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하나님은 사람 편애하는 변덕스러운 하나님 아냐"

오강남 박사, 29일 "최경주 골프 선수의 하나님"이란 제목의 글에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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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KPGA)
▲최경주가 지난 19일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 우승을 확정한 뒤 축하 물 세례를 받고 있다.

오강남 박사가 미국 성공회 주교 존 셸비 스퐁 신부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쓴『Unblievable』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기도의 본질이 소원 성취의 도구가 아니며 "하나님은 변덕스러운 하나님이 아님"을 확인했다.

오 박사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최경주 골프 선수의 하나님'이란 제목의 글에서 우여곡절 끝에 2024 SK 텔레콤 오픈 골프대회에서 최고령 우승을 달성한 최경주 선수의 우승 소감에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며 이 같이 밝혔다.

54세 최고령 우승자의 영예를 얻게 된 최경주 선수는 아나운서가 소감을 묻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자기가 기적적으로 이긴 것도 하나님이 도와주셨기 때문이고 여러분의 기도 덕분"이라고 전했다.

이에 오 박사는 "(라이벌이었던)박상현 선수가 기독교인이 아니라서, 혹은 기도를 하지 않아서, 하느님이 도와주시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하느님이 이렇게 편애하시는 하느님인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경주 선수를 폄훼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며 수년 전에 존 셸비 스퐁 신부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쓴 『Unblievable』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자신이 썼던 글을 나눴다.

이 글에 따르면 1981년 12월 스퐁 신부의 부인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앞으로 2년 정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시 신문과 TV에 자주 등장했던 스퐁 신부는 유명인이었기에 그의 부인 유방암 소식은 세간에 재빠르게 알려졌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스퐁 부인을 위한 기도 모임들이 생기고 그녀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알려왔다. 스퐁 신부 자신은 이런 식의 기도가 기계적인 효과를 가져 오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자기 부인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사랑의 표시라 생각하고 구태여 거부할 필요를 느끼지는 않았다.

오 박사는 "그럭저럭 예언했던 2년이 지났다. 그러자 기도 모임 사람들은 스퐁 부인이 두 해를 넘긴 것이 자기들이 하나님께 기도해서 하느님이 마귀의 권세를 물리친 덕택이라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뉴와크의 쓰레기 수거인 부인이 암에 걸린다면 이 부인을 위한 기도 모임들이 있을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부인은 스퐁 신부 부인보다 더 빨리 죽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며 "하나님의 치유의 손길이 환자가 유명인의 부인인가 아닌가 하는 신분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단 말인가?"라고 스퐁 신부는 생각했다고 오 박사는 전했다.

오 박사는 "스퐁 신부는 결론을 내렸다. 하나님이 이런 식으로 사람을 차별하여 병을 고쳐주는 신이라면 자기는 당장 무신론자가 되고 말 것이라고. 유명 인사라서 많은 사람들이 기도해주기 때문에 생명을 연장해주고, 기도해주는 사람이 없는 불쌍한 쓰레기 수거인 부인의 생명은 모른 채 방치하는 그런 변덕스런(capricious) 신이라면 그 신은 악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스퐁 신부는 물론 기도가 우리의 소원을 성취하는 도구라 여기는 유아적 생각을 거부한다. 그에게 있어서 진정한 기도란 "신의 임재를 실천하는 것, 초월을 끌어안는 행동, 그리고 살아있음, 사랑함, 존재함이라는 선물들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를 훈련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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