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은 구원 받았나요'라는 물음으로 제작된 최근 '잘잘법' 영상에서 김학철 교수(연세대)의 구원 논의가 "주님의 분명한 말씀을 희석시켜" 되려 구원의 길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대중적인 호기심을 자극해 인기를 얻는 신학적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앞서 해당 영상에서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구원을 얻을 다른 이름이 없다' 등 배타적 구원론의 핵심 주장으로써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말들을 비신자들에 대한 정죄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기독교인들이 빠지기 쉬운 배타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 과정에서 김 교수는 신약성서에서 구원에 관한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강조하는 말씀을 듣는 청중이 비신자가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를 잘 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었다고 주장했다. 구원 논의 전제를 설명하며 그 구원 논의의 대상을 비신자가 아닌 신자로 축소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그리스도인은 예수를 주인으로 고백하는 배타성이 있지만 다른 사람의 배타성을 부정하는 배타주의를 향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착하고 의롭게 살았던 분들, 특히 이순신은 구원 받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며 "하나님에게 속한 영역을 우리의 양심과 지식으로 어떻게 재단하는가? 구원의 문제는 하나님께 달린 문제다. 예수께서 그리스도시다라는 말, 우리의 유일한 구원자시다라는 말을 누군가의 삶을 재단하고 정죄하기 위해 사용하지 말고 신앙인들을 향한 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논란을 빚은 장면도 이어졌다. 구약의 신앙적 인물들을 열거한 그는 그들의 구원에 관해 성경이 따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구약의 신앙적 인물들에 관한 구원 논의를 예수를 믿지 않았지만 착하고 의롭게 살았던 조상들의 구원 문제와 동일선상에서 다뤘다. 그러면서도 구약의 신앙적 인물이 구원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
이에 교의학을 가르쳤던 박영돈 전 고려신학대학원 교수는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기독교인들이 빠지기 쉬운 배타주의를 경계하고 비신자들에게 좀 더 온유하고 겸손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김 교수의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성경해석이나 신학적 논리는 많이 부실하다. 그런데 거기에 열렬히 호응하는 댓글이 많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특히 김 교수가 "나는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나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14:6)라는 주님의 말씀이 예수에 대해 잘 알고 믿는 신자에게 적용될 말씀이라며 구원 논의의 대상을 신자로 축소시킨 데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교수는 구원에 관한 요한복음의 다른 기사, 즉 니고데모에게 예수가 전해주신 말씀 그리고 "하나님을 모르는 자들과 예수의 복음에 복종하지 않는 자들에 형벌을 내린다"(살1:8)는 바울의 말씀 등을 인용하며 "그 말씀도 특정인에게 제한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전 교수는 특히 "더 심각한 문제는 예수를 믿지 않았으나 좋게 사시다가 죽은 우리 부모나 조부모도 예수를 믿지 않았기에 구원받지 못하느냐는 질문을 구약의 신앙 인물도 예수를 믿지 않았기에 구원받지 못했다고 하는 것과 같은 차원에서 다룬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약에서의 구원을 출애굽의 모형으로 이해하고 신약성서 곳곳에서 구약성도들이 포괄적인 의미의 구원을 받았음을 증거하는 말씀이 가득하다고 설명했다. 박 전 교수는 "신구약 성도들은 한 하나님의 언약 안에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나로 연결된 하나님의 구원 백성이다"라며 "동일한 그리스도의 영으로 인도함을 받는 이들이다. 시간적으로 예수님이 오시기 전의 구약 성도들에게는 예수님의 중보 사역의 효력이 신약 성도들과는 달리 뒤로 소급되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들은 우리처럼 선명한 계시의 빛 가운데 그리스도를 알고 누리지는 못했다"며 "우리가 누린 영광의 후광을 누린 셈이다. 그래서 히브리서 저자는 우리가 아니면 그들도 온전함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히11:40)"고 덧붙였다.
구원을 죽은 후 천국 가는 문제로 축소시킨 것도 문제 삼았다. 박 전 교수는 "구원은 죄와 사망의 권세와 속박에서 해방되는 것이며 새 창조의 능력에 사로잡혀 새사람이 되는 것이다"라며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살아서만 돌아갈 수 있는 곳이다. 구원의 핵심 내용이 빠진 껌데기만을 구원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예수를 믿지 않아도 좀 착하게 사는 이는 구원받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김 교수의 논의도 사실 구원을 죽은 후 천국 가는 문제로 축소한 개념에 기초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원이 하나님의 주권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 김 교수가 누가 구원받고 못 받을 것인지 모르겠다며 구원을 쉽게 판단하거나 속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고 한 데에는 일부 동의를 표하기도 했다. 박 전 교수는 "우리는 다른 이의 구원을 쉽게 판단할 수 없을뿐더러 자신의 구원도 속단할 수 없다"며 "구원받았다는 확신으로 충만한 이가 멸망할 수 있고 확신이 별로 없는 이가 구원받을 수 있다. 오늘날 거짓 구원의 확신을 가진 이들이 많은 것 같다"라고 했다.
하지만 박 전 교수는 "김 교수의 논리대로 라면 비신자에게는 구원의 복음을 열심히 전하지 않는 게 낫다. 복음을 듣고 잘 알면서 믿지 않는 것보다는 복음을 듣지 못하고 잘 알지 못하는 게 더 구원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물론 그게 김 교수의 진의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고 전했다.
끝으로 박 전 교수는 "주님의 분명한 말씀을 희석해서 사람들의 환호와 호응을 얻을 수는 있을지 모르나 그것이 오히려 진정한 구원의 길을 막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해당 글에 달린 댓글에는 신학적 포퓰리즘이 등장해 대중의 의식을 조작하고 기만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