헤쳐서 환경파괴는 또 오지게 하고. 탄핵 당한 게 부당한 거 같아, 촛불 들어서 그렇게 구해주었더니. 나중에는 한나라당이랑 연정 제안을 하질 않나. 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이를 갈면서 대학 시절 내내 보냈던 거 같다. 취업이 코앞이라 스펙 좀 쌓아야 하는데. 어학연수도 다녀와야 하는데. 자꾸 거리에 나가서 싸워야 할 일이 많아서 짜증났다.

그래서 내게 민주당과 한나라당(국민의힘)은 그냥 똑같은 정당이었다. 한나라당은 혐오스러웠지만, 민주당도 만만치 않게 싫었다. 그러던 와중에 어찌저찌 한겨레 기자가 되었다. 나는 민주당에 냉소적인 한겨레 신입기자였다. 2008년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바뀌었다. 그냥 덤덤했다. 무슨 큰 변화가 있겠나. 어차피 서민들의 삶은 계속 지옥일테니... 이런 생각이었다. 민주당이 일을 못하니 당연히 정권 뺏기는 거지. 차라리 다른 정치적 대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지금의 20대가 딱 이런 생각일 거다. 내가 그랬다.

그런데, 내 예상과 달리 충격적인 수준의 변화가 시작됐다. 철거민들이 시위 좀 했다고 불에 타죽게 하질 않나(용산참사), 파업 좀 했다고 경찰 특공대가 투입되어 노동자들을 두들겨 패질 않나(쌍용차),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 좀 했다고 경찰들이 시민들을 피 흘리도록 패질 않나(미국산 쇠고 수입 반대시위), 인터넷에서 정부 경제 정책 비판했다고 사람을 가두지 않나(미네르바 사건), 노사모 가입했다고 사람을 사찰하지 않나(민간인 사찰 사건), 마음에 안 든다고 기자들을 내쫓질 않나(MBC, YTN 등등 탄압), 간첩을 조작하고(유우성 원정화 사건), 국정원이 여론 조작질하고, 진보정당을 해산시키고, 역사 교과서 뜯어고치고, 경찰 물대포로 사람이 죽어 나가는 데 대통령이 사과도 안 하고(농민 백남기 사건)

와... 정말 하루가 다르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걸 보면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결코 같은 선에 놓고 비판해선 안된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쇼크'를 받았다. 민주당도 기본적으로 친기업 정당이고 부패한 인간들 투성이지만, 최소한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시키진 않는데, 새누리당은 그냥 아예 무법천지 부류들이었다. 30대 내내 우리나라를 지켜보는데 한숨만 나왔다.

(https://www.facebook.com/jay.heo.31/posts/5600817839935425)

제가 허재현 씨의 글 전부에 대해서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선거는 우리의 삶에 실제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사회 전체의 올바른 방향을 생각하면서 선거에 임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싶습니다. 저 또한 허재현 씨가 무법천지라고 느꼈던 그 세상 한복판, 그 투쟁의 현장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윤석열 국민의 힘 정부가 무지막지한 과거로 대책 없이 퇴행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 시민들의 역량을 최대한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패배한 쪽도 졌다고만 볼 수 없고, 승리한 쪽도 꼭 이겼다고만 볼 수 없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역대 민주당의 어느 후보보다 가장 많은 득표를 했습니다(16,147,738표). 당선자와 낙선자 사이의 표차는 24만 7천 77표 밖에 되지 않습니다. 여소야대의 상황은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시민을 배반하는 정권은 곧바로 역풍을 맞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저는 부동산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여전한 욕망도 확인하였고, 해방 후 기득권을 움켜쥔 사람들의 공고함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돈과 힘을 가진 자는 결코 호락호락하게 자신의 것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언론의 왜곡되고 편향적인 보도 행태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심각한 문제입니다. 여론조사도 매우 부정확했습니다. 다수의 국민들이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근거로, 권력을 잡은 자들의 위선이 역겨워서, 자신의 계급과 사회적 위치를 반영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고질병처럼 남아 있는 레드 콤플렉스로 인해, 때때로 왜곡되고 편향된 언론과 온갖 유튜브에서 쏟아져 나오는 언어들에 현혹되어 지금의 대선 결과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또 일부는 정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선거에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다들 어떤 형편에서 어떤 생각으로 한 표를 던졌는지 잘 알 수는 없겠지만, 실로 중요한 것은 거시적 관점에서 올바른 역사의식을 지닌 시민들이 많아야 우리 사회가 진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듯이, 깨어 있는 시민들이 존재하면 더디더라도 우리의 삶이 나아지고 역사는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많이 실망하신 분들을 위로하기 위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1>에 나오는 이야기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카잔차키스는 어릴 때 8월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8월은 포도와 무화과, 참외와 수박을 가져다 주었고,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포도를 따고, 밟고 포도주를 짜내는 과정이 어린 카잔차키스에게 즐겁고 신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포도가 술이 되고, 멀쩡했던 어른들이 취하는 모습도 신기했고, 건포도를 만들기 위해 집집마다 헝겊을 깔고 포도를 햇볕에 말리는 모습도 어린 카잔차키스에게는 인상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8월 15일, 성모 마리아의 축일에 저 멀리 지평선에 소리 없이 시커먼 구름이 일어나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포도를 말리던 마을 사람들은 전부 그 구름에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어느 이웃 사람이 구름을 손으로 가리키며 한 마디 합니다. "제기랄! 틀림없이 한바탕 퍼붓겠구나!" 그러자 신앙심이 깊은 노인 한 분이 답합니다. "그렇게는 안 되지, 성모님이 가만히 구경만 하지는 않을 테니까, 오늘은 성모님의 축일이라고" 그러나 이 노인의 믿음과는 다르게 어느 새 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였고, 큼직하고 미지근한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1년 내내 먹으려고 널어놓은 포도 위로 사정없이 쏟아 부었습니다. 하수도가 넘쳐서 길바닥은 물이 강처럼 흐르고 포도밭마다 탄식의 소리가 들립니다. 통곡의 울음바다 속에서 카잔차키스의 건조장에 있던 포도도 전부 물에 휩쓸려가고 맙니다. 이것을 본 카잔차키스가 아버지에게로 달려갑니다. 다음은 카잔차키스의 문장을 직접 읽어드리겠습니다.

"아버지." 내가 소리쳤다. "포도가 다 없어졌어요!" "시끄럽다!" 아버지가 대답했다. "우리들은 없어지지 않았어."

나는 그 순간을 절대로 잊지 못한다. 나는 그 순간이 내가 인간으로서 위기를 맞을 때마다 위대한 교훈 노릇을 했다고 믿는다. 나는 욕이나 애원도 하지 않고 울지도 않으면서, 문간에 꼼짝 않고 침착하게 서 있던 아버지의 모습을 항상 기억했다. 꼼짝 않고 서서 재난을 지켜보며, 모든 사람들 가운데 아버지 혼자만이 인간의 위엄을 그대로 지켰다.(니코스 카잔차키스, <영혼의 자서전 1>, 열린책들, p.108)

우리가 살아서 깨어 있는 한 우리 사회는 결국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욕이나 애원도 하지 않고, 울지도 않으면서 침착하게 사태를 살피고 성찰하면서 새 길을 모색하는 여러분과 제가 있을 때, 그렇게 인간의 위엄을 지킬 수 있을 때 역사는 한걸음 나아갑니다. 때로 역사의 수레바퀴가 밤낮 제자리를 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런 모든 과정을 거쳐서 더욱 더 고귀한 자리로 올라갑니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더 열심히 참여할 때 민주주의는 성숙해집니다. 그렇게 우리나라도 발전해 왔습니다.

오늘 시편 기자가 고백하고 있듯이,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지금 우리를 연단하시고 계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그물에 걸리게 하신 것도, 우리의 등에 무거운 짐을 지우신 것도, 사람들을 시켜서 우리를 괴롭힌 것도, 우리가 물 속과 불 속에서 고난을 당한 것도 어쩌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를 준비시키시는 것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앞날을 위하여]

예언자라는 자들이 백성을 속이면서 입에 먹을 것을 물려 주면 평화를 외치고, 먹을 것을 주지 아니하면 전쟁이 다가온다고 협박한다 해도, 지도자들이 뇌물을 받고서야 다스리고, 정의를 미워하면서 올바른 것들을 그르치게 할 때에도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미가 예언자의 말씀처럼 주님의 영과 능력으로 우리의 마음을 채우고, 정의감으로 우리 사회의 죄를 꾸짖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예언자의 입에 하나님의 말씀이 가득한 시절에도 거짓 예언을 하고, 거짓 위로와 거짓 평안을 외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거짓으로 속이면서도 하나님께서 자신들과 함께 하신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짓은 절대로 참을 이길 수는 없는 법입니다.

세례 요한은 자신에게 세례를 받으러 오는 이들에게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말하면서 닥쳐올 진노를 피할 생각 말고 오히려 회개에 알맞은 열매를 맺으라고 외쳤습니다. 지금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금의 절망스런 상황을 너무나 쉽게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성급한 낙관이나 가벼운 위로로 손쉽게 처리해서도 안 됩니다. 동시에 비관적인 감정에 빠져 일상을 망쳐서도 안 됩니다. 막막한 상황이 펼쳐진다 해도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한 걸음 내딛는 사람을 통해서 역사는 진보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두고 비판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더 깊이 성찰하고 분석하면서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1953년에서 1971년까지 하버드대학교 총장을 지냈던 네이선 퓨지(Nathan Marsh Pusey)는 우리들의 젊음과 청춘을 이끌어가는 다섯 가지 요소를 말한 적이 있습니다. 첫째, 흔들 수 있는 깃발, 둘째, 변하지 않는 신념, 셋째, 따를 수 있는 지도자, 넷째, 평생을 함께 할 친구, 다섯째,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입니다.

정권이 몇 번씩 오락가락하면서 바뀐다 하여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흔들 수 있는 영원한 깃발인 하나님 나라의 비전이 있고, 주님의 약속에 대한 변치 않는 신념이 있으며, 사랑으로 자신을 내어주시는 우리의 지도자 예수 그리스도가 계십니다. 한마음 한뜻이 되어 함께 삶을 나누는 신앙의 동지들이 있고, 우리 모두는 이렇게 매주 모여서 함께 승리와 다짐의 노래를 부릅니다.

세례 요한은 세례를 받으러 온 무리들에게 남들보다 많이 가진 것들을 나누라고 명령합니다. 세리들에게는 정해 준 것보다 더 받지 말라고 말합니다. 군인들에게는 협박하거나 억지로 빼앗지 말고 속이지 말고 봉급으로 만족하라고 말합니다. 오늘 우리도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먼저 해야 합니다. 자본과 권력에 휘둘리지 말고 길이신 예수를 온전히 따라가야 합니다.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진 것이 있다면 나눠야 합니다. 재능도 나누고 물질도 나누고 시간도 나누어야 합니다. 윗자리에 있다고 해서 교만하거나 남을 지배하려 들면 안 됩니다. 주어진 삶에 만족하면서 정직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 생명사랑교회는 어떤 상황에서도 소금과 빛의 길을 갈 것입니다. 우리 생명사랑교회에는 어린이 청소년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들이 있고, 청년들의 활기찬 역동성이 있습니다. 우리 생명사랑교회에는 어른들의 지혜가 있고, 듬직한 중년들의 헌신과 봉사가 있습니다. 어려운 시절에는 함께 손을 잡고 흔들리지 맙시다. 불의한 세상에서는 예언의 목소리를 냅시다. 우리도 때때로 세상 풍파에 흔들릴 수는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더욱 더 견고한 믿음을 지닙시다. 역사의 주인으로 우리를 이끄시는 주님만 믿고 나갈 때 우리는 분명히 약속의 땅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다함께 기도하겠습니다.

* 설교 후 기도

거룩하신 하나님! 사순절기 한 가운데서 우리 주님의 고난을 생각하며, 광야에서 40년을 헤맸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우리들의 믿음을 점검합니다. 사랑 있는 고생이 의미가 있듯이, 뜻 깊은 고난은 우리를 연단합니다. 절망 속에서 주저앉거나, 근거 없는 자기 위로로 도망치지 않게 하시고, 자신의 일상에서 주님 주신 사명을 기억하며 한 걸음 내딛게 하여 주소서. 모든 것을 협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가능성 속에서 폭풍의 현장으로 나서게 하여 주소서. 불안이 자유의 원천이며, 십자가의 패배가 부활의 승리를 가져온다는 것을 신뢰하게 하소서.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언제나 우리 생명사랑 신앙공동체가 빛 가운데 행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감사기도

하나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외양간에 소가 없고, 무화과 나무에 열매가 없어도 오직 주님을 인하여 감사드립니다. 코로나 판데믹 속에서도 우리를 지켜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삶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사랑을 위하여 늘 기도하길 원합니다. 코로나 19의 마지막 고비를 넘어가며 지혜로운 방식으로 서로를 돌보게 하시고, 삶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일들을 함께 나누게 하여 주소서. 동시에 내면을 풍성하게 하는 일에도 힘쓰게 하여 주소서. 어둠 속에 감춰진 빛을 바라보는 우리들에게 주님의 은총을 부어 주시고, 우리의 사랑이 더욱 힘 있고 아름답게 피어나게 하소서. 오늘 우리는 우리의 전 삶과 모든 것이 주님께로부터 온 것을 기억하며 주님께 예물을 드립니다. 이 예물이 하나님 나라 사역에 올바로 쓰이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 파송사

사랑하는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전국의 성도 여러분! 어깨를 쭉 펴고 똑바로 서십시오. 세상으로 당당하게 그리고 힘차게 걸어 나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여러분들이 자유를 찾아 떠나려거든, 욕망과 여러분의 지체가 여러분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 못하도록 당신들의 감각과 영혼을 훈련하는 일을 배우십시오. 여러분들의 영혼과 신체를 정결히 지키고, 주님께서 여러분들에게 맡기신 목표를 찾아, 여러분 자신을 복종시키고 순종하십시오. 십자가 없이는 부활이 없고, 고난의 연단 없이 자유의 비밀을 맛 본 자는 없기 때문입니다.

* 축도

이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성령님의 거룩한 친교가 어떤 고난 속에서도 주님 안에서 자유를 누리며 기쁨을 만들어가는 생명사랑 교우들과, 이 시간 함께 예배하고 생명사랑교회와 함께 좁은 길 걸어가는 전국의 모든 믿음의 형제자매들과 아픈 세상에서 구원을 갈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지금부터 영원토록 함께 있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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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