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찬성 동조'(감리회 장정 3조 8항)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동환 목사가 '출교' 선고를 받은 가운데 지난 18일 오후 2시 감리회관 앞에서 출교 판결에 항소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동환 목사와 이 목사를 지지하는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2천 8백여 만원의 재판 비용을 청구한 재판부를 규탄하며 1) 환대와 사랑의 목회를 지향하는 이동환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할 것 2) 교회 안과 밖에 존재하는 성소수자를 포함하여 이번 재판 과정으로 상처입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사과할 것 3) 감리회는 차별과 혐오가 아닌 환대와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로 회복해 나갈 것을 요구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
우리는 환대와 사랑을 향해 담대하게 전진할 것이다
성소수자 환대 목회를 한 이동환 목사 '출교' 선고 항소에 부쳐
2023년 12월 8일,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원회(위원장 박영식)가 이동환 목사에게 '출교'를 선고했다. 절차상의 문제로 공소기각과 부활, 무산과 재부활을 반복하더니 결국 성소수자를 환대한 목회자를 교단 밖으로 내쫓고 28,643,532원이라는 상상을 초월한 재판 비용을 청구했다. 엉터리 재판을 강행하여 중세 시대 '마녀사냥' 식으로 이동환 목사를 괴롭힌 것도 모자라 목회자 한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재판 비용을 물리다니. 이는 이동환 목사뿐 아니라 성소수자 존재 자체를 교단 바깥으로 치워버리려는 치졸하고 악의적 행태다.
우리는 묻고 싶다. 목회자가 성소수자, 그들과 연대하는 그리스도인을 축복한 것이 죄인가? 한국교회가 쌓은 견고한 차별과 혐오의 담으로 인해 하나님께로 나아오는 길이 가로막힌 이들에게 그 담을 부수고 달려가 축복의 꽃을 뿌리며 복음을 전하는 일은 그 누구보다 목회자가 해야 할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금 우리는 누가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 채 두려움을 견디고 있으며, 누가 교회에서 밀려나 슬퍼하고 있는지 사려 깊게 돌아보아야 한다. 성소수자를 향한 교회의 차별과 혐오가 극심한 오늘날 그 누구도 하나님께로 나아오는 길이 막혀서는 안 되기에 목회자가 앞서 무지개 깃발을 휘날리는 일은 중요하다. 그렇기에 이동환 목사가 축복식을 집례 하고, 성소수자들을 위해 활동한 일은 정당하다.
우리는 묻고 싶다. 세상에 오신 예수는 무엇을 했으며, 그리스도인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 동성애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이들은 예수께서 우리의 죄 때문에 죽으셨고 우리를 구원했다는 것을 믿는다면 절대로 동성애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러한가? 예수가 이 땅에 어떻게 오셨고 어떻게 사랑하셨는지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 주장은 틀렸다는 걸 알 수 있다. 아기 예수는 죽음과 함께 왔다. 유대의 왕이 태어날 것을 두려워한 헤롯이 그 시기에 태어나는 남자아이들을 모조리 죽였기 때문에 예수는 사망의 기운 속에서 동물과 이교도들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났다. 예수의 삶은 온통 불온했다. 타락한 교회의 상을 뒤엎고, 안식일에 병자를 고쳤으며,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자들과 함께 먹고 마셨다. 예수는 그저 가난한 자들과만 함께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불온하고 불량하다고 여겨진 이들과 편견 없이 어울렸다. 그가 감히 평등을 말하고 사랑을 말하고, 더불어 사는 하나님나라를 외쳤기 때문에, 이를 두려워한 교회 권력과 제국의 폭력이 사망의 권세를 떨친 것이다. 그러나 예수는 사망의 권세보다 강했다. 그런 예수의 사랑과 부활을 증거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지금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 예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 율법주의자들의 자리인가? 예수가 사랑한 이들의 곁인가?
우리는 묻고 싶다. 감리회는 자신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의미를 알고는 있는가? 성소수자를 환대하고 그들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목회자에게서 감리회의 일원이 될 자격을 박탈하고 내쫓은 출교 선고와 부당한 재판 비용 청구는 감리회가 한국사회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이번 판결로 약한 자, 차별받는 자, 사회적 편견과 배제에 노출되어 고통받는 자는 신앙의 이름으로 정죄당할 것이고, 모욕과 수치를 당한 채 내쫓기게 될 것이다. 또한 환대와 사랑의 목회를 실천해야 마땅한 목회자들과 목회자 후보생, 신학생, 성도들은 불의한 침묵 속에 갇히게 될 것이다. 이는 예수의 뜻이 아니다. 성령은 세계 속에서 친히 일하시며, 사람들 가운데 깊이 연대하고 편견을 넘어 연합하며 우정과 환대의 역사를 앞당기길 원하신다. 그런데 교회는 담을 더 높이 세우고, 철 지난 이분법적 성서 해석의 권위를 내세워 차별과 혐오의 역사를 써가는데만 골몰하고 있다. 이것이 예수의 이름으로 교회가 할 일인가? 그렇게 사회 속에서 고립되어 대화 불가능한 존재가 되고 싶은가?
우리는 감리회에 분명하게 요구한다. 환대와 사랑의 목회를 한 이동환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라. 교회 안과 바깥에 존재하는 성소수자는 물론, 이번 사건으로 상처 입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 차별과 혐오에 앞장선 것을 회개하고 예수의 뜻 안으로 속히 돌아와 환대와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게 힘쓰라.
우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절박하게 호소한다. 이번 판결은 교회 안의 다양한 의견, 더 나은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 누군가는 절망하여 교회를 떠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두려움은 폭력을 부르나, 용기는 사랑을 초대한다. 두려움과 절망에 사로잡히지 말고 용기 내어 차별과 혐오에 깊이 물든 교회에 저항하라. 그들이 신앙의 언어를 불순하게 독점하며 종교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막아내고 그리스도의 정의와 사랑, 환대와 은총을 더 강력하게 실천하자. 이것이 새로운 시대와 교회를 향한 예수의 사명이다.
그리스도의 교회, 그 가운데 하나인 감리회는 더 힘 있고 돈 있고 권세 있는 자들의 교회가 아니다. 감리회가 아무리 출교 선고로 모욕을 주어도, 상식 바깥의 재판 비용 청구로 항소할 의지를 꺾으려 해도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오늘 우리는 감리회가 이동환 목사에 대한 출교를 돌이켜 모두의 교회로 거듭나도록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이 기회의 의미를 무겁게 여기고 잘못된 판결을 돌이킬 것을 예수의 이름으로 강력하게 요구한다.
2023년 12월 18일
성소수자 환대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