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팬데믹 이후 교회는 사회와의 유대 관계 소홀히 했다"

한일장신대 박형국 교수, 팬데믹 이후 종말 공동체로서 교회 본성의 방향성 숙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회가 보여준 태도는 내적인 방향으로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흘러 사회와의 유대 관계를 소홀히 여기는 경향을 보여주었다며 팬데믹 속에서 종말 공동체로서 교회 본성의 방향을 숙고한 논문이 발표됐다.

한국기독교학회가 발간하는 한국기독교신학논총 최신호(130집)에 실린 '교회, 세상을 위한 종말 공동체: 포스트 팬데믹 교회에 대한 성찰과 전망'이란 논문에서 박형국 교수(한일장신대, 조직신학)는 팬데믹 이후 교회가 보여준 방향성과 입장에 대해 "성경의 사도적 신앙과 교회의 에큐메니칼 신조들이 가리키는 방향과 부합하는 것인지"를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글에서 "교회가 성경의 사도적 증언과 그 사도적 신앙을 충실하게 해설하는 에큐메니칼 신조의 안내를 따라 세상의 하나님 귀속성에 대한 신앙을 확고하게 견지하면서 세상과의 더욱 근본적인 결속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종말론적이고 선교적인 본질과 정체성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교회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팬데믹이 교직하는 흐름 속에서 종말 공동체라는 본질과 사명을 깊이 인식하며 세상에 여전히 종말의 희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지속해서 상기시켜야 한다"며 "세상을 위한 종말 공동체, 즉 교회가 세상에 종말의 희망을 증언함으로써 세상을 위한 공동체가 되는 데 교회의 미래가 있다"고 했다.

이러한 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신학의 중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요한신학(요 1장)과 바울신학(롬 8장)이 제시하는 교회 존재 이유와 목적을 주목하고 20세기 후반에 제안된 "온 세상을 위한 종말 공동체"로서의 교회 이해를 성찰하며 포스트 팬데믹 교회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요한신학과 바울신학은 "이 세상을 타락으로 머물러 있는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 안에서 새 창조가 이루어진 공간"으로 증언한다. 박 교수는 또 이러한 사도적 공동체 신앙이 교회의 존재 의미와 목적을 "세상을 위한 교회"에서 확인하는 20세기 후반기의 중요한 교회 이해들에서 메아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박 교수는 한스 큉(Hans Küng)의 교회 이해에도 주목했다. 한스 큉에 대해 그는 "교회가 세계에 대한 맹목적인 긍정과 부정의 양극단을 피하면서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für die Welt da sein)에 교회의 미래가 있다는 인상적인 성찰"을 보여줬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판넨베르크(Wolfhart Pannenberg) 역시 "교회가 온 인류를 위한 공동체임을 환기시켰다"고 덧붙였다.

큉과 판넨베르크의 성찰이 바르트의 선구적 통찰에 빚지고 있음도 확인했다. 박 교수는 바르트에 대해 "교회가 성육신을 본받아 세상을 자신과 "동등하게" 이해해야 하며 더 나아가 교회 자체가 세상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그는 "가현설의 그리스도" 이해를 문제삼는 것처럼 "가현설의 교회" 이해를 문제 삼으면서, 교회가 "세상에 전적으로연대"하면서 동시에 "세상과 전혀 다른" 그리스도의 본성을 따라야 한다고 역설한다"고 전했다.

교회가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를 세 가지, 즉 인식론, 존재론, 윤리의 측면에서 밝힌 바르트의 교회론도 곱씹었다. 특히 두번째 항목과 관련해 바르트가 세상과 참된 연대를 강조한 점을 주목했다. 바르트는 『교회교의학』에서 존재론적 측면에서 교회에 대한 이해를 다음과 같이 피력한다.

"세상에 대한 온전한 헌신, 말하자면 세상의 상황, 창조에 의해 세상에 주어진 약속, 세상 안에서 지배하는 교만과 나태와 기만에 대한 책임, 그 귀결로서의 세상의 곤경과 고통에 대한 유보 없는 참여.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에 보여주시고 말씀하신 자유로운 은총에 대한, 그러므로 세상의 희망에 대한 유보 없는 참여를 의미한다"

이에 박 교수는 "만일 교회 공동체가가 세상에 전적으로 속해 있음을 오인하고 부인하면서 세상과 연대 하기를 거부한다면, 그것은 교회가 세상과 달리 볼 수 있는 빛 앞에서 눈을 감는 것과 같고 결국 세상에 순응하는 꼴이다"라며 "교회가 세상과 함께 있지 않고 세상을 피하려고 하고 스스로 세상 가운데서 세상과의 일치와 연대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긍휼을 회피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예 교회의 존재 의미의 첫걸음조차 내딛 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온 세상과는 전해 달리 자신의 인격을 통해 하나님과 세상을 화해시키기 위해 망설임 없이 세상을 시인하고 자신을 세상의 것으로 만들고 세상 죄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담당하고 자신의 것으로 삼은 영원하신 하나님의 아들이 다스리는 공동체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이어서 종말론적 성격의 초기 사도적 공동체가 새 창조 운동에서 기원했음을 확인한 박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회를 성찰하고 전망하는 데 이러한 종말론적 정향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종말론적 정위를 이끌어 낸 세계적인 신학자 몰트만의 주장을 되새겼다. 몰트만은 『희망의 신학』에서 이렇게 밝힌다.

"기독교는 처음부터 끝까지 종말론이요 희망이요 미래를 바라보고 지향하는 운동이요, 그렇기에 현재를 번역한다. 종말론은 기독교의 한 요소가 아니라 기독교 신앙 그 자체의 매개이다. 그것은 기독교의 모든 것을 푸는 열쇠요 대망의 새날의 동터 오름 속에서 모든 것을 비추는 빛이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우리 시대에 세상을 위한 '종말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본질과 사명은 신약성서에서 증언된 사도적 신앙에 대한 지구촌 교회들의 교제와 일치를 지향하고 추구하는 에큐메니칼 비전에서 가장 시의적절하고도 통전적인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에큐메니칼 비전에 대해 "복음은 인류 뿐 아니라, 온 창조 세계를 포함하고 종말론적 성격을 지닌다"며 "이 비전에 따르면 인류와 우주 만물의 창조에서 드러난 하나님의 행위는 "종말론적 구원 행위와 재창조의 종말론적 의미가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의 사역의 맥락에서 전면에 등장하는 것으로 증언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박 교수는 "생태계가 파괴되어 인류뿐만 아니라 온 피조물이 신음하는 현실에서 지구촌의 교회들은 성경의 사도적 증언과 에큐메니칼 신조에 기반을 두고 "가시적 코이노니아"를 통한 일치와 연합을 추구하며 동시에 다양한 교파적 정체성을 추구하면서 세상을 위한 종말 공동체로 새롭게 거듭나서 세상에 복음을 전하며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것이 코로나 팬데믹이 가르쳐주는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며 글을 맺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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