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신약학)가 "하나님께 그저 잘 보이려는" 변신론적 동기에서 펼쳐진 기존의 변증신학, 교리신학이 응석받이 막내의 센티멘탈리즘 신앙 패턴을 강화시키고 성숙한 신앙의 길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차 교수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신학의 비밀'이란 제목의 글에서 "우리 하나님은 자녀 한 사람의 머리털까지 완벽하게 헤아리시고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섬세한 신이지만 동시에 쓰나미를 보내 단 며칠만에 30만 명의 인명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수장시키는 냉혹한 신도 되신다"고 했으며 "심지어 그 하나님은 당신의 언약백성을 멸망시킨 적국의 수도 니느웨성의 한갓 미물까지 아껴서 심판의 뜻을 거두셨지만 당신이 언약백성으로 택정한 민족이 600만 명이나 독가스실에 갇혀 개돼지처럼 참혹하게 죽어갈 때도 냉정하게 침묵으로 일관한 신이기도 하다"고 운을 뗐다.
편차와 균열을 넘어 이중적이기까지 하는 하나님의 모습에 대해 그는 "(감춰진)신학의 중요한 비밀이 있다"고 전했다. 차 교수는 그러면서 지난 2천 년간 서구신학과 그 아류인 오늘날 한국신학이 "그 엄청난 비밀일 눙치며 무조건 하나님 따까리해주는 변신론적 작업에 그 힘을 온전히 기울여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는 신앙의 센티멘탈리즘이었고, 끊임없이 피곤한 엄마 아빠 앞에 칭얼거리는 응석받이 막내 신자들의 양산이었다"며 "그것은 기독신앙의 유치증(infantilism)을 강화해왔을망정 책임있는 장자로서 수많은 참사에 백성의 과실과 하나님의 책임을 따져 물으며 질문하는 성숙한 신앙과 삶의 길을 가로막아온 부작용이 컸다"고 차 교수는 덧붙였다.
모세와 예언자들, 독생자 예수와 사도 바울을 예로 들어 망실한 성서직 신앙의 전통 회복을 촉구하기도 했다. 차 교수는 특히 "광야에서 백성의 과실로 발끈해 그들을 멸망시키려는 야훼 하나님의 진노어린 돌격을 가로막고 배 째라고 배수진을 치며 하나님의 체면과 신적 책임을 추궁하여 그 심판의 뜻을 철회시킨 사람은 모세였다"며 "하나님이 언약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의혹어린 판단 아래 그 하나님을 감히 하늘법정에 피고로 소환해 법정소송(covenant lawsuit)을 밀어붙이고자 결기를 보인 예언자들이 여럿이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예언자적 전통에 대해 "오늘날 교회의 예배 예전과 주류의 신앙생활에 철저하게 방기되고 망실해온 성서적 신앙의 전통이다"라고 강조한 차 교수는 "변증신학자와 교리신학자는 하나님한테 그저 좋은 말 많이 해서 잘 보이는 따까리 작업에 혈안이 돼 저런 성경의 중요한 전통에는 철저히 무지하거나 곧잘 망각한다. 별의별 신박한 논리를 동원해 역사 속에 드러난 이런 적나라한 실상을 왜곡하고 호도하며 엉뚱한 맥락에서 정당화하기에 급급하다"고 일갈했다.
응석받이 막내의 센티멘탈리즘 신앙 패턴이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오늘의 신앙 현실을 개탄하며 차 교수는 끝으로 "그 병리적인 구석을 캐물으며 통찰하는 것이 오늘날 신학의 또다른 비밀 과업이 되어야 한다"며 ""성서로 돌아가라"는 구호가 구호 이상의 적실한 진정성을 담보하려면 저런 망실한 전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