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교회 송태근 목사가 12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진보, 보수로 갈라진 한국교회 현실을 직시하며 "복음은 인습의 담장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송 목사는 이날 '복음을 위해 유연해지라'(사도행전 21장 17-26)는 제목의 설교에서 선교지에서는 진리 앞에서 타협이 없었던 바울이 예루살렘 본부 교회에서 만큼은 율법에 열심이던 유대인 형제들을 얻기 위해 사도 야고보가 제안한 대로 나실인으로서의 정결 의례를 수용한 것을 주목했다.
이에 송 목사는 "옛날 바울을 딱 한 글자로 정의하라면 불. 한 성격 한 정도가 아니었다. 너무 율법에 충실하고 열심이 있어서 저 다메섹까지 쫓아가서 예수 믿는 사람들 영장 발부 받아서 체포하고 가두고 죽이고 하던 사람이다. 옛날 같으면 종교적 열심에 근거해서 불 같은 삶을 살았다. 과거의 사도 바울의 정의는 한 글자로 불. 사실 당신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해 보고자 하는 이 제안은 사도 바울에게 굉장히 참 모멸스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송 목사는 "내가 그렇다면 그렇게 알아듣지 뭘 그걸 시험을 다. 그것도 규례를 통해서 해보느냐. 내가 뭐 그거 한다고 안한다고 구원 받고 안 받고 하는 건 아닌 걸 바울도 알텐데 그런데 바울이 그대로 수용했다. 지금 변화된 바울은 딱 한 글자로 뭐라 정의할 수 있는가 하면 물이다. 불에서 물이 된 것이다. 물 같은 신앙이 된 것이다"라고 했다.
송 목사는 그러면서 "바울의 일생의 주된 관심은 어디에 있었느냐 하면 이 행동이, 이 판단이, 이 결정이. 이 가치가, 이 원리가, 이 질서가 율법에 어긋나느냐 안 어긋나느냐가 아니라 생명을 얻을 수 있느냐? 생명을 잃어버리느냐로 기준해서 내가 모든 사람에게 스스로 종이 되었다 그말이다"라고 덧붙였다.
복음을 위해 불 같았던 바울이 물처럼 유연해진 것에 주목한 송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 그리고 한국사회를 위해 복음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목사는 "이 땅에 민족주의, 혈연중심, 관습, 혈통중심. 이런 인간이 쌓아 놓은 담들이 있다. 또 한국사회도 진보, 보수가 나눠져가지고 거기에 기독교인들이 이런 저런 모양으로 얽혀 있다. 그런 것들이 이 세상의 담벼락이다"라고 했다.
창세기 49장 22절을 인용한 송 목사는 또 "요셉은 무성한 가지. 곧 샘 곁의 무성한 가지라 그 가지가 담을 넘었도다. 우리 인습이 갈라놓은 담들이 얼마나 많은가? 2050년이 되면 우리 국민 다섯 명 중에 한 명이 이주노동자이거나 난민이거나 외국인들이다. 무슨 단일민족을 얘기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송 목사는 "복음은 그런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구분해 놓은 인습과 편견과 관습의 담장을 넘어야 된다. 그래야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참되게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한 주간의 일상 속에서도 이 담장을 뛰어넘는 복음의 영광과 확장을 삶의 현장에서 경험하는 은혜가 있기를 축복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