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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철학의 양면성에서 갈라진 헤겔 좌파
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 『헤겔 좌파 연구』 출간돼

입력 May 24, 2023 02:32 P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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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새물결플러스)
▲『헤겔 좌파 연구』(새물결플러스)

연세대 김균진 명예교수(혜암신학연구소 소장)가 신간 『헤겔의 좌파연구』(새물결플러스)를 펴냈다. 『헤겔의 역사철학』을 펴낸지 꼭 2년만이다. 이 책은 헤겔 철학이 우파, 좌파로 분열된 원인으로 헤겔 철학의 변증법적 양면성을 지목한다.

그에 따르면 먼저 헤겔 철학의 정수인 변증법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개념인 '지양'을 헤겔 우파는 고양하다, 보존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반면 헤겔 좌파는 폐기하다, 지양하다는 의미로 수용한다. 이에 우파는 보수적 ·반동적 측면을 강화했고 좌파는 혁명적 성격을 극단화했다.

헤겔 철학의 양면성은 철학과 현실의 관계에서도 나타나는데 헤겔 철학은 단지 주어진 현실을 반영하는 "회색에 회색을 칠하는" 학문으로 파악된 반면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현실의 부정적인 것을 부정하는 부정의 학문으로 파악됐다. 헤겔 좌파는 후자의 입장이었다.

헤겔 학파를 분열시킨 또 하나의 중요한 양면성은 기독교 종교와 철학의 종합에 있었다. 이러한 헤겔의 시도는 종교와 신학을 실현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 종교와 신학을 철학적 개념으로 폐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해겔 좌파는 헤겔이 시도한 기독교 종교와 국가의 화해를 거부하는데 마르크스는 헤겔의 국가철학을 거부하였고 키에르케고르는 헤겔의 종교철학과 국가와 기독교 종교와 철학의 종합을 거부했다. 대표적인 해겔 좌파 포이어바흐 역시 헤겔의 종합 체계를 거부했다. 저자에 의하면 포이어바흐는 기독교의 본질을 감성적 인간으로 환원한 반면 마르크스는 그것을 사회적 현실의 모순으로, 키에르케고르는 기독교의 본질을 신앙의 역설로 환원한다.

이 책은 대표적인 헤겔 좌파 포이어바흐, 막스, 키에르케고르, 니체 등의 사상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신학자의 입장에서 각 사상의 무신론적인 계기와 주요 주장을 비판적으로 수용한다. 관념론에 반동을 선언하며 인간학적 유물론을 주창한 포이어바흐는 인간의 '의존 감정'을 하나님과 동일시하며 종교의 본질을 자연에 대한 절대 의존으로 규정한다. 기독교의 본질이 하나님에 대한 절대의존감정이라고 주장한 슐라이어마허는 틀렸고 절대자에 대한 의존 감정은 실은 "나 자신의 본질, 나 자신의 충동과 소원과 관심에 대한 의존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포이어바흐는 헤겔의 철학을 거꾸로 세우면서 그 체계의 붕괴를 꾀하는데 헤겔의 '정신으로서의 하나님'을 인간의 상상에서 나온 '환상적 존재' 내지 투사물로 규정함으로써 헤겔 철학 전체를 부정한다. 하나님을 인간의 감정의 투사물 또는 환상으로 치부하는 포이어바흐의 무신론에 저자는 때로는 논리적 비약을 질타하면서도 비판적 수용을 마다하지 않는다.

저자는 "종교는 "인간적 욕구의 산물"이요 "이기심의 산물"이라는 포이어바흐의 말을 한국 개신교회는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 종교를 지키고자 하는 자들에 의해 도리어 기독교가 부정된다는 포이어바흐의 말은 오늘 한국 개신교회 문제성의 핵심을 찌른다. 오늘 한국 개신교회의 현실을 바라볼 때 종교는 인간의 "이기심의 산물"이라는 포이어바흐의 말을 누가 부인할 수 있겠는가!"라고 일갈했다.

마찬가지로 마르크스, 키에르케고르, 니체 등의 핵심 사상을 소개하며 이들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수용한다. 저자는 이들 헤겔 좌파들의 사상을 소개하는 일에 집중하면서도 헤갤 좌파의 길을 열어준 사상가나 헤겔 좌파에 영향을 준 사상도 빠짐없이 살피려고 노력했다.

총 958페이지에 이르는 신간 『헤겔의 좌파 연구』를 펴낸 저자는 "헤겔 좌파의 정신적 위대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들의 모든 생각에 다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나름의 입장에서 성실히 연구하고 사회적 소외와 고독과 가난과 질병과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양보 없이 주어진 사명에 충실했다. 그들은 나름의 일면성과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인물들이 되었다. 무신론자, 적그리스도, 허망한 유토피아주의자라고 비판을 받을지라도 그들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라고 책의 머리말에 남겼다.

저자 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는 부산상업고등학교(현 개성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목회소명을 받았고, 한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후에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M. A.), 독일의 튀빙겐 대학교에서 몰트만 교수의 지도로 신학박사 학위(Dr. theol.)를 받았다. 1977년부터 연세대학교 신과대학과 연합신학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명예교수로 있으며 초대소장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의 뒤를 이어 혜암신학연구소 2대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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