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분단의 폭력성은 우리를 광범하게 오염시켜"

NCCK, 2024년 부활절 남북공동기도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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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철원,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고장의 모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종생 총무) 화해통일위원회(한기양 위원장)가 '2024년 부활절 남북공동기도문' 남측초안을 발표했다. NCCK는 기도문에서 한반도에 하루 빨리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남과 북, 북과 남의 교회가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는 그 날이 오도록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아래는 기도문 전문.

2024년 부활절 남북공동기도문(남측초안)

감격 속에 남북북남이 함께 부활절남북공동기도를 시작한 지 28년이 지났습니다.

통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신 하나님께 영광 돌리면서 시작한 기도입니다.

통일로만 마지막 그 소임을 다하게 하옵소서.

하나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힘에 의한 평화, 자유의 북진정책과 핵 무력 증강, 적대적 국가 관계 선언은 너무나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그동안 어렵게 만들어졌던 수많은 합의는 힘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남북 북남을 향해 총을 겨눈 디엠지 초소가 복원되고 남북경협의 경의선 도로에 지뢰가 깔렸습니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해산되고 민족의 혈맥 잇기 과제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13만 명이 오고 가던 남북 정상의 회담 통로, 평창올림픽을 함께 준비하던 숨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강압으로 너덜해진 10만의 이산가족들은 자연스러운 만남을 거절당해 왔습니다. 그리움으로 북에서 남을, 남에서 북을 바라보는 이산의 눈물을 제대로 닦아드리지 못했습니다. 한국 사회에 스며든 분단의 폭력성은 우리를 광범하게 오염시켜 상처를 키웠습니다.

하나님 우리를 용서하옵소서.

한반도 역사와 앞으로 살아갈 긴 미래 한반도 속에서 분단은 아주 잠깐입니다. 그러나 그 상처는 너무 큽니다. 분단에 이바지한 죄지은 모든 자를 불쌍히 여겨 주시고 통일에 더 적극적이지 못했던 저희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민족의 십자가를 똑바로 지지 못하고 분단을 심화시킨 죄를 용서하옵소서.

반통일 분리 안정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옵시고, 탐욕적 국제질서의 악에서 건져주옵소서.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게 하옵소서.

오늘 우리에게 한반도 평화에 필요한 지혜와 사랑과 결기의 양식을 주옵소서.

정권이 바뀌어도 통일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남북 북남에서 통일정책이 법제화되게 하옵소서.

남북 북남이 지금 겪는 모든 역경이 통일일꾼을 키우는 과정이 되게 하옵소서.

평화의 생활화로 한반도 미래를 준비하게 하옵소서.

한반도의 분단이 끝이 아니라 평화로 가는 마지막 단계가 되게 하옵소서.

혼사가 오가고 남북 북남의 청년들이 가족을 만들게 될 날을 기도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에서 일으키신 능력이 분단을 무너트리는 원천이 되게 하옵소서.

한반도 통일을 통하여 아버지 이름이 높여지게 하옵소서.

하나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한반도 어디선가 진달래가 봉우리를 세우면 고난주간이었고 피어나 번지면 부활주일이었습니다. 부활절 평화가 그렇게 한반도에 진달래로 피어나게 하옵소서.

고난주간 한반도의 상처를 아프게 바라보게 하시고, 부활주일을 통하여 통일 한반도를 힘 있게 바라보게 하시고, 승천 주일을 지나며 남북 북남의 모든 교회가 분단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옵소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한반도 평화가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2024년 3월 3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조선그리스도교련맹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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