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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제20대 대선, 개신교 교회에 어떤 교훈 남겼나?

진영 따라 갈렸던 정치적 입장, 핵심은 ‘상황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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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제20대 대선이 끝난 지 2주 가까이 지났지만 후유증은 여전하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주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꾸렸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현 문재인 정부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양상이다.

일반 시민 수준으로 눈을 돌려보자. 더불어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했던 이들 상당수는 패배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 당선인을 지지한 쪽은 행복에 겨워하고 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특히 인수위가 용산 국방부를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로 확정하자 국민들 상당수는 배반감을 숨기지 않는 모양새다.

그리스도교, 아니 종교 전반의 시각으로 볼 때 이번 대통령 선거는 무척 기이한 양상이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 내내 무속 탐닉 의혹에 시달렸고, 급기야 신천지와의 유착 의혹까지 불거져 나왔다. 이에 대해 개신교계는 진영에 따라 굉장한 온도차를 보였다. 진보 개신교계는 윤 당시 후보의 무속 탐닉 의혹에 경계의 시선을 보냈다. 반면 보수 개신교계에선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정치지향에 따라 입장을 바꾼 사례도 있었다. 보수 지향의 샬롬나비는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선 "윤석열은 기독교인과 합리적 지식인의 지지를 받고자 한다면 무속 성향과 결별해야 한다"고 직격하더니, 3.1절에 맞춰 낸 논평에선 "3.1절의 자유와 독립 정신 구현은 정권교체"라면서 윤 후보(당시)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당시)와의 단일화를 압박했다.

이 같은 입장은 얼핏 양면적일 수 있지만, 이 나라 개신교 교회의 지향점이 정치에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논란의 소지가 없었던 건 아니다. 개혁 성향이 강한 목회자들은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특정 후보, 즉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2007년 대선 당시 보수 개신교 교회가 장로 대통령 운운하며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한 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양상이라고 해도 지나차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 교회가 침묵한 건 아니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한 목회자는 "대선 기간 동안 보수 교회 목회자 대다수가 민주당 이 후보를 비방하는 설교를 했다"고 전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실로 혼란스럽다. 교회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다. 그러나 지금 대선판에서 벌어진 개신교 교회의 행태는 교회를 지배하는 주인이 예수가 아닌 현실 정치라고 봐도 좋을 지경이다.

같은 듯 달랐던 2007년 대선과 2022년 대선

그러나 상황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적어도 소셜미디어 상에 올라온 게시글들을 볼 때, 개혁 성향의 목회자들이 극단적 일탈사례를 제외한다면 이 후보가 호감이 가서 지지했다기 보다 윤 후보의 비호감도 때문에 현실적 대안으로 이 후보를 밀었다(?)고 보는 게 사실에 가깝다. 또한 결과론적이긴 하나, 모든 정파가 합심해 ‘정치검사' 윤석열의 당선은 막았어야 했다.

여기서 분명 짚고 넘어가자. 보수 진보 진영노선을 떠나 목회자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공개 지지하면 안되는가? 답은 ‘아니오'다.

목회자도 참정권을 가진 시민의 일원이다. 따라서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할 자유가 있다. 다만, 여기에 종교적 아우라를 덧입히면 안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2007년 보수 교회와 2022년 진보 개혁 성향 목회자들의 행태는 차이를 보인다.

2007년 보수 교회는 이명박 후보 지지가 마치 신의 계시라도 되는 듯 선전했다. 반면, 2022년 진보 개혁 성향 목회자들의 선거 캠페인은 철저하게 현실론에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적어도 진보 성향 목회자가 특정 후보를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없애 버릴 것이란 식의 묵시적 계고는 하지 않았다.

물론 앞서 적었듯 극도의 일탈사례가 없지 않았고 그래서 ‘기독교 민주당지부'란 비아냥 섞인 비판이 나왔지만 말이다.

어느 쪽이 더 그리스도교 신앙에 가까운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다만 정치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낼 때,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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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무속 심취 의혹, 신천지 유착 의혹 등에 시달렸지만 보수 개신교 교회는 침묵했다. 비판여론은 진보 진영이 주도했다.

그간 개신교 교회, 특히 보수 교회는 우리 편(?)으로 여겨진 정치인에 대해선 한없이 관대했다. 그래서 대선 후보의 무속 탐닉과 신천지 유착 의혹에 보수 교회는 철저히 침묵하거나 양면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차라리 이 점에 있어선 진보 진영이 훨씬 나았다. 그리고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무속설이 다시 불거지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진보 성향 목회자들의 상황판단은 적어도 논점을 비켜가지 않았다.

교회의 역할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어떤 정파가 집권하든, 권력이 전횡하는 조짐이 생기고 그래서 부조리가 만연할 때 분연히 일어서 약자를 지켜주는 일이다. 옳게 상황을 판단해 행동에 옮기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새 대통령을 맞는 한국 교회가 부디 제구실을 해주기 바란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진영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상황인식을 옳게 하느냐다. 상황인식이 옳아야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마련이다. 이번 대선이 교회에 남긴 핵심 교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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