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그날의 성서조선 1] "아, 전멸은 면했나 보다"

김교신은 왜 개구리를 애도했을까

1942년 3월. 한 잡지의 마지막 호에 아주 이상한 글이 실렸다. 제목은 「조와(弔蛙)」였다. 한자로 쓰면 '개구리를 애도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글 때문에 잡지는 폐간됐고, 글을 쓴 사람과 동료들은 체포됐다.

잡지의 이름은 『성서조선』. 그리고 글을 쓴 사람은 김교신이었다. 오늘 첫 번째 「그날의 성서조선」에서 우리가 읽어볼 이야기는 이 『성서조선』의 폐간을 불러온 문제적 글, 바로 김교신의 「조와(弔蛙)」다.

1942년, 조선의 한 작은 잡지

『성서조선』은 1927년 김교신, 함석헌, 송두용, 정상훈, 양인성, 유석동 등이 함께 창간한 기독교 동인지였다. 이들은 일본의 기독교 사상가 우치무라 간조의 영향을 받았고, 성서를 중심으로 신앙을 탐구했다.

1930년부터는 김교신이 발행을 주도했고, 1942년 3월 제158호까지 이어졌다. 발행 부수는 300부를 넘지 못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아주 작은 잡지였던 것.

그런데 그 작은 잡지는 당시 조선 사회에서 결코 작지 않은 의미를 지녔다. 『성서조선』은 단순히 성경 지식을 전달하는 잡지가 아니었다. 성서를 통해 조선이라는 현실을 바라보고, 그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잡지였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성서조선』의 지속적인 발행 자체가 일제의 사상·언론 통제 속에서 하나의 저항이었다고 평가한다. 1927년 창간 이후 1942년 강제 폐간까지 158호를 이어갔다는 사실 자체도 당시 출판 환경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마지막 호에 실린 짧은 글 하나가 문제가 되었다. 바로 「조와」였다.

김교신이 바라본 작은 연못

김교신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어느 날, 연못을 바라본다. 겨울 동안 얼어붙었던 연못. 그 안에는 개구리들이 있었다. 오랫동안 얼음 때문에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봄비가 내리고 얼음이 녹기 시작한다.

그리고 김교신은 연못 안에서 죽은 개구리들을 발견한다. 그는 죽은 개구리들을 모아 묻어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연못 밑에 아직 살아 움직이는 개구리가 몇 마리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김교신은 글의 마지막에서 이렇게 썼다. "아, 전멸은 면했나 보다."

짧은 문장이었다. 그런데 이 문장이 『성서조선』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다. 당시 이 글은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살아남은 개구리를 조선 민족의 상황에 빗댄 것으로 해석되었고, 결국 일제의 탄압과 잡지 폐간으로 이어졌다.

왜 하필 개구리였을까?

여기서 우리는 김교신이 왜 하필 개구리를 소재로 글을 썼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거창한 정치적 선언으로 자신의 뜻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혹독한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힘없이 죽어간 연약한 개구리를 애도하는 글을 통해, 당시 조선의 현실과 그가 품었던 마음을 조용히 드러냈다.

그가 개구리를 택한 이유는 어쩌면 생명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김교신이 처음에 본 것은 죽은 개구리였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 생명들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살아 있는 개구리도 보았다. 많이 살아 있지는 않았다. 몇 마리뿐이었다. 그런데 김교신은 그 몇 마리를 보며 말했다. "전멸은 면했나 보다."

얼어붙어 목숨을 잃은 수많은 개구리들 사이에서, 연못 바닥 어딘가에 몸을 웅크린 채 힘차게 뒷다리를 내뻗으며 생명을 이어가는 몇 안 되는 개구리들을 본 김교신은 그곳에서 희망을 발견했던 것 같다. 희망은 양과 숫자에 비례해서 생기지 않는다

아직 살아 있는 생명이 있다면, 아직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 믿음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아직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말대로 전멸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성서조선』은 정말 사라졌다. 「조와」가 실린 1942년 3월호 제158호를 끝으로 잡지는 강제 폐간됐다. 김교신과 함석헌, 유달영 등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고, 이미 발행된 『성서조선』마저 압수되어 소각되는 운명을 맞았다. 그렇게 『성서조선』은 한 시대의 어둠 속에서 문을 닫았다.

그렇게 보면 「조와」의 마지막 문장은 더욱 묘한 여운을 남긴다. "아, 전멸은 면했나 보다." 실제로 잡지는 전멸했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사람은 전멸하지 않았다. 그 질문도 전멸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던졌던 질문은 해방 이후에도 여러 형태로 되살아나며 생명력을 이어갔다.

어쩌면 이것이 「조와」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역설적인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한 시대는 끝났지만, 그 시대가 던진 질문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성서조선』의 문제의식은 이후 함석헌의 『씨알의 소리』를 비롯해 여러 신앙·사상 잡지와 운동에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84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1942년에 쓰인 이 글이 던졌던 질문은 84년이 지난 오늘, 우리의 현실에도 여전히 유효한가. 조국의 현실과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그 질문은 전멸하지 않았는가. 아직도 우리 안에서 생명력을 갖고 있는가. 「그날의 성서조선」을 시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오래된 글을 박물관에서 꺼내보려는 의도가 아니다. 그들이 던졌던 질문을 오늘의 현장에 가져오려는 시도다. 그래서 오늘의 삶의 자리에서 다시 묻는다. 오늘 우리 사회의 '혹한'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현실일 수도 있다. 청년들이 미래를 포기하는 현실일 수도 있다. 노동의 현장에서 한 사람의 가치가 숫자와 성과로만 평가되는 현실일 수도 있다. 교회 안에서 신앙보다 성공과 성취가 더 중요한 가치가 되어버린 현실, 어쩌면 세속의 논리가 교회 안까지 깊숙이 스며든 현실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깊은 곳에는, 신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겨울은 무엇인가?

오늘의 교회는 살아 있는 개구리를 보고 있는가? 「조와」를 오늘 교회에 가져온다면 이 질문을 던지고 싶다. 우리는 죽어가는 것만 보고 있지는 않은가? 누군가는 교회가 어렵다고 말한다. 또 청년이 떠난다고 말하고 한국교회가 위기라고 말한다. 교세가 감소하고 교인들이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런 이야기가 틀렸다는 게 아니다.

그런데 김교신은 죽은 개구리를 본 뒤에 거기서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다. 연못 밑에 기어 다니는 몇 마리를 발견했고 이렇게 말했다. "전멸은 면했나 보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어쩌면 이것인지 모른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남았는지를 계산하기 전에, 아직 살아 있는 생명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

성서는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는가?

『성서조선』이라는 이름을 다시 생각해 본다. 왜 하필 '성서'와 '조선'이었을까? 성서는 현실과 떨어져 있는 책이 아니었다. 조선 역시 성서와 무관한 공간이 아니었다. 김교신에게 성서를 읽는다는 것은 조선의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성서를 읽었기 때문에 자신의 시대를 직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성서조선」은 오늘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남긴다. 성서를 읽고도 우리가 사는 시대가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성서를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반대로, 시대의 문제를 말하면서도 단 한 사람일지언정 그 영혼과 생명을 보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호소하고 있는 것일까?

1942년의 김교신은 죽은 개구리들을 묻었다. 그리고 살아 있는 개구리 몇 마리를 발견했다. 그는 그것을 보며 희망을 말했다. 거창한 승리를 말하지 않았고 대단한 숫자를 말하지도 않았다.. 그저, "전멸은 면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무너진 것처럼 보일 때, 교회가 실패한 것처럼 보일 때, 사람에 대한 믿음마저 점차 희미해져 갈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거대한 숫자와 양적인 성공, 눈에 보이는 부흥의 증거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직 살아 있는 한 사람. 아직 포기하지 않은 한 사람. 아직 정직하게 질문하는 한 사람. 아직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한 사람. 아직 성서를 붙들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한 사람. 그 한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 전멸은 면했나 보다."

그날의 성서조선이란

『성서조선』은 1942년에 멈췄다. 하지만 질문은 멈추지 않았다. 성서는 오늘의 현실에서 무엇을 말하는가? 신앙인은 시대의 고통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죽어가는 것들만 보고 있는가, 아직 살아 있는 생명을 발견하고 있는가? 「그날의 성서조선」은 이제 이 질문을 가지고 오늘의 현장으로 가보려 한다. 과거의 글을 읽고, 그 시대의 사람을 만나고, 오늘의 현장을 바라보고, 다시 성서 앞에 서보려고 한다. 그날의 질문이 오늘도 살아 있다면 그날의 성서조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편집자주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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