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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메시아 정치'와 '정치적 메시아주의' 대결

김경재 박사(한신대학교 명예교수,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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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마리아의 찬가'와 '말구유에 뉘인 아기' 표징의 메시아 정치 

'마리아의 찬가'와 '말구유에 뉘인 아기' 표징의 메시아 정치 연말이 다가오면 왠지 사람들의 맘은 바빠지고 스산해진다. 지난 한 해를 어떻게 살았는가 결산을 해보며 아쉬움과 후회감을 무의식적으로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그리스도인들은 교회당 제단 위에 대림절기 첫 촛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면서 성탄절을 앞당겨 기다린다. 성탄절 메시지의 백미는 누가복음서 1장 '마리아의 찬가'(눅1:46-55)와 목동들에게 메시아의 탄생 소식을 맨 처음 알려주는 천사들의 '메시야 탄생고지'(눅2:8-14) 속에 아름답게 압축되어 있다.

성탄절을 앞두고 12월 칼럼 목적을 '메시아 정치'와 '정치적 메시아주의'의 차이와 그 양자 대결, 그 두 가지 어휘개념의 본질적 차이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메시아 정치'와 '정치적 메시아주의'는 정치라는 어휘와 메시아라는 어휘를 공통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오해하기 쉽고, 특히 정치가들에게 아주 심각한 오해와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두 단어의 배열순서를 앞뒤로 바꾸었다고 해서 무슨 차별이 있는가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기독교 신앙은 '메시아 정치'를 대망하고 신념하는 것이지 결코 '정치적 메시아주의'를 용인하는 것이 아니다. 용인하지 않을 뿐 아니라 목숨 걸고 투쟁하고 저항하는 종교이고, 그것이 기독교 신앙의 탄생과 존재 이유인 것이다.

'마리아의 찬가'라고 성서학자들이 전하는 누가복음서 핵심 부문에 다음 같은 구절이 있다: "그의 팔로 힘을 보이사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고, 권세 있는 자를 그 위(位)에서 내리치셨으며, 비천한 자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으며, 부자를 빈손으로 보내셨도다"(눅1:51-53). 유대 산골 동네에 사는 엘리사벳에게 문안할 때, 비슷한 시기에 임신 중인 엘리사벳의 태아가 복중에서 기쁨으로 뛰노는 것을 산모가 느꼈고 임신 중인 마리아를 축복했다. 축복받은 마리아가 성령의 감동감화 가운데서 주님을 찬양한 노래가 '마리아의 찬가'라는 것이다.

위에서 인용한 '마리아의 찬가' 핵심 메시지 속에 권세부리는 정치가를 그들의 왕권을 휘두르는 위치에서 낮은 자리에로 내려치시고, 혼자서 떵떵거리고 탐욕부리던 부자들을 빈털털이가 되게 하셨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성모 마리아의 주님찬가 속에 탄생하실 메시아가 이 세상에서 절대자처럼 교만하고 폭력을 일삼은 정치적 권력자를 심판하시고, 막강한 경제권력으로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부자들의 탐욕성을 빈손 되게 하겠다는 말이다. 놀랍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착하고 선하신 성모 마리아의 입에서 '악담 같고 저주 같은' 그렇게 험악한 말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 11월 중 종교계 뉴스 중에 가톨릭 신부와 성공회 신부가 현직 대통령이 비행기 사고로 정권 그 자리에서 제거되기를 바라는 "성직자로서 입에 담아서는 안되는 선을 넘은 발언"으로 징계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우리는 성스럽고 한없이 자애로워야 할 '마리아의 찬가' 속에 비숫한 표현을 읽으면서 당황하게 된다. 기독교의 신앙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메시아를 기다리는 신앙이란 자기 자신과 모든 역사적 성취를 넘어서서 미래를 기다리는 성서적 신앙의 결정체이다. 우상화되고 절대화된 모든 기존 질서와 힘들을 비판, 저항, 갱신, 갈아치우는 정신의 힘이요 역사 속에 묻힌 폭발물이다.

메시아라는 표적: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있는 아기"

누가복음서 저자는 제2장에서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성탄절 단골 드리마' 내용을 전한다. 가난한 목동들이 밤에 들 밖에서 양 떼들을 지키고 있는데, 홀연히 천사들이 나타나 메시아 탄생 소식의 '특종기사'를 이들에게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특종기사의 핵심 본질은 메시아를 나타내는 징표가 '말밥통에 뉘어있는, 아기'라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단순한 표현이면서도 참 메시아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갈파한다. 휘황찬란하지도 않고, 위세부리지도 않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아기'의 품성으로 다스리는 참 메시아의 표징이다. 모든 땅 위의 정치권력의 특권의식, 권위의식, 힘숭배 신앙, 정치권력자의 우상화를 철저히 비판하는 메시지이다.

성탄절 전야에 교회학교 어린이들이 무대 위에서 재연하는 이 '영원한 드라마'는 진정 이 세상의 역사가 끝날 때까지, 이 세상 정치권력자들을 위협하고 그들을 불안하게 하는 가장 '부드러운 혁명의 불씨'가 될 것이다.

근대 이후 이 세상을 지배하는 주류적 세계관은 인생과 역사 속에 "뜻과 의미"는 애시당초 없었던 것이고, 우주 속의 작은 행성 속에 우연히 태어나서 "우쭐대고 안달하다 사라져버릴 뿐인 먼지 같은 존재"(쉐익스피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힘을 추구하고 쟁취하고 독점하는 것이 목적이자 승리자이다". 현실 세상에서 힘의 원천은 정치권력, 경제권력, 정보과학 권력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정치적 메시아니즘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말구유에 뉘인 어린아기' 이미지는 동화 속의 낭만적 이야기이든지 아니면 멸시와 조롱감이다. 그러나, 기독교 성탄절의 '아기 예수 탄생 드라마'는 이러한 세속적 세계관에 저항하고 참된 메시야 정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선포한다. 메시아 정치란 '자유, 정의, 평화, 사랑'이 온 세상에 넘치게 하는 하나님의 나라를 땅 위에 실현시키려는 본래적 의미에서의 정치이다. 그 특징은 '스스로 낮은 자리에로 내려와서 행하는 겸비와 섬김'이다.

메시아 정치란 자기희생과 헌신을 통하여 "상한 갈대와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않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약자에 대한 특별한 공감, 연민, 배려와 함께하는 정치이다. 메시아적 정치는 "외치지 아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한다"(사42:2). 요즘 말로 하면 정치적 선전과 사이비 언론을 동원하여 군중의 눈과 귀를 통치자의 행위에 집중토록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정치적 메시아니즘이란 힘을 숭배하는 정치가들이 강제적 힘을 통하여, 세상을 평화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허황된 망상과 독선과 독단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주의 주장이다. 중국 역사 속에서는 최초로 중국을 통일했다는 진시황의 정치가 정치적 메시아니즘의 본보기이다. 서양에서는 '로마의 평화'를 자랑하는 로마 황제들의 정치, 현대에서 독일 제3제국을 영도하겠다는 히틀러의 나치즘과 소련 스탈린의 독재정치가 그 대표적이다. 오늘날엔 사라지고 없는가? 도리어 겉으론 제도적 민주주의 탈을 쓰고 안으로는 철저히 '정치적 메시아'들이 활개를 치는 세상이 되었다.

온도 차이가 있지만 러시아의 푸틴, 미국의 바이든, 중국의 시진핑, 북한의 김정은, 남한의 윤석열 정권의 실상이 '정치적 메시아니즘'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힘 숭배자, 협치를 배제한 독단과 독선, 보수적 종교 세력과 야합, 언론탄압과 통제, 경제적 강자와 카르텔 형성 등이다.

오늘날 공멸을 향한 정치는 '말구유에 뉘인 아기 메시아' 앞에서 환골탈태 해야

윤석열 정부가 시작된 지 반년이 지났다. 정계는 여소야대 국회구성비 안에서 갈등과 상호비방이 그칠 날 없다. 새로운 정부가 새로운 미래지향적 희망의 정책을 내걸고 국정을 헤쳐 나가지 않고, 직전 문재인 정권의 허물을 들추고 야당 당수의 비리를 표적 수사하며 맘에 안든다고 MBC 공영방송을 세계 언론계가 경악할 정도로 압살하려고 온갖 시도를 자행한다. 이런 모습들은 메시아 정치가 아니고 정치적 메시아니즘의 표징이다. 국민들은 그러한 정치에 너무 피로를 느끼고 실망한다.

156명의 생명이 희생당한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당국자들은 원인 분석 중이라고만 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 주위엔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고 '시대착오적인 국모 타령'까지 들먹이는 아첨꾼들이 점점 더 모여들고 있는 형세이다. 정치는 실종되고 정쟁만 날로 기승을 부린다.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과 장관급 공무원들이 전직 베테랑 검사 출신들로 채워지는 경향이다. 검사 출신의 인재들도 적재적소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라는 '검사 마인드'로서만 통치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대통령 부인의 국민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이 적절치 않다는 것은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일이다. 왜 솔직하게 당사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학위증을 스스로 국민대학교에 반납하고, 엉터리 논문심사통과 시킨 사이비 교수들을 교육계에서 축출하지 않는가? 이런 모습들이 윤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자로서 나설 때 국민 앞에 약속한 '공정과 상식'인가?

권력지상주의와 물질적 탐욕을 버리고 겸손하고 단순하고 여리고 순수한 '말구유 메시아 아기'의 자세에로 다시 모두 돌아가자. 그것이 한국 정치와 백성이 모두 함께 나아갈 길이다. 연말이 되어 상가에는 성탄 트리가 등장한다. 상술로 뒤덮이는 성탄절이 아니라, 진정한 아기 예수가 우리들 각자의 가난한 '마음의 구유' 안에 탄생하기를 기다리자. 성부 하나님은 성자 그리스도를 우리 각 사람들의 겸비한 마음속에, 영혼 속에 거듭거듭 탄생하게 하신다고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갈파했다.

 ※ 본 글은 혜암신학연구소의 정기 칼럼으로 연구소의 허락을 얻어 전문을 게재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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