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나날이 격상되고 있지만 한국교회 내 여성의 위치는 시대정신에 뒤쳐질 뿐 아니라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수적인 어떤 장로 교단은 선택적 문자주의를 토대로 교회 내 여성의 역할을 '돕는 조력자'로 위치 지어 놓고 여성에 대한 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경전 보다 위에 서 있는 남성중심적인 위계 질서 체제로 인해 교회 내 여성이 중심적 리더십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혜암신학연구소는 9일 오후 서울 안암동 연구소 세미나실에서 '한국교회와 여성의 위치'라는 주제로 2022 봄학기 신학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곽혜원 박사(21세기 교회와 신학포럼)는 '여성 주도 성혁명 시대에 논하는 21세기의 시대적 과제'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곽 박사는 "남성과 여성이 상생·연대하는 길로 나아감에 있어서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이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기독교 복음의 전래 덕분에 여성의 인권이 획기적으로 변화되었음에도, 오늘날 여성의 위상이 크게 진일보한 일반 사회와 대비되면서 양성평등 사안은 한국교회에 대한 뼈아픈 질책 중 하나"라며 "여신도는 남신도보다 수적으로 월등히 많으며 헌신적인 공헌에도 불구하고 설교와 교육, 인재 양성, 정책 결정 같은 교회의 중심적 리더십에서 배제된 가운데 주로 교회의 부수적 사역을 맡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에서 우선시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기보다 담임목사인 남성 목회자의 뜻에 부합한 경우가 많음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한국교회에서 지배적 질서는 하나님 나라의 질서이기보다, 교회 내 위계질서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남성 중직자의 질서인 경우가 많다"며 "반면에 여신도들은 중심적 리더십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두고 한국교회가 이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남녀 차별 장벽에 상심한 교회 여성 중 변종 페미니스트들이 양산되는 사태를 막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크리스천 여성들의 사명을 일깨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곽 박사는 "한국교회는 남성과 여성이 상생·연대하면서 서로를 존귀하게 여기는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질서로 교회 체제와 의식구조를 개혁하는 일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여신도들이 자존감을 갖고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소신있게 감당할 때, 한국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라며 "여신도가 사명을 견고하게 다지기 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성경으로 돌아가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바로잡고 올바른 여성관을 새롭게 정립하는 일이다. 이는 남성중심적 위계질서가 공고하게 구축됨에 있어서 기독교 신학자들의 부정적 영향을 결코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젠더-페미니즘이 강행하는 여성 주도 성혁명에 대한 논의는 상생하는 남녀관계와 진정성있는 양성평등을 구현해야 할 21세기의 시대적 요청으로 귀결된다. 21세기 한국교회는 남성과 여성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할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남녀는 모두 '하나님 형상'으로 지음받은 영적 존재로서 서로 함께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서로 협력하여 창조세계를 돌보는 청지기적 사명을 감당하며,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파트너"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곽 박사는 "21세기 한국교회가 그동안 계발되지 못했던 여성 리더십을 적극적으로 장려함으로써 여성을 '하나님 나라'의 복음 사역을 위한 파트너로 인정하기를 소망한다. 한국교회 안에 새로운 미래를 향한 성령의 치유와 화해와 변화의 역사가 강력하고 깊있게 일어나길 소망한다. 한국교회 안에 상생하는 남녀 파트너십이 정착하고 진정성 있는 양성평등이 구현될 때, 교회의 갱신과 부흥은 열화와도 같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일웅 박사(총신대 전 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한상화 교수(아신대, 조직신학),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명예교수, 역사신학) 등이 논평자로 참여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한 교수는 교회 내 고착화된 남성중심적 가부장 문화로 인해 여성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세대가 바뀌지 않는 한 여성의 지위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