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신학자 최형묵 목사가 써난 신간 『민중신학 개념지도』(동연)가 나왔다. 이 책에서 민중 사건의 현장으로부터 촉발된 한국 민중신학의 얼개를 서설과 방법, 내용 그리고 전망이라는 큰 틀을 가지고 세부적으로 총 8강에 나눠 민중신학의 요체를 설명하려 애썼다.
이 책은 특히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하는 독창적인 연구보다는 민중신학이 형성된 역사적 맥락을 헤아리며 주요 개념을 중심으로 하여 그 요체를 파악하는 길잡이를 의도했다.
물론 저자는 이와 같은 얼개를 그려낸 것 자체가 하나의 고유한 입장의 반영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어떤 신학이든 영원할 수 없다는 전제로 저자는 어떤 신학이든 각기 시대적 소명을 갖고 있지만 그 소명을 다했다고 해서 그 신학의 생명력이 다한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특정한 시대 빛나는 통찰은 끊임없이 재해석 되는 가운데 영감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서남동 선생에게 있어서 복음은 원래 가난한 자들의 복음이었다. 저자는 "그 정신을 회복한 것이 민중신학이다. 여전히 가난한 이들에게 기쁨의 소식이 절실한 세상이 지속되고 있다. 갈등과 분쟁이 지속되고 있고 그 가운데서 고통을 겪는 이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민중신학의 생명력 또한 지속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물론 민중신학의 몇 가지 명제를 교조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없다. 그때그때마다 창의적인 해석이 더해질 때 그 생명력은 지속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저자는 "민중신학의 소임은 다했다고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세상이 그다지 변하지 않고 사람들의 고통이 여전한 상황 가운데서, 혹시라도 안락함의 유혹에 빠지려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면 민중신학은 그 유혹에 빠진 삶을 방해하는 등에와 같은 역할로 끊임없이 일깨울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