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한일 관계의 파탄, 핵오염수 위협 앞에서 한일 최대 규모의 종교시민사회 연대체인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이 8.15 광복/패전일을 맞아 전례 없는 핵 전쟁 위기를 극복하고 한일 간의 오랜 과제를 해결하며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어나갈 것을 촉구했다.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은 지난 10일 <2023년 한일 종교・시민사회 8.15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전쟁 종결, 평화협정 체결 ▲일본의 평화헌법 수호 ▲역사 수정 ・부정주의 극복과 역사정의 실현 ▲차별 ・배타적인 이민정책 중단 ▲ 간토대지진 진상규명과 국가 책임 촉구 ▲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등 총 6개 항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전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종생 총무는 "최근 한일 정부 간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외교활동은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것과는 배치되며 불행했던 과거를 딛고 보다 나은 미래를 열어가려는 한일 양국 시민들의 열망과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뿐만 아니라 역사 왜곡과 한국인 혐오와 차별, 한반도 상황을 국익의 기회로 보는 일본의 우익 세력의 현실은 한일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김 총무는 "'일본군 성노예제'와 '조선인 노동자 강제동원'에 대한 사실이 부정되는 파행을 거듭하며 피해자들의 존엄과 권리를 계속해서 실추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역사부정의 긴 터널에서 일본이 다시 전쟁이 가능한 군사대국을 꿈꾸는 몰역사적 행보는 역사의 퇴보를 부추길 뿐이다. 이것은 결국 한일 양국 시민들 모두에게 또 다른 절망의 시대를 경험하게 할 뿐이다"라고 전했다.
광복 78주년을 맞아 남북의 화해와 평화공존의 실현이야말로 "민족의 자주독립과 해방을 완성하는 열쇠"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총무는 "전쟁과 분단은 억압적인 냉전문화를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새겨놓았고, 적개심과 불신은 철옹성이 되어 평화를 향한 상상력을 지속적으로 퇴화시켰다"며 "비록 전쟁을 마주한 일상 속에서 화해와 용서, 상생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은 고난에 찬 신앙의 결단이지만, 우리는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온전히 회복하고 자주와 독립, 해방과 평화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한반도 희년의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또 "일제강점에 협력했던 어두운 역사를 지닌 채 해방 이후 갈등과 분열, 증오와 적대의 질서를 만들고 지속시켜 오는데 기여한 부분을 깊이 반성하고 더 이상 분단질서가 아닌 평화를 이루는 순례의 여정으로 나아갈 것이다"라며 "이는 우리를 깊은 회개의 자리로 이끌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한일관계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로 진실을 왜곡시키는 일본의 책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강주석 총무는 "가톨릭 교회는 진정한 평화는 오로지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만 가능해진다고 가르친다. 상호 용서가 정의에 대한 요구를 묵살해서는 안되며, 진실에 이르는 길을 막아서서는 더더욱 안된다고 강조한다"며 "정의와 진실은 화해에 필요한 실질적 조건들인 것이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의와 진실, 역사 안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가 있고,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대표적 사례 일 것"이라며 "이는 지금까지 조선인 차별, 나아가 이주민, 난민에 대한 차별까지 이어지고 있다. 간토대지진 대학살의 역사가 참회와 속죄를 통해 진정한 화해로 나아가는 새로운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며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이 밖에 일본의 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환경운동연합 김춘이 사무총장은 "핵은 평화가 아니라 죽음이라는 것을. 기준치를 초과한 세슘이 평화로워야할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다"라며 "평화로운 뜻을 가진 태평양에 일본 오염수가 해양 투기 된다면 태평양은 더이상 평화롭지 않을 것이다. 평화롭다는 의미의 태평양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8월 18일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정부는 중요한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