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목사의 정치 참여 문제를 놓고 보다 나은 선택지를 고민하고 제시한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의 글이 주목을 받고 있다. 차 교수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목사란 입장에서 어떤 정치색을 표방해 그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이라도 소외시키거나 실족시킬 권한이 없다"며 "그래서 나는 선거철마다 꿀 먹은 벙어리로 일체 함구하고 극도로 조심하는 목사들, 특히 윤 정권을 비롯해 그 이전 군부독재 정권을 일방적으로 밀어줬던 경상도 지역 목사들의 심사를 십분 이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그 이해의 마음이 무한한 관용의 입장은 아니라서 정교분리 원칙을 제 정치적 이익 방어에 써먹으면서 극렬한 정치투쟁을 하나님 나라의 본업인 양 사사건건 시건방을 떨며 저돌적인 질주를 해온 전광훈 따위와 그 아류에 대해 마냥 포용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신앙보다 이념을 앞세우는 전광훈을 위시한 광화문의 아스팔트 신앙인들의 정치 행위는 포용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차 교수는 이어 "이런 현실, 저런 현실 감안하면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K목사 말대로 자기 찍고 싶은 사람 찍으면 되고 그 정치적 관점의 차이로 다투지 말고 포용하라는 관점이 최선 또는 차선일까. 아니면 또 다른 k목사 말대로 윤 정권은 악한이니 속히 그 소속 정당 후보 타도해서 새 체제를 꾸리면 새 하늘과 새 땅이 도래할까"라며 "나는 후자의 입장에 가깝지만 내 예언자적 비관주의가 뒷덜미를 잡는다. 혹은 법륜 스님 조언대로 평소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 있으면 맘 편하게 찍고 없으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이익을 지지해주는 사람을 밀어주는 게 좋다는 견해를 따를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 교수는 바울의 정치적 입장에서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정치 참여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 그는 "로마서 13장에 바울의 입장은 현재 공권력은 하나님이 내린 것이니 이에 복종하라는 것이었다. 일견 정치적 정적주의(quietism) 또는 현실주의의 입장으로 비친다"며 "그러나 이 말씀은 로마의 신앙공동체가 로마제국에 공세와 국세를 납부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매우 구체적인 맥락을 깔고 공동체의 의문에 답하는 내용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그 공권력의 정당성에는 악인을 징벌하고 체제의 안위와 질서를 지켜주는 정의의 사자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꼬 했다.
아울러 "그럼 그 공권력이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고 서민을 불행하게 만들며 불의와 불법을 자행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바울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한다"며 "그 해답을 보려면 로마서를 벗어나 요한계시록으로 가야 한다. 거기에는 로마제국의 권세가 "음녀 바벨론"으로 비유되며 그 불의한 권력에 순교의 피로 저항해야 한다고 독려한다"고 차 교수는 덧붙였다.
차 교수는 특히 "최근 존 바클레이의 연구에 의하면 바울은 당시 세상의 정치에 무감각하거나 무관심하지 않았고 반정치적(apolitical)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이 세상의 제국과 권력자들이 일어났다 스러지길 반복하는 거시적 역사의 흐름 속에 그 모든 세상 권력과 정치가 하나님 나라의 한시적이고 부분적인 변수라고 인식했다는 것이다. 리처드 홀슬리 등이 그리스도와 캐사르의 정치적 대립구도를 날카롭게 부각시켜 상호 투쟁의 관계로 본 관점과 다르다"고 했다.
갈릴리 민중을 섬기면서도 간교한 정치 권력을 은근히 비판했던 예수 또한 "그의 이런 정치적 반감이 진일보하여 군중을 혁명결사대로 조직하고 봉기를 주도하거나 물리적인 정치투쟁을 전개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로마의 황제나 헤롯 따위가 그들의 왕임을 거부하는 정치적인 메시지와 공의, 평화, 약자 보호 등의 전통적 토라 가치와 예언자적 저항 정신을 지향하며 목숨을 걸고 덤비다가 십자가에 정치범으로 덤터기 씌워져 처형된 점만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차 교수는 끝으로 "140년 이 땅의 개신교 역사만 자세히 공부해봐도 목사가 설교나 기타 자리에서 교인들이 매일 살아가는 이 땅의 정치경제적 현실과 사회문화적 현장에서 무엇이 하나님 나라의 가치 지향인지 그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현행 권력 구도와 그 지형 속에 권세자들이 그런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으며 또 엄혹한 국제정세 가운데 교회를 포함하여 이 나라와 민족이 생존을 이어가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가기 위해 어떤 정치적 지혜와 실천 방안이 주효한지 그 거시적인 기준이라도 제공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