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동성 커플이 성당에서 축복을 받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은 18일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이라는 제목의 교리 선언문을 통해 가톨릭 사제가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집전해도 된다고 밝혔다.
가톨릭 교회가 이제껏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배제해 왔다는 점에서 교황청의 이번 선언은 역사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은 교회 정규 의식이나 미사 중에 집전해서는 안 되고 해당 축복의식는 혼인성사와는 구별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는 결혼은 이성 간에만 성립한다는 기존 교리를 흔들지 않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선언문에서 "(동성)축복이 규정에 어긋나는 모든 상황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느님은 모든 이를 환영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순한 축복을 통해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교회가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막아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선언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공식 승인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간 동성 결합 및 결혼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동성 커플에 대해 포용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는 특히 지난 2013년 교황 즉위 직후 동성애자 신부를 둘러싼 논쟁에서 "내가 누구를 심판하리오"라고 밝힌 바 있으며 지난 8월에는 "성전환자도 결국 하느님의 자녀"라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보수적인 입장에서 동성 커플을 배제해 온 가틀릭 교회에서 진보 성향 개혁파로 평가 받는 교황의 이번 결단을 둘러싸고 교회에 혼란과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