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 예배가 이 시대 가장 고난 받는 자리에서 열렸다.
대한성공회 나눔의집 협의회,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걷는교회, 파주교회가 연합해 25일 오전 서울 녹사평역 3번 출구 이태원광장에서 ‘10.29 이태원참사 추모와 연대의 연합 성찬례'(아래 연합 성찬례)가 열린 것이다.
연삽 성찬례를 공동 주최한 성공회 소속 기구 교회 사제들은 성찬례에 앞서 시민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이어 침묵 기도로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사제들, 그리고 성찬례에 참여한 회중은 ‘애도와 연대의 기도'에서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 별세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평안히 쉬게 하시며 영원한 빛으로 비춰주소서, 막을 수 있는 참사를 무기력하게 바라보며 상하고 다친 모든 이들의 마음과 함께 하시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 가운데 같음 참사를 멈출 수 있은 길로 나아갈 용기를 주소서."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 순서에선 참사 유가족이 공개에 동의한 희생자 79명의 이름을 집례자와 회중이 번갈아 호명하며 기도하기도 했다.
이번 성찬례엔 참사로 동생을 잃은 진 아무개 씨가 현장 증언에 나섰다. 진 씨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ㆍ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 34조 1항과 2항을 거론하며 정부의 직무유기를 질타했다.
"국가는 인간다운 생활 보장하지 못했고 인간다운 삶을 즐기러간 청년들 참사 당했습니다. 그리고 사회보장 복지 증진에 노력할 의무도 짊어 지지 않았습니다. 장례비 병원비 지급했다고 다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감히 사람의 고귀한 생을 금전적 배상으로 무마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진 씨는 시민분향소 일대를 점거한 극우 성향 단체를 향해서도 "분향소엔 극우주의자 온갖 현수막 걸리고 기어이 그들이 유가족에게 쌍욕을 들이 붓도록 만드는 게 당신들이 생각하는 보호이며 사회복지입니까?"라며 날을 세웠다.
설교를 맡은 민김종훈 자캐오 신부 역시 국가책임 부재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자캐오 신부의 설교 중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
"10월 29일, 이태원 한 골목에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은 잠시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리고 각자도생의 시간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밀어 넣었습니다. (중략) 저는 10월 29일, 이태원 거리의 할로윈 축제에서 ‘국가 시스템 부재'로 인해 일어난 참사 가운데 마땅히 지켜냈어야 할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너무나도 무능했고, 그 이후 대응 가운데 자신들이 지키고 싶은 이들 앞에서는 너무나 도 영악하고 유능한 이들이 외면하고 있는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합니다."
자캐오 신부는 그러면서 "이 땅의 가장 낮고 연약한 자리, 고통과 슬픔, 불평등과 소외가 흘러 들어 고이는 자리에 오셔서 그 자리에 버려진 듯 살고 있는 바로 지금 여기의 우리와 함께 한다"는 메시지를 선포했다.
감사 성찬례는 순탄하게 이어지지 않았다. 시민분향소 앞을 점거한 보수단체 신자유연대 소속으로 보이는 유투버는 유가족을 조롱하며 방송을 했다.
이어 한 중년 여성이 성찬례 중 고성을 질렀고 흥분한 성찬례 참석자와 시비가 붙기도 했다. 현장에 나온 경찰들은 제지하려 했지만 이 여성은 계속 현장 주변을 배회하며 성찬례를 방해했다.
현장엔 KBS·MBC 등 방송 취재진도 나왔는데 신자유연대 김상진 대표는 MBC 취재진을 향해 "거짓말 하는 방송"이라며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를 본 참사 유가족은 서로를 끌어안고 오열 했다.
그러나 성찬례에 함께 한 회중들은 파송성가 ‘우리는 승리하리라'를 부른 뒤 유가족을 격려했다. 성찬례를 집례한 사제들 역시 평화의 인사를 건네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