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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히잡 반대 시위는 몸의 항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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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UN)
▲이란의 히잡 반대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그 성격이 달라지며 격화되고 있다.

히잡을 똑바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구타를 당하다 사망한 22세 젊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사건이 도화선이 된 히잡 반대 시위가 이란 주요 도시 뿐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히잡 착용을 선택할 자유를 달라는 여성들의 외침이다. 젊은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전개된 시위에 이제 남성들까지 가세하면서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신정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이란 정부는 그러나 자신들이 믿는 신념에 반하는 히잡 선택의 자유를 쉽사리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들 시위를 폭동으로 간주하고 진압대를 보내 최루탄과 구타와 폭행으로 맞섰다.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사상자가 속출하자 시위 성격이 달라졌다. 단순히 여성 인권 차원에서 벌어졌던 히잡 반대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흐르고 있는 것.

뒤늦게 시위대를 무력화 시키려고 펼친 미국 배후설 등 이란 정부의 프로파간다에도 시위대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정부가 거짓 선전 선동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대중을 기만하고 있는 정부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시위대에 참여한 여성들은 보란듯이 히잡을 불태우고 자기 머리카락을 서슴없이 잘랐다. 테헤란 거리에서 최고 지도자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사진은 불태워졌고 테헤란의 한 공과대학교 여학생들은 하메네이의 사진이 걸린 벽을 향해 거침없이 '손가락 욕'을 시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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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트위터 갈무리)
▲이란의 전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현 최고지도자인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의 사진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여학생들의 모습.

1979년 이슬람혁명 때부터 지금까지 40년간 이슬람의 신정정치는 그동안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자유'를 약속하며 이슬람 지도자들이 주축이 되어 통치 행위를 이어왔지만 이번 반정부 시위는 그 구호가 단지 허울 뿐이었던 것을 반증해 주고 있다. 자유와 해방을 약속한 종교가 오히려 인간을 억압하고 옥죄는 도덕으로 군림하고 있는 탓이다. 이것은 이미 삶의 부분에 불과한 종교를 전체라는 이름으로 삶을 재단하고 규정짓는 잣대로 내세우는 순간부터 예고된 결과였다. '앎'이라는 종교에 대해 '삶'이라는 몸의 항거가 터져 나온 것이다.

이슬람 정부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코란이란 경전을 구실로 여성에 대한 억압과 지배를 정당화시키며 체제를 유지시켜 준 통치 이데올로기를 포기해야 할 것인가이다. 히잡 반대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격화되는 작금의 상황 속에서 현 정부의 선택지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시위대는 이제 히잡 문제 뿐 아니라 정부의 무능과 폭정마저 문제 삼으며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히잡 반대 시위는 삶의 요구, 즉 자유와 해방의 요구로부터 나온 종교가 도리어 삶 위에 군림하는 도덕으로 자리잡아 삶을 옥죄고 억누르는 비극을 초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사건이다. 히잡 반대 시위는 도덕화된 종교의 폭력에 대한 삶의 항거에 다름 아니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의 현실은 어떠한가? 종교 강박에 가까운 도그마에 길들여져 죄와 벌의 인과율에 따른 죄의식에 사로 잡히고 은연 중에 또 설교 강단에서 수시로 강요되는 헌금 독려로 인해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린다. 자유와 해방의 기능이 점차로 상실되고 지배와 억압의 기능만 강화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진리 안에서의 자유를 약속하지만 진리는 허울 뿐 삶 위에 군림하는 종교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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