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가 북한 ICBM 발사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우려하며 그리스도인들은 단호히 전쟁이 아닌 평화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지난 27일 '길갈'이란 제목의 사순절 넷째 주일 설교에서 이 같이 전했다.
여호수아 5장 8~12절을 본문으로 메시지를 전한 그는 먼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고 있고, 북한은 핵과 장거리 탄도 미사일 실험을 중지한다는 모라토리움 선언을 4년 만에 폐기하고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을 발사했다"며 "이전보다 무기가 더 고도화 되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권 교체기에 긴장을 높여 협상력을 높여감으로 이후에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더 커질 것이고, 한반도는 또 다시 위기 속으로 들어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전에 즐겨 부르던 노래가 떠올랐다. "세상은 평화 원하지만 전쟁의 소문 더 늘어난다 이 모든 인간 고통 괴로움 뿐 그 지겨움 끝없네".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가 여전히 휴전된 분단국가임을 상기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본문은 애굽을 탈출해 40년간 광야를 떠돌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마침내 약속의 땅에 진입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당시 여호수아는 정탐꾼을 보내 여리고 성을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성을 지키는 수비대에 의해 정탐꾼이 위기에 처하는 일이 발생했고 이때 정탐꾼들은 '창녀' 라합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성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김기석 목사는 라합에 대해서 여리고 성을 중심으로 경계선에 선 인물, 주변부에 있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성경은 라합을 '창녀'(zanah)라고 말한다. 어쩌다 그런 상황에 몰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는 성읍에서 주변인일 수밖에 없었다.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라합은 거리를 두고 현실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성안의 누구보다도 예민하게 알아차렸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요단강 도하에 대한 의미도 곱씹었다. 김 목사는 "강을 건넌다는 것, 그것은 새로운 시간 속으로의 행군이었다. 강제 노역에 시달리던 선대들이 꿈꾸던 자유세계로의 돌입이었다"고 전했다. 여호수아는 요단강을 도하하면서 열 두 지파의 대표들에게 요단강 가운데서 돌 하나씩 가져다가 그들이 머물 곳에 두게 했다. 말하자면 위대한 사건에 대한 기념물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김 목사는 이러한 기념물에 대해 "기념물이란 흐릿해지는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한 매개물이다. 날이 갈수록 생생해지는 기억이 있는가 하면 흐릿해지는 기억도 있다. 문제는 잊어야 할 것은 잊지 못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는다는 것이다"라며 자신의 경우 생일, 결혼기념일, 부모님 추도식, 국가 공휴일, 교회력의 절기 등에 대해서 "이전에는 그 날들을 지키고 기념하는 게 다 부질없는 일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만 이제는 그게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결국은 무심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 새겨진 마디임을 알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여호수아는 길갈에 쌓아올린 돌무더기를 보고 후손들이 이게 뭐냐고 물을 때 하나님께서 어떻게 그들을 구원하셨는지, 또 요단강물이 어떻게 끊겼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주라고 당부했다. 김 목사는 "길갈에 세워진 돌무더기는 여느 돌과는 달리 뭔가를 가리켜 보여준다"며 그 돌무더기가 "사람들을 억압에서 자유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를 가리키는 일종의 성사의 도구가 되었다고 부연했다.
김 목사는 길갈이 새로운 삶으로의 입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여호수아는 기브앗 하아라롯(Gibeath Haaraloth, the hill of foreskin)에서 출애굽 2세대 사람들에게 광야에서 행할 수 없었던 할례를 베풀었다. 적진 앞에서 전투력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모험적인 결정을 한 것은 하나님의 명령도 있었지만 새로운 백성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함이었다는 게 김 목사의 설명이다.
그는 "길갈은 '바퀴 혹은 구르다'는 뜻으로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의 수치를 굴려 없애신 곳이다. 길갈은 새로운 삶으로의 입구인 셈이다. 우리의 길갈은 어디인가?"라고 물으며 "가없는 사랑으로 받아들여 주시는 하나님의 은총을 마음 깊이 자각한 날이야말로 우리 삶에서 수치가 제거된 날이다. 바로 그 날이 우리의 길갈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마지막으로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세상의 흐름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니다. 힘으로 다른 이들을 제압하거나 홀로 만족하는 것은 성경의 정신과 무관하다. 성경은 사람들의 인습적인 지혜를 해체한다. 하나님은 힘 있는 자들에 의해 짓밟히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시는 분이시다. 예수님은 높아지려는 사람은 낮아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여호수아는 살아남기 위해 폭력을 써야 했지만, 우리는 비폭력적인 저항을 통해 세상에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길갈을 넘어 푯대이신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나가는 사람들이다. 그 지향을 잃는 순간 우리는 욕망의 벌판을 헤매는 가련한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단호히 평화를 선택해야 한다. 주님의 은총의 빛을 받아 살면서 사람들의 가슴 속에 그리고 이 척박한 역사 속에 평화와 정의의 씨를 심는 우리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