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정신적, 신체적 역량을 향상시키는 문화적 운동을 가리켜 트랜스휴머니즘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담론이 신학계의 주된 화두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과학생명포럼 대표 김흡영 박사(전 강남대 신학교수)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이보그, 현인, 그리고 성인: 도의 신학에서 본 트랜스휴머니즘'에서 트랜스휴머니즘을 "서구에서 도입된 잠재적으로 위험한 개념으로 보고 있다"며 이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김 박사에 따르면 트랜스휴머니즘 선구자인 닉 보스트롬은 트랜스휴머니즘을 지난 20년 간 점진적으로 발전한 세속 인본주의와 계몽주의의 발전된 형태로 정의한 바 있다. 그는 트랜스휴머니즘이 과학과 합리적 방법을 통해 현재 인간의 본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건강 수명을 늘리고 지적 및 신체적 능력을 확장시키며 우리 자신의 정신 상태와 기분을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봤다.
반면 트랜스휴머니즘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공존한다. 스탠퍼드의 일본계 미국인 철학자 후쿠야마(2009)는 이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아이디어"라고 비판했다. 동아시아 신학자 중 한 사람으로 김흡영 박사 역시 "나의 견해는 한국 배경과 더 넓은 동아시아 맥락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고 전제하고 "한국과 같은 국가들이 황우석 박사가 이끄는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와 같은 악명 높은 사건을 통해 실험장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은 단지 한국의 과학 팀의 부적절한 행동만이 아니라 기술 진보된 국가로 전환하는 동아시아 국가가 직면한 더 넓은 도전들을 강조한다. 이러한 도전에는 새로운 기술 개발, 시장 잠재력, 경제적 이득, 글로벌 경쟁, 국가적 이해관계 등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또 "이러한 환경에서 과학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때때로 혁신적인 과학과 기술을 추구하며, 때로는 센세이셔널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개발 도상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특히 "아시아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발전한 국가인 일본도 이러한 압박을 경험했다. 이는 특히 젊은 일본 과학자 오보카타 하루코가 관련된 STAP 세포 스캔들과 같은 줄기세포 연구의 논란을 통해 입증된다"며 "이 사건들은 동아시아 개발과 전 세계적 맥락에서의 과학적 진보가 수반하는 윤리적 및 실용적 복잡성을 상기시켜 준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랜스휴머니즘은 포스트휴머니즘 담론에서 파생한 세부 담론으로 평가되고 있다. 닉 보스트롬은 "존재는 현재 인간의 주요 능력 중 최소한 하나 이상의 능력에서 현재의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을 때 포스트 휴먼"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트랜스휴머니즘은 휴머니즘을 넘어 포스트휴먼에서 주장하는 신체향상 기술의 가치를 받아들이고 이를 인간의 몸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기술 총체를 수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구체적으로 인간의 몸에 부분 보철(포로스테시스), 유전자 변형, 프로그램 업로드 등 신체 재생산 방식의 변화를 수용하고 전통적인 인간 존재 방식의 변화를 허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