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생태학적 재앙의 근본 원인은 돈에 대한 욕망"

몰트만 교수 96세 기념논문집에 발표된 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 논문

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최근 몰트만 교수 96세 기념논문집 『너희의 구원이 가까웠으니, 너희의 머리를 들라』(Erhebt Eure Häupter, weil sich Eure Erlösung naht)에 '자연을 반하는 것은 생명을 반하는 것이다!'(Gegen die Natur ist gegen das Leben!)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김 교수는 현대 생태학적 재앙의 근본 원인을 "돈에 대한 인간의 무한한 욕구"라고 지목하며 돈에 대한 인간의 무한한 욕구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논했다. 아래는 김 교수의 원고 전문.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주

kimkyunjin
(Photo : ⓒ혜암신학연구소 제공)
▲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

앞서 우리는 현대 생태학적 재앙의 근본 원인은 돈에 대한 인간의 무한한 욕구, 곧 인간의 이기심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비록 인간이 지구를 떠나 달나라로 이주한다 할지라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비극은 반복할 것이다. 그럼 이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돈에 대한 인간의 무한한 욕구가 어떻게 극복될 수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해 예수님의 산상설교는 우리에게 매우 간단하고 명료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곧 우리는 내일을 염려하지 말고, 매일 매일 하나님이 주시는 것으로 살면 된다. 무엇보다 먼저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을 아버지 하나님은 굶어 죽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아시고, 그 날에 필요한 것을 매일 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고 기도해야 한다. 나의 양식만 구하지 않고, "우리의" 양식을 구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힘으로 얻어 쌓아놓은 것으로 살지 않고, 하나님이 매일 주시는 것으로 살아야 한다. 돈에 대한 무한한 욕구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소유를 무한히 쌓으려는 생각을 버리고, 매일의 삶을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 예수의 이 말씀은 비현실적인 것이 아닌가?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여기서 우리는 다음의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곧 대부분의 짐승들은 예수의 말씀대로 산다는 사실이다. 벌이나 개미나 다람쥐처럼 내일에 필요한 양식을 쌓아두는 짐승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짐승들은 먹을 양식을 쌓아두는 것을 알지 못한다. 가장 사납다고 하는 사자나 호랑이도 그 날, 그 시간에 필요한 양식만 취한다. 먹고 남은 것은 다른 짐승들에게 남겨준다. 그들에게는 냉장고나 냉동고가 없다. 이에 반해 인간은 아무리 배가 불러도 만족하지 않고, 소유에 소유를 쌓으려고 한다. 아무리 많이 소유해도 그들은 만족하지 않는다.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가진 것에 감사할 줄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항상 아직 얻지 못한 "부족분"이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이 되기까지 이 부족분을 채우려고 한다.

물론 자연의 짐승들도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는다. 이것은 자연의 짐승들의 삶의 기본 법칙이요, 우리 인간에게 매우 잔인하게 보인다. 그러나 자연의 짐승들은 그 날, 그 시간에 필요한 것만 잡아먹는다. 그러므로 종의 멸절이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도 자연 생물들의 종들을 멸절시키려는 인간에 반해, 자연의 생물들은 그들의 종들을 자연적인 방법으로 유지한다. 심지어 그들은 상부상조하면서 상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거의 모든 생물들이 무리를 지어 공생한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외부의 침입자가 인지될 때, 식물들도 서로에게 정보를 전달한다고 한다. 짐승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예수의 산상설교의 말씀이 짐승들에 의해 실천되고 있음을 우리는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예수의 산상설교의 말씀, 곧 소유를 무한히 축적하려 하지 않고, 매일 하나님이 주시는 것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씀은 자연질서라고 말할 수 있다. 자연의 짐승들이 이 말씀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의 산상설교의 말씀은 자연의 짐승들에게는 무슨 특별한 계명이 아니라 자연질서 내지 자연법칙이다. 산상설교에서 예수님은 바로 이 자연질서 내지 자연법칙에 따라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본래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이 이 자연질서에 따라 살도록 모든 피조물을 창조하였다. 곧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 안에서 그날에 필요한 것만 취하면서 상부상조하고 상생하도록 창조하였다.

성서 곳곳에 하나님이 "땅의 기초"를 세우셨다는 말씀이 자주 나타난다(삼하 22:16, 욥 38:4, 히 1:10 등). 땅의 기초란 무엇인가? 그것은 땅을 세우는 기둥과 같은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 만물이 그 날에 필요한 것만 취하면서 상부상조하며 상생하는 삶의 질서, 내지 삶의 법칙을 세웠다는 뜻한다. 매일 하나님이 주시는 것으로 살면서 상부상조하고 더불어, 함께 사는 것이 땅의 기초, 곧 세계의 법칙이다. 이것이 자연법칙 곧 자연의 법칙이다. 타락한 세계 속에서 자연의 생물들도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지만, 그래도 그들은 하나님이 세우신 "땅의 기초" 곧 자연의 법칙을 비교적 잘 지키며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구약성서도 이 자연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 이르렀을 때 먹을 것이 없었다. 약 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사람들에게 매일의 양식을 공급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이 때 하나님은 만나와 메추라기를 주시면서, 그 날에 "각자가 먹을 만큼씩만 거두라"고 명령한다. 이 하나님의 명령은 예수의 말씀과 일치한다. 곧 "일용할 양식"만 구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이 내일을 염려하여 더 많이 거두어 남겨 두었더니, "벌레가 생기고 악취가 풍겼다"고 출애굽기는 보도한다(출 16:4 이하).

출애굽기의 이 말씀은 우리에게 중요한 진리를 이야기한다. 우리 인간은 자신의 생명의 내일에 대한 염려 때문에 항상 더 많이 남겨 두고자 한다. 곧 부를 축적하고자 한다. 그러나 하나님 없이 자신을 위해 부를 축적할 때, 그 부에는 "벌레가 생기고 악취가" 풍기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 내일에 대한 아무 준비 없이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월 지불해야 하는 아파트 관리비를 미리 준비해야 하고, 자녀의 교육비 등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전세살이, 월세살이 하는 젊은이들이 아파트 한 채 얻기 위해 예금을 하는 것이 죄라고 말할 수 없다. 기업가들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경제적 위기에 대비하여, 혹은 기술투자를 위해, 기업의 이익을 축적해두는 것도 죄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인간의 마음에 있다. 어떤 동기로, 어떤 목적을 위해 부를 축적하는가, 또 자기가 얻은 부를 어떻게 사용한가의 문제이다. 삶의 기본적 필요와 공공의 미래를 위한 공적 목적이 아니라, 부 자체를 목적으로 삼고, "내 돈 내 것인데, 너가 무슨 상관이냐"라고 생각하며 돈을 축적하고 소비한다면, 그것은 죄악이요 하나님의 창조질서, 자연질서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하겠다. 끝없는 소유욕에 사로잡혀 부를 끝없이 축적하고자 하면서 안하무인의 소비생활을 할 때, 그것은 죄악이라 하겠다.

이같은 인간을 하나님은 본래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하였다고 성서는 말한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것은, 인간은 하나님을 닮은 사람으로 살아야 함을 뜻한다. 하나님을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은 누구인가? 그 사람은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이다. 지상의 예수는 내일을 염려하지 않고 자기를 하나님께 맡기며, 하나님이 그에게 매일 주시는 것으로 살아간다. 바로 이 예수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이다. 인간은 예수 안에 나타나는 이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살도록 창조되었다.

무신론자로 알려진 니체는 기독교 신앙이 수용할 수 없는 많은 문제점을 가진 동시에, 타락한 인간의 모습을 잘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곤충에서 진화하였다. 그러므로 인간에게는 곤충적인 요소들이 있다. 한 때 그는 원숭이였다. 그러므로 인간은 짐승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기에게 주어진 자연의 본성에서 가장 멀리 이탈하였다. 그러므로 인간은 짐승들 중에 "가장 위험한 짐승"이요 "가장 잔인한 짐승"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결단을 요구한다: "가장 잔인하고 위험한 짐승"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예수가 계시하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살 것인가? 만일 모든 인류가 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산다면, 오늘의 생태학적 재앙은 있지 않을 것이다.

성서는, 하나님은 정의로운 분이라고 말한다. 이 하나님의 정의를 우리는 생물학적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 곧 하나님은 모든 인간을 단 하나의 위를 가지며, 언젠가 빈 손으로 무덤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로 지으셨다는 뜻에서 정의로운 분이라 말할 수 있다. 돈이나 금을 가지고 무덤 속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무덤 속에서 돈이나 금은 아무 의미도 없다. 또 인간이 자기를 위해 축적한 돈이나 금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며, 오히려 그에게 더 많은 염려와 불안을 일으키고, 그를 돈의 노예로 만든다. 또 더 많은 돈이나 금이 후손들의 삶을 안전하게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후손들의 삶을 타락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은 정의롭고 공평하신 분이다. 인간을 참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은 돈을 무한히 쌓는 데 있지 않다. 소유한 아파트 숫자를 무한히 늘리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예수의 산상설교의 말씀에 따라 사는 것, 예수가 계시하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는 데 있다. 하나님이 세우신 "땅의 기초", 자연질서에 따라 사는 데 있다. 오늘의 생태학적 재앙을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길은 여기에 있다. 이 길을 따르지 않을 때, 재앙은 반복될 것이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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