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차기 총무에 예장통합 김종생 목사가 선출됐다. 3일 오후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대강당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총대들은 표결 끝에 재석 168명에 찬성 97표, 반대 69표, 무효 2표로 과반수를 얻은 김 목사를 NCCK 새 총무로 최종 인준했다.
이에 김 신임총무는 차별금지법 이슈 등으로 불거진 회원 교단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지 못한 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홍정 전 총무의 잔여임기를 채우게 됐다. 임기는 2025년 11월까지.
김종생 목사는 1957년생으로 대전신학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원(목연과정)을 거쳐 필리핀 딸락주립대학교 교육대학 편입, 한일장신대학교 기독교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평택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날 임시총회에서 표결을 앞두고 명성교회 유착 의혹을 둘러싼 자격 시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 김종생 목사는 인사말에서 "명성교회 원로 김삼환 목사님은 제가 예장 통합 사회봉사부 총무로 재직했을 당시 만났다. 서해안 기름유출사건, 일본위안부할머니 쉼터, 이태원 참사 등을 돕는데 인연을 맺었다. 일각에선 저와 김삼환 목사와의 유착관계를 지적하지만, 저는 명성교회의 자원을 우리 사회의 아픈 부분으로 부끄럽지 않게 견인하고 사용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김영주 목사가 NCCK 총무로 재직했을 당시 본 단체 지도부와 긴밀한 소통을 했다. 감명 깊은 부분은 원탁회의를 통해 구성원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이후 NCCK는 관계된 인사들의 의식과 재정 문제에 시달려 왔다. 사무처의 부족한 재정 문제는 NCCK 회원 교단 관계자 모든 분이 대형교회의 자본이 아니라 과부의 두렙돈으로 힘을 실어달라"고 했다.
아울러 "총무 한 사람이 바뀐다고 현재 진보와 보수로 양분된 한국교회의 간극을 메우기란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서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목사의 총무 인준을 위한 투표를 앞두고 그의 후보 자격을 두고 격론이 일기도 했다. 나아가 교회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와 유착 의혹이 있는 김 목사로 인해 NCCK가 분열되고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머 선거를 유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성공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 측 총대 두 명은 "김종생 목사의 총무 확정으로 에큐메니컬 진영이 분열돼선 안 된다. 선거 유보해야 한다" "김 후보가 총무가 될 경우 NCCK는 명성교회 문제에 대해 얘기할 수 없다. 에큐메니컬의 역사적 퇴행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후보를 뽑으라 하지 말고 토론을 해야 한다. 재정 문제로 NCCK 총무 선출마저도 흔들리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목사를 후보로 추천한 예장 통합 측 총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예장통합 총회장이기도 한 이순창 목사는 "(김 목사는)NCCK의 교회 일치와 협력의 정신으로 살아 왔고, 예수님의 길을 따라 생명, 정의, 평화의 삶을 살기 위해 헌신한 분이다. 민주화 운동을 하며 감옥에서 3년을 고생하고 이 민족과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헌신했다. 예장 통합도 온 정성을 다해 뒷바라지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같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김 목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과 해명 요구가 1시간 가량 이어졌고 격론 끝에 김 목사는 투표를 통해 힘겹게 새 총무로 선출됐다.
김 신임총무는 취임사에서 "현장의 사람으로 고난당하는 자들의 친구가 되겠다. 하나님의 생명과 정의, 평화에 반하는 것들과 불의와 분열에는 과감하게 거리 두기를 하겠다"며 "NCCK가 당면한 재정 문제 앞에, 맘몬과 거리를 두며 넓은 길이 아닌 좁은 길을 가겠다. 세계적인 연대에도 힘쓰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