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인간성 위기를 소외로 설명한 틸리히의 신학적 인간론 조명

신용식 박사, 「한국조직신학논총」 최신호에 연구논문 발표

우리 시대의 위기를 인간성 상실로 보고 이를 신학적으로 조명한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신용식 박사(부산장신대, 학술연구교수)는 「한국조직신학논총」 6월에 투고한 논문 "인간성의 위기의 폐쇄적 근원에 대한 신학적 고찰"에서 "인간성의 위기란 우리가 삶 그 자체의 가치를 확인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하고 있음을 가리킨다"며 "피조세계 안에서의 인간의 자기인식이 폐쇄적인 방향으로 극단화되면 자기 자신과 주변세계 전체의 점진적 파괴가 동반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간행동의 사회적 구성에 대한 신학적 비판이 어느 때보다 엄중히 요청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자기 자신 안에 머물러 있는 상태 그리고 사회적 체계의 하부 구조로 살아가는 실존의 동력 상실 등이 인간성 위기의 징후"라고 덧붙였다.

신 박사는 이 논문에서 인간성 위기를 다루는 한 방법으로 사회학적 고찰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인간행동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살펴보는 작업은 오늘날 인간행동의 방향성을 신학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하여 필연적이다"라며 "사회학적으로는 이 인간성의 위기는 한 주체가 한 체계에 식민화되어 버리는 오류와 관련되어 있다"고 전했다.

신 박사는 구체적으로 니클라스 루만(1927~1998)의 체계이론을 통해 사회적 현실 속에서의 위기 담론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루만은 사회의 체계적 발전이 혼란으로 귀결되기보다는 환경의 복잡성 속에서 그 환경에 상응하도록 체계가 형성되고 구조화됨으로써 전체 사회의 다양성으로 진화하는 그 일련의 체계적 균형을 관찰하고자 했다.

자기폐쇄성이 지닌 사회학적 현상을 분석한 루만의 체계 이론을 다룬 신 박사는 루만의 논의 속에서 "우리 인간이 사회 속에서 얼마나 체계에 종속되기 쉬운지 그리고 그렇게 체계의 폐쇄성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그 사회학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는 존재인지"를 들추어냈다.

체계의 폐쇄성 자체를 심층적으로 연구한 루만에게 있어서 체계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았다. 가치 중립적이었다. 이에 신 박사는 "루만은 그저 환경의 실로 다양한 차원 중에서 일련의 의미를 선택함으로써 체계를 구성하는 합리적 과정을 소통이라고 보았다"며 "그래서 그에게 개별 인간은 합리적 주체 혹은 윤리적 주체라기 보다는 단지 "자기생산적 체계, 고유한 힘을 지닌 체계, 비통속적인 체계들의 집약체"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루만이 인간을 도외시했다는 비판도 제기한 그는 "루만의 사회학이 오로지 사회 자체를 대상으로 했기에 이런 비판은 부당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동시에 그의 사회학이 인간을 거대한 체계로서의 사회를 기능하게 하는 톱니바퀴로 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신 박사는 "그만큼 그의 체계이론이 체계 자체의 자율적인 자기생산을 지속적으로 해명하면 할수록 인간은 그러한 체계의 하부구조로 한없이 축소 되어버린다"고 덧붙였다.

환경이 체계에 개방적이지만 체계는 자기 생산적 소통 체계이기에 내적으로 폐쇄적일 수 밖에 없다는 루만의 입장에 대해서는 "이것이 바로 체계이론이 지닌 폐쇄성의 역설이라고 본다"며 "체계이론적으로 볼 때 사회는 마치 유기체처럼 발전하고 성장하지만 이 성장은 과거보다 미래가 더 좋을 것이라는 낭만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체계의 폐쇄성이 지닌 역설을 강조한 신 박사는 체계의 폐쇄성의 기원을 찾고자 폴 틸리히의 존재론적 실존 분석을 살펴봤다. 그에 따르면 틸리히 신학에서 인간성의 위기라는 주제는 그의 신학 전반을 지탱하는 비가시적인 기초 역할을 떠맡고 있으나 지금까지 철저하게 조명되지 못했다.

이에 그는 틸리히의 신학적 인간론에 대해 "인간실존의 소외적 위기를 궁극적으로 극복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논의뿐 아니라 세속화와 악마화의 유혹 앞에 선 문화적 현실 속에서 신율을 이루려는 시도 그리고 프로레타리아적 상황 속에서 프로테스탄트적인 신앙적 판단 규범을 모색하려는 시도에서도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인간성 및 인간의 본질과 실존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은 그의 신학을 구성하는 독립적 주제라기보다는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기까지 그의 신학 전반에 깔려 있는 존재론적 질문과 관련되어 있다"고 전했다.

틸리히는 인간이 처한 실존적 현실의 근원을 소외로 설명했다. 신 박사는 "소외는 삶의 자기중심성의 초월적 확장이라는 과정에 있지 않은, 온전히 자기자신 안에 폐쇄되어 있는 상태를 지칭한다. 소외는 내외적으로 폐쇄된 자기중심성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틸리히는 이 소외의 다양한 양상이 비단 인간실존의 비극들에서 관찰된다고 말하지 않고, 문화신학의 영역에서도 밝혀질 수 있다고 보았다"며 "그는 문화가 종교적 내용을 향하여 개방되어 있지 않고, 자기 스스로 폐쇄되어 있을 때 파시즘 및 나치즘과 같은 극단적인 사회적기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우리 시대의 인간성 위기의 문제로 관점을 전환한 신 박사는 "체계종속적 상황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며 "과학은 극적으로 발달하지만 세계정치는 어느 때보다 긴장이 극에 달해 있다. 인간의 이성과 자유는 표면적으로는 인간실존을 위해서 사용되는 듯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인간이 만든 과학적 결과물에 의하여 실존은 끝없이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신앙적 판단의 역동성 역시도 교리주의나 교권주의와 같은 타율적 체계에 굴복하기도 한다"며 "틸리히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러한타율적 체계로서의 교리주의 및 교권주의는 오늘날 근본주의적 신앙 속에서 쉬이 발견되기도 한다. 신학은 외적으로는 사회의 변화에 대한 폐쇄적 태도에, 내적으로는 신앙적 실존에 대한 폐쇄적 태도에 직면한 이중적인 체계 종속성이라는 위기에 둘러싸여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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