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토하는
길고 지루한 설교 끝에
모래알 같은
밥이 나오고
한 그릇 밥은
한 그릇 부끄러움
가난은 여전히
복이 되지 못하고
삶은 여전히
죽음이 되지 못하고
상처는 아직도
무늬가 되지 못한다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절벽
닭 우는 소리에
주저 앉은 베드로처럼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아
작은 바람에도
뿌리가 드러나고
문을 나서면
모래바람 부는
사막
길은 사라지고
복음은 짐이 되고
머리 위엔
계명성
-정석현-
『어느 노숙인과 함께 한 시, 이야기』(정석현·권영종 지음/ 도서출판 우리와누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