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집엔
가족도 웃음도 없다
덩그라니
걱정 가득한 보따리와
싸늘한 냉기만이 있을 뿐
저녁이면 만들고
새벽에 부수는 집은
그의 희망 만큼이나 짧은
가건물이다
문패에는
"화남 화광기업"이라고
쓰여 있다
그의 집은 세상에 대한
담이며 외면이다
그 집 안에서
고치처럼 안으로 안으로만
절망으로 자신을
꽁꽁 싸매고
새벽의 시멘트 냉기만이
그를 살아있게 하는
유일한 자극이다
희망을 부수듯
집을 부수고
달팽이처럼 배낭을 지고
나서는 새벽
가로등은 꺼지고
어디로 가야 하나?
날은 밝아 오지만
그의 마음은
어두워진다
-정석현-
『어느 노숙인과 함께 한 시, 이야기』(정석현·권영종 지음/ 도서출판 우리와누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