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설교] 신앙의 세련된 지각

한문덕 목사(생명사랑교회 담임)

hanmoonduck
(Photo : ⓒ생명사랑교회 홈페이지(https://www.agapao-zoe.com))
▲생명사람교회 한문덕 담임목사

성경본문

히브리서 5장 12절 - 6장 3절

설교문

[다신적 고대 세계의 신앙]

오늘 우리가 읽은 히브리서의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어린아이와 같은 신앙에 머물지 말고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분별하는 세련된 지각을 가진 장성한 어른의 신앙을 지니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제 그리스도교의 초보적 교리에서 벗어나 성숙한 경지로 나아가자고 하면서, 죽은 행실에서 벗어나는 회개, 하나님에 대한 믿음, 세례와 관련된 가르침, 안수, 죽은 사람의 부활, 영원한 심판과 관련해서 다시 기초를 놓은 일은 그만하자고 말합니다.

회개와 하나님께 대한 신앙이 가장 먼저 언급되고 있는 것을 보아 이 편지를 받는 사람들이 이전에는 이방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이방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이 되려고 했을 때 우선 요청된 것은 바로 죽은 행실에서 벗어나는 회개입니다. 여기서 죽은 행실이란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따르지 않고 거대한 자연물이나, 유한한 존재들, 세상의 권력자들이나 자기의 무한한 욕망 성취를 마치 하나님처럼 섬겼던 우상 숭배적 생활 태도를 가리킵니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물질 만능과 능력주의, 승자독식 또는 각자도생의 삶의 방식을 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대 사회는 여러 신을 섬기던 다신(多神)적 세계였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오늘날처럼 자연과학과 문명이 발달하기 전 고대 세계에 살던 인간은 세상 모든 만물이 놀랍고 신비하였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이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맹수로부터의 위협, 가뭄, 홍수와 같은 온갖 자연 재난으로 내일의 삶을 예측할 수 없던 사람들은 뭔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한 곳이나 사물에 신이 깃들여 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절하고 그것을 달래는 의식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강력한 빛과 열로 내리쬐는 태양, 밤하늘의 어둠 속에서 밝게 비추는 달, 밤새도록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르는데 세차게 불어오는 돌풍, 거센 비바람과 함께 등장하는 번개와 천둥 그리고 홍수, 어마하게 큰 나무와 바위, 화산의 폭발, 짙은 안개, 갑자기 흔들리는 땅! 이런 모든 것들은 사람의 감정을 압도했고, 이것들은 전부 신의 현현이나 신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습니다. 고대 사람들은 자신에게 갑자기 닥친 불행이나 행운도 모두 신들이 벌인 일이라 여겼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신들을 달래려고 애를 썼습니다. 더 많은 행운을 얻으려고 하거나, 시시때때로 닥쳐오는 불행을 피하거나 막기 위해서 사람들은 많은 신들을 섬기면 섬길수록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두려움에 떨던 사람들은 혹여 신의 심기를 건드려 신의 분노를 살까 안절부절 못하고 다양한 금기들도 만들어 냈습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바빌론에서는 신들이 쉬는 날이 있는데, 그날은 인간들에게 불길한 날로 여겨 숨죽이며 지냈습니다. 시끄럽게 떠들다가 신의 안식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홍수 심판을 받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아트라하시스) 우리 사회에서도 악귀나 귀신들이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날을 가리켜 손 없는 날이라고 하면서 집안의 대소사인 결혼이나 개업, 이사를 할 때면 이런 날을 찾곤 하지요. 우리나라에도 정말 많은 금기가 있지요. "밤에 손톱 발톱을 깎지 마라"(부모상을 보지 못한다), "문지방을 밟지 마라"(사람과 귀신의 경계를 허무는 행동), "장독 위에 빨래를 널지 마라."(장맛이 없어진다.) "빈 절구질을 하지 마라."(재수가 없거나 마마를 앓게 된다.) "지게를 방문 앞에 세워 두지 마라."(사람이 죽게 된다.)

한편 부족 사회에서 고대 국가 사회로 발전하면서 권력을 가진 이들은 자신들을 신의 대리인으로 추켜세웠습니다. 자신들이야말로 이 세상에 보내진 신의 형상이며, 강력한 힘으로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내리누르면서 자신들의 말을 따르도록 강요했습니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겁에 질리고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이들을 섬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일신 신앙과 계약 백성의 등장]

이런 상황 속에서 유일신 하나님의 등장은 이전에는 없던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이 한 분뿐이라는 생각은 자연의 공포나 제국 권력자의 횡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계명을 준수하는 윤리적 삶을 통해 미신적이고 주술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하나님의 자녀라고 하는 새로운 자기 정체성을 갖게 되면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자연을 신으로 여기면서 그 앞에서 벌벌 떨던 이들이 하나님이 마련하신 창조 세계를 가꾸고 돌보는 사람들로 변했고, 권력자 앞에서 주눅 들던 사람들이, 담대하게 그들과 맞서 싸우며 인간의 존엄성을 주장하고, 삶의 자유를 향한 투쟁의 대열에 서게 되었던 것입니다. 즉 유일하신 하나님을 믿고 그의 자녀로 살아간다는 신앙과 삶의 태도는 인류에게 합리적으로 사유하는 힘을 선물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간 존엄의 감각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유대-그리스도교의 탄생과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제 막 생겨나는 새로운 공동체 안에서 많은 것들을 차근차근 정립해야 했습니다. 다른 종교에서 수없이 행하는 정결 의식들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리스도교 또한 하나의 조직체라면 그 조직을 이끄는 제도와 직분, 권위는 어떻게 세워가야 하는지, 유일신 신앙이 가져다 준 선물인 자유와 평등의 이상을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그리스도인이 되었지만 저지르는 잘못과 죄악은 또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여전히 전쟁이 벌어지고, 서로 혐오하며 죽고 죽이는 일들이 가득한 이 세상의 끝은 어떠한 모습일지에 대해서 서로 논의해야 했습니다.

이런 논의가 어느 정도 확립되었는데도, 여전히 교리 논쟁에 휘 말리거나, 다시 옛날로 되돌아가거나, 유일신 하나님을 믿는 신앙 안에서도 과거의 옛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일들이 발생했고, 오늘 히브리서 저자는 이제 이런 초보적인 것들을 두고 논쟁하는 일은 그만하고, 더 성숙한 경지로 나아가자고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의 성숙을 위하여]

저는 히브리서 저자가 처했던 상황과 그의 편지를 보면서, 우리 한국 교회와 한국의 개신교인들도 이제는 젖을 먹고 사는 어린 아이에서 벗어나서 단단한 음식물로 먹을 수 있는 장성한 사람이 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대 사회보다 훨씬 더 복잡한 세상이 된 오늘날, 한국개신교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지금, 한국 개신교가 생존하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도 선과 악을 분별하는 세련된 신앙의 지각을 가지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의 인구 감소에 의한 축소 사회로의 변화와 코로나 이후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교회 규모의 상관없이 지금 한국 개신교는 큰 위기 한 가운데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지금 급속하게 종교인구가 줄어드는 세속화를 겪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무종교인이 45%에서 63%로 증가했습니다. 현재 개신교 인구는 약 771만이라고 하는데, 이 중 가나안 성도가 226만이나 됩니다. 실제 교회에 다니는 인구는 545만 명이 되는데, 코로나 이후 예배 출석율도 30% 정도 축소되었기에 실제로 이전의 신앙생활을 적극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개신교인은 350만 정도라고 봐야 합니다. 각 교단마다 매년 총회를 열고 교인 수 통계를 발표하는데, 지난 약 10년 사이에 전체적으로 202만 명 정도가 줄어든 것입니다.[예장합동(2012년 대비)은 70만 명, 예장통합(2010년 대비)은 50만 명, 감리회(2009년 대비)는 38만 명, 예장고신(2006년 대비)은 11만 명, 기장(2007년 대비)은 13만 명, 기성(2011년 대비)은 20만 명 감소]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한국 개신교는 그 세력이 매우 약화될 것이고, 종교 인구 자체가 적어지고 있기 때문에 신앙인들도 일반 시민들 속에서 소수자로 살아가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초기 교회의 모습과 첫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입니다. 1세기 어간에 생겨난 첫 신앙공동체들은 미미한 숫자에 불과했습니다. 이들의 사회적 신분 또한 매우 낮았고, 대체로 가난에 찌든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실로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당시 세상의 유일한 지배체제이며 영원할 것으로 보였던 로마 제국을 뒤엎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초기 교회 신앙인들의 모습을 보면 규모의 문제보다는 참된 신앙인가 아닌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예수를 따르는 제자들과 그들을 잇는 첫 교인들의 믿음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이들의 신앙은 단순히 영적인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의 삶의 양식은 저 하늘나라에서만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무자비한 폭력, 불평등, 불의에 맞서는 것이었습니다. 첫 그리스도인들의 세계는 영적 전쟁터였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로 치열하게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곳, 문화적인 충돌이 일어나고, 정치적 변동에 따라 삶이 좌지우지되는 우리 일상의 한복판이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마태복음서를 통해 예수님이 탄생하실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습니다. 동방의 박사들이 찾아와서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이에 당황한 헤롯은 자기도 경배할 수 있도록 당신들이 찾으면 자기에게도 알려달라고 해 놓고, 예언자 미가가 메시아 탄생 예정지로 예언했던 베들레헴을 수색해서 2살 아래의 모든 사내아이를 학살합니다. 즉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는 독재자가 자기의 잠재적 경쟁자를 없애기 위해 어떤 일을 저지르는지는 너무나 명징하게 보여 주고 있는데, 이런 사회적 상황은 예수님 시대로부터 1,300년 전에도 벌어졌던 일입니다. 바로 애굽의 최고 권력자가 히브리 백성들이 반란을 일으킬까 두려워하면서 갓 태어난 아이들을 전부 죽이라고 명령했던 사건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즉 하나님의 아들이 이 세상에 오신다는 것은 꾸며낸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낭만적이고 그저 행복하기만 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인류가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산 그 순간부터 내내 이어져 오던 온갖 다양한 문제들의 한복판으로 하나님이 들어오시는 것입니다. 그러면 섰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넘어지고, 높이 솟은 산이 평지가 되고, 계곡이 솟아올라 산봉우리가 되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따라서 이 땅의 세계에서 하나님의 비전을 지니고 하늘의 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영적인 것에만, 불안을 잠재우는 내면적 안정과 평안만을 찾는 일에만 머물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사회가 발달하고 과학 문명이 발전해도 누군가는 누군가를 폭력적 방식으로 지배하려 들고, 소수의 사람들이 돈과 힘을 독점하면서 다수를 괴롭히고 불편하게 만드는 일들이 존재합니다. 그리스도교의 복음은 이것을 치유하기 때문에 복음인 것입니다. 복음은 로마 제국의 황제가 선전하던 나라가 아닌 전혀 다른 종류의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이었고, 복음의 소식을 전하던 사람들은 폭력과 불평등, 불의가 없으며, 이 세상의 황제들이나 부자들이나 왕들의 오만함을 용인하지 않는 나라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세우고 싶다는 비전은 예언자들에 의해서 처음 선포되었는데, 이사야서 65장 17-22절에 잘 나옵니다.

"보아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할 것이니, 이전 것들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떠오르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내가 창조하는 것을 길이길이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보아라, 내가 예루살렘을 기쁨이 가득 찬 도성으로 창조하고, 그 주민을 행복을 누리는 백성으로 창조하겠다. 예루살렘은 나의 기쁨이 되고, 거기에 사는 백성은 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니, 그 안에서 다시는 울음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는 몇 날 살지 못하고 죽는 아이가 없을 것이며,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는 노인도 없을 것이다. 백 살에 죽는 사람을 젊은이라고 할 것이며, 백 살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을 저주받은 자로 여길 것이다. 집을 지은 사람들이 자기가 지은 집에 들어가 살 것이며, 포도나무를 심은 사람들이 자기가 기른 나무의 열매를 먹을 것이다. 자기가 지은 집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 살지 않을 것이며, 자기가 심은 것을 다른 사람이 먹지 않을 것이다. "나의 백성은 나무처럼 오래 살겠고, 그들이 수고하여 번 것을 오래오래 누릴 것이다."

예언자들에 의해 이미 오래전에 선포되었고,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실현되었으며, 바울과 초기 신앙공동체에 의해서 이어져 내려오는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앞으로 우리 한국 개신교인들이 우리 사회의 한복판에서 이뤄나가야 합니다. 한국 교회의 규모가 쪼그라들고, 교인들이 점점 감소하더라도, 남은 사람들이 이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제대로 실천하고 실현할 수 있다면 주님의 나라는 결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입니다.

[성숙한 교인들이 기억해야 할 것]

저는 우리 생명사랑교회가 그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것을 감당하기 위해서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교의 초보적인 원리들을 벗어나서 좀 더 성숙한 경지로 가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선 우리 생명사랑교회 교인들이 기억해야 하는 첫째는 그리스도교가 말하는 하나님 나라, 최소한 성경 전체가 증언하는 하나님 나라는 이 땅에서 실현되어야 하고, 실현되고 있고, 실현될 나라라는 것입니다. 즉 구원을 단순하게 "죽어서 가는 천국"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너무 협소한 것입니다. 죽음 이후에 문제는 하나님께 맡겨 두시고, 우리가 할 일은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천국을 만들어 내는가 하는 것입니다. 내 삶에서, 내 마음과 내 입술의 말과 몸짓에서, 우리 가족과 우리 교회에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나라와 세계에 어떻게 하나님 나라의 질서를 도입할 것인가, 매일 매일 나와 세계의 구원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두고 우리는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참된 그리스도인들은 개인의 실존적 문제를 두고 하나님께 기도할 뿐만 아니라, 이 땅의 역사와 공적인 세계의 안녕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노력합니다. 우리는 정치와 경제, 그리고 교육과 외교,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모든 문제에 대해 신앙적 관점을 지니고 분별하고 판단해 보아야 합니다. 다음 주일에 기획관리부 주관으로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와 관련하여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신앙인으로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두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의논하고, 고난과 고통 속에서 기도하면서 하나님으로부터 위로도 받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존재답게 하나님과 함께 주님 원하시는 세계를 창조하는 일에도 나서야 합니다.

이런 원리로부터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둘째는 자기를 내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본받아 우리 또한 사랑의 정신으로 모든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가 믿는 하나님은 이 땅의 고통 당하는 자들의 울부짖음을 듣고 내려오신 분입니다. 그는 사랑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피조물의 신음 소리와 사람의 외로움에 공감하시는 분입니다. 예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께서 권력과 맞붙어 싸우신 이유는 소외되고 약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에서 우러난 것이지, 결코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주장하거나 어떤 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최근에 전남대에서 철학을 가르치시는 김상봉 교수가 <영성 없는 진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생각함"입니다. 이 책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열과 혐오의 정치지형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백주 대낮에 야당 대표가 칼에 찔리고, 여당 국회의원이 둔기로 공격당하는 현실이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 준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이유는 정치인들을 비롯해 대다수의 사람이 우리나라를 보다 더 좋은 나라로 만들려는 관심보다는 자기가 지지하는 당파의 권력 획득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그리고 놀랍게 한국 정치의 파행은 우리의 믿음이 병들었기 때문이라고, 영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김상봉 교수가 말하는 믿음과 영성이 무엇인지 더 설명이 필요한데, 그는 "나와 전체가 하나라는 믿음을 영성"으로 정의합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나와 우리 사회 전체가 하나라는 믿음을 지닌 개인이 전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때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때만이 희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바로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나와 전체가 하나라는 것은 이성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믿음의 영역인데, 바로 그 믿음을 지니고 전체를 위해 나를 내어주는 행위 즉 사랑의 행위만이 우리 사회를 구원할 수 있다고 말을 합니다.

지난 시절 진보 운동은 소수 권력자들의 불의함에 맞서 그들의 통치 권력을 비판하고 해체하는 것에서 가치를 찾아왔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고 아주 의미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일관된 진보 운동이 새로운 삶의 비전과 이상을 만들어 내는 데는 부족했다는 것이 김상봉 선생의 고민이자 진보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과제입니다. 더군다나 오늘날 진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종교적 가치를 우습게 여기고 끝까지 상대를 사랑하면서 전체를 아우르지는 못하기 때문에, 상대를 적으로만 생각하고 적대감과 혐오에 기반한 정치를 함으로써 결국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김상봉 교수는 말합니다. 김상봉 교수가 전체를 생각하지도 않고 자기 이익에 매몰되어 정치를 하는 사람들, 실로 정치를 할 자격조차 없는 집단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진정으로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세우려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진정한 진보에는 믿음과 자기 희생적 사랑이 필요하다"는 김상봉 교수의 말을 깊이 새겨야 할 듯 합니다.

사랑하는 생명사랑 교우 여러분! 전국의 성도 여러분!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뒤를 이어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지어 보겠다는 굳은 다짐과 실천 속에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함에 있어 끝까지 전체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 사람입니다. 겉으로 볼 때는 무신론자요 유물론자였던 서준식 선생은 자신이 감옥에 있을 때 쓴 글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예수의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예수가 단순히 '약자의 편'이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우리들이 그 어떠한 강자가 된다 하여도 영원히 약자의 길을 떠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예수가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하겠다. 예수는 모든 이념이 경직화되고 '자율적'인 것이 되어 버릴 때 그것이 인간을 얼마나 무자비하게 억압하는지를 나에게 가르쳐 준다. 우리들이 이념의 노예가 될 것이 아니라 항상 '인간에 대한 개개의 구체적인 사랑'에 굳건히 발 디딜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이것이 나 개인이 겪어야 했던,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도 겪고 있는 그 처참한 정신적 위기에 있어서 얼마나 절실하고도 귀한 가르침인가를 나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것이 '영원한 약자의 편'일 수 있는 한 가지 길이다."<서준식, 옥중서한 1971-1988>(노사과연), 2008, 305p.

사랑하는 생명사랑 교우 여러분! 신앙의 세련된 자각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에서만 길러집니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고난의 한복판에 있는 이들, 연약한 이들, 여리고 다치기 쉬운 이들, 억울한 일을 당한 이들을 볼 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그 양심에서 비롯되어, 잠깐이라도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과 함께 있어 줄 때 현실화 됩니다. 우리 생명사랑교회가 우리의 삶의 현장과 우리의 역사 속에서 진정한 신앙의 세련된 자각을 가지고 한 인간에 대한 구체적 사랑 안에서 끝까지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않고, 상한 갈대도 꺽지 않으며 그들 곁에 있어 준다면 우리는 아무리 작아도 가장 큰 것이요. 아무리 약해도 가장 강한 것이며, 한순간에 타올랐다가 꺼져도 영원히 사는 것입니다. 매 순간 영생을 누리시는 여러분 되시길 빕니다.

다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 설교 후 기도

사랑의 하나님, 주님은 우리가 주님을 사랑하기 전에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아들을 내어주시고, 본인께서 몸소 이 땅에 내려오셨습니다. 분열과 반목, 적대와 혐오, 온갖 불의와 악행, 폭력과 전쟁으로 얼룩진 세상이었지만 그 모든 것을 치유하시기 위해 주님은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우리가 모두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사실을 일깨우시고,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서 참된 얼굴, 하나님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깨우쳐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미 어둠을 밝히는 빛이고, 부패를 막고 세상 사는 맛을 알려 주는 소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주님! 우리의 믿음이 더 단단해지길 빕니다. 우리의 사랑이 더 깊어지길 빕니다. 신앙의 세련된 자각 속에서 높은 영적 분별력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아가게 해 주소서. 우리의 작은 실천과 몸짓이 우리 주님의 능력과 지혜를 드러내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감사기도,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쁨의 소식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자비하신 하나님! 부활절 둘째주일을 보냅니다. 부활절 아침의 기쁨이 우리가 사는 날 동안 지속되게 하여 주소서. 작은 부활절인 주일을 맞을 때마다 죽음의 세력, 좌절과 절망의 세력들을 물리치고 언제나 새롭게 일어서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삶이 영생과 평화와 소망과 기쁨으로 넘치게 하여 주시옵소서. 승리하신 예수님을 찬양하며 우리의 가진 것을 드립니다. 몸과 영혼, 시간과 재능을 드립니다. 주님께 받은 것이기에 다시 주님께 올려 드립니다. 우리의 마음과 예물을 받아 주옵소서. 이 예물이 세상을 치유하고 교회와 사회를 변혁하는 데 쓰이게 하소서. 우리가 물질을 드림으로써 물질로부터 자유하고, 물질의 종이 되지 않게 하소서. 이 물질을 가지고 세상에 나아가 선교활동을 할 때에 우리를 주님께서 허락하시는 축복의 통로가 되게 하여 주소서. 우리의 삶과 기도를 통해 주의 나라가 임하게 하소서. 모든 것이 주님께로부터 온 것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 파송사

사랑하는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전국의 성도 여러분! 어깨를 쭉 펴고 똑바로 서십시오. 세상으로 당당하게 그리고 힘차게 걸어 나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젖먹이 어린 아이 신앙에서 자라나십시오. 단단한 음식을 먹고 장성한 어른답게 신앙의 세련된 지각을 가지십시오. 역사의 한복판에서 성숙한 신앙으로 살아가되 끝까지 사랑을 붙드십시오. 바로 거기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 축도

부활하신 주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셔서 무지에서 지식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불행에서 평안으로, 오류에서 진리로, 죄에서 승리로 옮기셨습니다.

이제는 창조주 하나님의 무한하신 은총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깊은 사랑과 거룩한 영의 사귐이 생명과 부활의 증인이 되어 세련된 신앙의 지각을 가지고 어둔 세상으로 보냄을 받는 생명사랑 가족들에게, 부활과 새 생명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모든 이들에게 지금부터 영원토록 함께 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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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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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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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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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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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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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