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정치를 외면하고 지상의 순례길 통과할 수 없어"

한석문 목사, 3월 NCCK '사건과 신학'에 기고한 글에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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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NCCK)
▲그리스도인으로 선거 참여와 정치 참여

3월 NCCK '사건과 신학'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4월의 꽃, 총선'이란 주제를 다뤘다. '그리스도인으로 선거 참여와 정치 참여'란 제목의 글을 기고한 한석문 목사(NCCK 신학위원회 부위원장, 해운대감리교회)는 '교회와 국가' 혹은 '교회와 정치'의 관계가 늘 모호했다는 지적과 함께 같은 이론을 가지고도 서로 다른 정치적 노선을 걸어온 루터파 전통을 되짚어 주목을 모았다.

그에 따르면 루터파 전통은 '두 왕국 이론(Zwei-Reiche-Lehre)'을 통해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조명했는데 루터파의 법학자인 요한네스 헤켈(Johannes Heckel)이 '두 왕국 교리의 미로(Irrgarten der Zwei-Reiche-Lehre)'라고 모호하게 표현한 것에서 보듯이 '교회와 국가' 혹은 '교회와 정치'의 관계는 늘 모호했으며 실천적인 측면에서는 그 혼란이 더 심화되기도 했다.

한 목사는 "서독의 루터주의자들은 이 두 왕국 이론을 기반으로 정치적 보수주의 노선을 지지하는가 하면, 동독의 루터주의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이 이론을 근거로 국가사회주의를 옹호하였다"고 했으며 뿐만 아니라 "이 이론은 독일의 일부 루터주의자들에 의해 제3제국 시대의 히틀러에 대한 호의를 보이는 중립적 태도의 기반으로 이용된 예도 있으며, 노르웨이 주교 베르그그라프는 반대로 나치 폭정에 저항하라는 호소에 이 이론을 적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루터 역시 교회와 세속권력의 종합의 문제에 있어서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는 게 한 목사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루터는 정치적 권위와 영적 권위의 기원을 두 왕국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하나님이 이 세상을 통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두 왕국을 세우셨는데, 그의 오른편에는 그리스도의 왕국, 왼편에는 세상의 왕국이 있으며, 인간은 신앙인으로는 '그리스도인(Christ-Person)'이 되고 행위로는 '세계인(WeltPerson)'이 된다는 것이다.

한 목사는 "루터에 따르면 두 왕국 모두 하나님께서 창조질서에 따라 세운 것이며, 그것은 곧 세상을 통치하기 위한 하나님의 두 가지 방식이라는 것이다. 루터의 이 두 왕국 이론의 핵심은 하나님의 이중적 행정방식 즉 오른편과 왼편이 상호보완하며 '지배영역'을 가진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루터는 우선 순위에 있어서 세상 왕국 보다 그리스도의 왕국이 먼저였다. 한 목사는 "만약 정치적 권위를 가진 자가 불의를 일삼고 독재를 행할 때는 저항을 통해 직무의 본래적 자리를 회복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 때의 저항 역시 하나님께 대한 복종으로서의 저항이다"라고 했다. 세상의 불의에 하나님 나라 백성들은 타협하거나 순응하지 말고 저항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한국 역사 속에서의 교회와 정치를 돌아본 그는 "1948년 7월 제헌국회가 제정하여 공포한 대한민국의 헌법에서는 정교분리 원칙을 일관되게 표방해왔지만, 하나의 수사(修辭)일 뿐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1960년 이승만의 독재와 부패, 3.15 부정선거에 분노해 발생한 4.19 혁명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고, 양식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의 설 자리가 어디인가를 민족사적 관점에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로 이어지는 한국교회의 인권, 민주화 운동은 바로 이와 같은 진지한 성찰의 결과였다"고 전했다.

한 목사는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깊이 성찰한 가시적 성과로 서구의 교회들이 '제2의 바르멘 선언'으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1973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을 들었다. 이에 대해 한 목사는 "한국의 억압적인 상황 때문에 비밀리에 전파된 이 선언문은 한국교회가 처해있는 상황을 전하며, 그 상황 속에서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어떠한 신앙 위에 어떠한 소망을 가지고 있는가를 매우 분명하게 선언했다"고 밝혔다.

"정치를 외면하고 지상의 순례길을 통과할 수 없다"고 밝힌 그는 마지막으로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정치참여는 선거를 통해 가능하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그리스도인은 삶의 자리에서 이 꽃을 피워내야 한다.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따라서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자 세상 나라의 국민인 그리스도인은 선거를 통해 나라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보냄으로서 하나님의 공의를 실현하고, 하나님의 사랑이 실현될 수 있는 역사를 꽃피워내야 한다"고 전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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