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수유리에 있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이 '성소수자 발언과 공연'을 이유로 지난 11일로 예정된 '고 임보라 목사 추모문화제' 대관을 불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주최 측은 당초 예정된 장소를 포기하고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으로 옮겨 행사를 진행했다.
주최측은 한신대 신대원의 이번 결정을 두고 규탄하는 성명을 같은 날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는 차별과 혐오를 넘어 평등의 바다로 나아갈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고인의 숭고한 삶과 실천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추모문화제를 준비하는 애도 기간 중 이 같은 성명을 발표하게 돼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며 "그러나 학교 측의 무책임한 결정에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어, 기장 안팎에서 뜻을 함께하는 1,100명 개인 및 단체/기관/교회 등이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임보라 목사는 사회적 약자 그리고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는 수많은 소수자들과 함께 오랜 시간 차별과 배제, 혐오의 벽을 넘어 그리스도의 사랑과 우정을 몸소 실천한 기장의 목회자였다"며 "그의 목회는 한국교회와 사회를 넘어 반차별 평등지향을 기치로 하는 국제 에큐메니칼 공동체에도 깊은 울림을 주었고, 기독교와 교회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길을 개척해 온 살아있는 연대의 표징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에 '기장 서울노회와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추모문화제 기획단'은 그의 목회와 삶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추모문화제를 오는 3월 11일(토)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실에서 개최하려 했으나, 기장 일부 목회자들이 문화제 순서의 한 부분인 성소수자 발언과 공연을 이유로 신대원 측에 대관 취소를 요청했다"며 "故 임보라 목사를 추모하는 분들의 여러 노력과 조율에도 불구하고 신대원장과 총회 파송 신대원 운영위원회는 행사 3일 전 해당 순서를 축소하거나 취소할 것을 대관 조건으로 제시했다.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또 "일부 목회자들의 반인권·반신학적 무지에 기인한 요구에 판단력을 상실한 채 수긍해 버린 학교의 미련한 결정은 기장과 한신 역사의 불명예로 남을 것"이라며 "기장 교단 소속 목회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내고자 했던 모든 이들의 진정어린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낸 학교 측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며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하며, 학교 측의 무책임하고 무능한 결정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소수자 인권 목회를 해왔던 임보라 목사는 지난 2월 5일 갑작스럽게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