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이모는
살아계실 때
좋은 분이셨다
집에 가면
맛있는 음식을
정성스레 차려주시고
돌아올 때는 꼭
용돈을 챙겨 주셨다
그 좋은 이모가
늙어
요양원으로 가셨다
가지 않겠다고
가기 싫다고
보내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애걸해도 결국
가야하는 곳
처음에는 늙고 병든 부모를
떠밀어 보내는 자식이
괘씸하고 분하고
억울하고 원통해서
밤새
잠못자고 눈물 흘리는 곳
그러다가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
친구 삼고
언니 동생 되어 하루하루
죽음을 준비하는 곳
자식의 그리움을
부부의 애틋함을
가슴 깊이
묻어 두어야 하는 곳
생각나지 않는 남편
기억할 수 없는 아내
이름도 잊어버린 자식들
애써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곳
서럽지만 외롭지만
아프지만 눈물겹지만
따뜻하고 포근한 곳
이따금 찾아오는
손주 자식 올 때만
손꼽아 기다리는
그리움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곳
주면 주는 대로
하라면 하는 대로
어린아이처럼 그저
따라하기만 하면
되는 곳
우리 이모는 그곳에서
하늘나라로 떠나가셨습니다
이모가 그립습니다
이모가 차려주신
밥상이 눈물나게
그립습니다
-권영종 목사(이수교회)-
『어느 노숙인과 함께 한 시, 이야기』(정석현·권영종 지음/ 도서출판 우리와누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