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담임목사가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복음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동격으로 설정하며 복음을 조건적 세계로부터의 도피로 인식하는 흐름에 대해 주의를 당부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 목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먼저 "복음은 무조건적 사랑이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용납의 경험없이 안정된 인격의 사람으로 자라나기 힘들다. 은혜가 어떤 도덕적 선행이나 종교적 수행보다 앞선다는 것은 위대한 진리이며, 모든 인간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복음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박 목사는 "무조건적 사랑 만으로 이루어진 세계는 없다"며 "사랑 받기 위해 일정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원리는 우리 삶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작동하고 있다. 학교성적이나, 회사에서의 실적, 스포츠 경기의 결과에 따라 사람은 사랑 받기도, 무관심의 그늘로 사라지기도 한다. 대체로 고약하고, 때로 불공정하지만 나도 참여하고 있는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좀 더 인간적인 가치, 예의 바르면 이쁨 받고, 인사 잘 하는 사람이 좋은 관계를 누리는 것도 조건적 사랑이 작동하는 예다"라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는 책임적인 사람이 되는 것 또한 조건적 사랑으로 훈련 받는 하나의 방식이다"라고 덧붙였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조건적인 사랑의 상호관계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박 목사는 "무조건적 사랑이 주는 안정감 위에서 우리는 조건적 사랑의 세계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며 "조건적 사랑의 플레이 코트에서 지친 몸과 긴장된 마음이 안식을 얻을 수 있는 무조건적 용납의 공간이 필요하다. 가정이고, 연인이고, 교회이고, 우정이고, 하나님의 품이다"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복음은 조건적 사랑의 세계를 피할 수 있다는 환상이 아니라, 그 조건들이 절대적이지 않으며, 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도 나는 여전히 사랑 받는, 가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는 음성이다"라며 "무조건적 사랑은 조건적 사랑의 세계와 절연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 하여 섣부르게 '초월'을 말하는 종교는 사기인 경우가 많다. 알맹이 없는 허세이거나, 자기위로, 혹는 변명이기 쉽다. 조건들로 가득찬 세계를 살아가면서도 나의 나 됨을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이 참 신앙의 힘이다"라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