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알쓸신학 2] 알렉산드리아 학파는 신플라톤주의를 어떤 식으로 수용하였나

클레멘스와 오리게네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Photo :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상상화. 19세기 독일 화가 코르벤이 당시 고고학 자료를 토대로 재현한 작품이라 알려짐.)

초대교회 신학의 3대 학파는 알렉산드리아 학파, 안디옥 학파, 카르타고 학파(라틴 학파)이다.

알렉산드리아 학파는 이집트의 수도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알렉산드리아는 알렉산더 대왕이 이집트를 정복하고 세운 문화도시였다. 훌륭한 도서관이 세워진 도시였고, 유대인들이 많이 살아 헬라적 유대 학파가 만들어졌다. 이 도시에서 구약성서 70인역이 편찬되었다. 이곳에 그리스도교의 지도자들은 신조교육학교(Catethetical School, 이장식 역)를 세웠다. 이방인들에게 신앙의 기초 지식을 가르치는 학교이다. 이 학교의 초대교장이 판태누스(?~190), 2대 교장이 클레멘스(150~215), 3대 교장이 오리게네스(185~253)다.

철학과 알렉산드리아 학파

알렉산드리아 학파는 그리스 철학의 영향 가운데서 배양되었다. 당시 철학은 단순한 학문의 한 분과가 아니었다. 폴 틸리히는 "고대가 끝날 무렵, 그리스 철학은 종교가 되었고, 종교는 신비주의적 철학이 되어 있었다"고 밝힌다. 당시 철학은 종교적 태도를 전제하거나 내포하고 있었다. 그리스도교는 철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한편으로 철학을 경쟁상대로 삼고 대결하기도 하면서, 자신들의 진리와 메시지의 초석을 닦아나갔다.

틸리히는 알렉산드리아 학파와 신플라톤주의의 관계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신플라톤주의의 체계는 알렉산드리아에서 이루어졌다. 신플라톤주의는 플라톤적이고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사상 등을 융합시킨 하나의 체계였고, 학문적ㆍ종교적 측면뿐 아니라 정치적 의미도 지니고 있었던 거대한 흐름이었다. 신플라톤주의의 대표적 인물은 플로티누스(203-269/270)이고 그의 핵심 사상은 유출설이다. 신은 일자(一者)이고 만물은 신으로부터 유출되었다. 세계는 일자로부터 누스(nous, 정신), 프시케(psyche, 혼), 물질(hyle)로 내려가는 계층구조를 이루고 있고, '유출'된 것들은 다시 '회기'하고자 한다. 이 유출과 회기는 '신과의 결합'이라는 개념에 닿는다. 신플라톤주의는 기본적으로 신비주의적이다.

신플라톤주의의 체계는 그리스도교의 교리 체계를 세우는 데에 활용되었다고 보는 것이 보편적이다. 틸리히는 "그 뒤[오리게네스 시대]의 그리스도교 신학의 발전은 신플라톤주의에 관한 지식이 없이는 이해할 수가 없게 되었다"라고 밝힌다. 그러나 신학이 신플라톤주의 사상을 일방적으로 흡수한 것은 아니다. 틸리히는 동시에 클레멘스와 오리게네스가 신플라톤주의와 싸웠다고 밝힌다.

클레멘스
(Photo :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

클레멘스(Clement, 150-215)

클레멘스는 그리스 철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그리스 철학이 유대교만큼 그리스도교의 출현을 준비해 주었다고 평가하며, 그리스 사상을 자신의 저술에 많이 반영했다. 그는 특히 스토아 철학에 가까웠다.

클레멘스는 로고스론을 발전시켰다. 그에게 로고스는 '신적인 계시의 힘'이고 '신의 모든 계시의 매체'이고 '인간을 사랑하는 신의 기관'이고 '인류의 교육자'이다. 로고스는 인간의 정신 속에서 끊임없이 활동한다. 로고스는 유대인은 율법으로 교육하고, 그리스인은 철학으로 교육하고, 다른 민족은 또 다른 방법으로 교육하면서 인간 안에서 활동한다. 마치 신이 자기 계시를 모든 사람에게 빠뜨리는 일이 없음같듯 하다.

클레멘스는 신앙인이자 철학자였다. 그는 기독교 신앙의 진리와 그리스 철학의 종합을 위해 노력했다. 고대 말기의 그리스에서 '철학자로서 산다는 것'은 될 수 있는 대로 '신을 닮는 사람이 되기를 갈망한다는 것'을 의미했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클레멘스에게 '철학한다'라는 것은 '로고스에 따라 산다는 것', '이성적인 삶 곧 의미에 찬 삶을 사는 것'을 의미했다. 클레멘스에게 로고스를 따라산다는 것은 "신앙과 사랑의 영역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틸리히는 밝혔다.

클레멘스는 한편으로 영지주의를 비평하지만 영지주의적 경향을 띤다. 그에 따르면 신앙은 그 자신을 넘어 그노시스(gnosis) 곧 인식을 지향해 가는 것이고, 그리스도인은 모두 그노시스의 도상에 있다. 그리스도인은 '완전한 영지를 가진 자'이다. 완전한 영지를 가진 자의 '최고 선'은 '신 인식'이다. 모든 인식 중에 최고의 인식은 신 인식이다. 이 인식은 학문적 인식이 아니고 신에의 참여이다. 이것은 신비적인 요소이다.

오리게네스
(Photo :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 )

오리게네스(Origenes, 185~253)

오리게네스는 그리스도교 최초의 교의학 책(『원리론』, De principiis)을 쓴 학자이다. 그는 신플라톤주의자였고, 영지와 교회의 가르침을 종합시키고자 하였고, 로고스 신학자였다. 그리고 초대교회의 우의적(은유적) 성서해석의 대표자이기도 하다.

오리게네스는 최초의 신학 체계를 만들어낸 신학자로 꼽힌다. 『제일원리』(The First Principle)에서 창조론부터 종말론까지 체계적으로 서술했고, 『육중역본』(Hexapla)에서는 히브리어를 위시하여 구약의 여섯 번역본을 나란히 달아서 비교하였다. 한편으로는 한편으로 금욕생활을 몸에 익혀 마룻바닥에서 잠자기도 했고, 스스로 고자가 되기도 했다. 과부가 된 모친을 모시는 장자로서 생활비 충당을 위해 집에 있던 세속학문의 책을 팔았다고 전해진다. 그는 알렉산드리아 신학교에서 가르쳐 감독이 된 제자들이 초청하는 곳에 가서 영지주의와 이단사상들을 비판하는 순회강연을 많이 하여 명성이 널리 퍼졌다.

오리게네스는 신을 존재 자체(esse ipsum)로 이해한다. 신은 모든 것의 근원이고 모든 것을 초월해있다. 신은 자신 속에 로고스를 가지고 있는데, 신은 로고스를 통해서 세계에 자기 자신을 열어 보인다. 신적 로고스는 신적 심연으로부터 영원히 발출된다. 로고스는 모든 존재의 우주적 원리이고, 모든 존재는 로고스 안에서 하나가 되어 세계를 구성한다. 여기서 로고스는 두 측면을 가지고 있다. 로고스는 한편으로 아버지와 같이 영원하고, 다른 편으로는 아버지보다는 낮은 존재의 힘을 갖는다. 아들은 아버지보다 낮은 존재이고, 성령은 아들보다 낮은 힘을 갖는다.

오리게네스는 성서를 알레고리적으로 해석(allegorical interpretation, 우의적/은유적)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성서를 세 형태로 해석하는데, 첫째로는 역사적 사실의 형태로 해석하고, 둘째로는 도덕적 의미로 해석하고, 셋째로는 영적인 의미로 해석한다. 이 영적인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알레고리적 해석의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성서를 문자 그대로 이해할 수도 있는데, 오리게네스는 문자적 의미를 넘어서지 못한 사람들을 원시적이라고 본다. 참된 의미는 은유적이고 영적인 의미이다. 다만 해석의 시작점은 문자적 의미 해석이다.

우리 시대의 철학과 신앙

우리는 클레멘스와 오리게네스의 신학에서 그들이 당대 철학으로부터 영향받은 요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그들은 그리스 철학자이면서 동시에 신앙인이었고, 두 정체성을 모두 긍정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틸리히는 이들이 "그리스도교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서" 신플라톤주의의 여러 가지 개념을 "사용했다"라고 밝힌다.

오늘 우리 시대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거대 물결이 압도하고 있다. 어떤 영역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교리는 문자 안에서 포스트모더니즘과 확실한 선을 그어 절연할 수 있어도, 실존에서의 신앙은 그럴 수 없다. 그렇다고 굳이 오늘날 사상과 그리스도교 진리를 종합하려고 애쓸 이유는 없다. 다만 한쪽을 택하기 위하여 다른 한쪽을 반드시 버려야만 하는 배타적 신앙만이 유일한 신앙의 길은 아니라는 것을 초대 교부들은 보여주고 있다.

성서 해석의 문제 또한 현대의 주요한 학문 분과인 해석학의 문제와 직결된다. 사실상 성서해석의 문제는 성경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짊어지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서해석의 문제를 개인적 차원에만 놓을 수 없는 것은, 종교가 진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해석의 입장 차이가 때로는 공동체에 큰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틸리히는 오리게네스가 알레고리적 해석을 시도한 것과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이 문헌학적으로 정확한 텍스트를 권위로 삼은 것을 대비시킨 적이 있다. 물론 양극의 긴장을 중시한 틸리히 신학 체계에서 그 어떤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은 없다. 다만 양극이 모두 필요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된다는 것이 그의 기본적 지론이다.)

 

글 이민애 박사  eleison2023@gmail.com

이민애 theworld@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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