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이 아레오바고 설교에서 이방 문헌을 인용한 것을 두고 바울이 자연신학을 주장했다는 학설에 대해 반박하는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신학과 실천」 최근호(2023년 11월호)에 게재된 연구 논문 '바울의 아레오바고 설교에 대한 해석학적 고찰'에서 문배수/허근 박사(대신대학교)는 "이 설교에 나오는 이방 문헌에 대한 인용이 헬라문학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다신론이나 자연신학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만일 바울이 실제로 자연신학을 주장하였다면 2000년 지난 지금 기독교 목회현장은 종교 혼합주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바울은 본문에서 나오는바 단수로 된 하나님의 이름과 이방문헌에서 나온 기록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인용문이 이방문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바울은 헬라 유대교를 통해 그것이 유일신 문헌으로 정립된 것을 본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또 "그런 점에서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이 허용하는 한에서 우리는 우리 주위에 있는 고유문화에 해당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헬라문화 속에서 바울이 전하는 것은 그리스도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다"라고 덧붙였다.
바울의 이 같은 설교 방식에 대해 이들은 "그것은 헬라 문화를 긍정하는 것과 동시에 그 속에 있는 불신앙을 비판하며 회개를 촉구한다. 마찬가지로 전도자가 한국사회에서 복음을 전하는 것은 한국 문화를 긍정하는 것과 동시에 한국 전통에 들어 있는 불신의 것을 비판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복음 전도 설교는 문화의 고유성을 인정하면서 한국사회 참여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며 한국문화에 대한 비판적 수용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들은 "설교의 내용도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설교유형을 구분하는 데 있어 설교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중이 누구인가이다. 이 설교에서는 청중이 이방철학자들이기 때문에 이것은 이방인을 위한 설교로 이해되어야 한다"며 "설교는 내용보다 그 설교를 듣는 청중에 따라 분류된다.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라는 말씀처럼 설교는 성육신의 정신을 현장에서 실현시키는 것이며 청중속에 들어가 청중과 함께 어울려지는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