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급식소에서
『어느 노숙인과 함께 한 시, 이야기』③

입력 Apr 14, 2023 12:07 PM KST

불을 토하는
길고 지루한 설교 끝에
모래알 같은
밥이 나오고
한 그릇 밥은
한 그릇 부끄러움

가난은 여전히
복이 되지 못하고
삶은 여전히
죽음이 되지 못하고
상처는 아직도
무늬가 되지 못한다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절벽
닭 우는 소리에
주저 앉은 베드로처럼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아

작은 바람에도
뿌리가 드러나고
문을 나서면
모래바람 부는
사막
길은 사라지고
복음은 짐이 되고
머리 위엔
계명성

-정석현-
『어느 노숙인과 함께 한 시, 이야기』(정석현·권영종 지음/ 도서출판 우리와누리) 중에서 

오피니언

연재

종교비판에서 신앙성찰로(19): 포이어바흐의 무신론적 통찰을 중심으로

인간을 가리켜 우상 공장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만큼 우상의 마력은 인간 삶 전체에 걸쳐 뿌리 내려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상파괴가 말처럼 쉽지 않은 것..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