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시대 비대면 문화의 확산 속에서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예배가 언급되고 있는 오늘의 신학 현장에 대해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 기독교 윤리학자 권터 토마스의 미디어 개념의 신학적 의미를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다.
서울장신대 이상은 교수(조직신학)는 「신학사상」 최신호(6월호)에 투고한 "미디어 문화의 도전 속에 재조명되는 기독교 신학"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권터 토마스의 미디어 개념을 근거로 삼아 제의 및 매체가 제기하는 신학적 질문들을 다루며 매체가 수반하는 종교적 의미를 분석했다.
이 교수는 먼저 미시적으로는 디지털 혁명이라는 사회적 변화가 목회 현실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또 거시적으로는 네트워크 혁명이 신학 함에 어떤 도전을 제기할 것인지를 물으며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해 "명확한 대답이 내려지기보다 적지 않은 경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대체로 지역성을 중시한 실제 교회의 특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보완적 방안으로 네트워크 사용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중론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토마스의 경우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 속에서 그 활용에 대해 질문하기 보다 매체의 변화가 본질적으로 초래하는 변화와 도전이 무엇인지 질문했다고 강조한 이 교수는 ""변화된 매체를 사용할 수 있는가. 어디까지 되는가"라는 식의 방식이 아니라 "매체 변화의 사회 속에서 우리의 종교 경험은 전통적인 종교 개념 및 제의와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는가 혹은 연속성이 없는 허상을 구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토마스는 특히 텔레비전과 같은 매체에 대해 제의적, 종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토마스에게 텔레비전은 '현실'(Wirklichkeit)을 드러내는 매개체이다. 어떤 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은 단순한 하나의 인식체계로 설명될 수 없다. 다원적 현실, 다원적 환경은 현실의 개시를 통해 드러나며, 이러한 개시의 매체가 바로 텔레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토마스에 따르면 하나님의 인식은 우선적으로 계시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동시에 다양한 형태의 문화적 현실성 속에서도 하나님 인식은 수행된다. 이 교수는 "계시의 현실성이 다양한 인간적 현실성 속에서 다층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는 것은 계시의 현실성의 상징적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적 차원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점을 상정한다"고 했다.
칼 바르트는 '한 손에는 성서를, 다른 손에는 신문을'이라는 말을 통해서 세상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일을 인식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 한 바 있다. 이 교수는 "토마스는 여기에서 바르트가 말하는 신문은 단순히 저널리즘의 매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그것은 다양한 문화적 현실성을 개시하는 매체의 상징이며 신학자로 하여금 다른 현실성을 인지하기 위한 접근의 길이란 설명이다"라고 덧붙였다.
토마스는 나아가 칼 바르트가 말한 계시의 현실성의 인식이 텔레비전과 이 매체가 일으키는 장에서 구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이 교수는 "(토마스에게)인간과 세계, 시간의 현실성이 이 매체를 중심으로 인식된다"며 "하나님의 현실성을 비추는 '빛'으로서 매체의 현실성은 근대 이후 '탈주술화'(disenchantment) 되어야 할 힘과 권력의 사실을 탈은폐시키고 생명성과 다양성의 현실을 드러내는 매체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텔레비전과 같은 매체가 계시의 다양한 현실을 드러내는 개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 토마스는 이어 매체의 종교적 기능에 대해 논의했다. 토마스는 이 대목에서 매체를 통한 "증언"이 매체의 종교적 기능을 담보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토마스에 따르면 제의의 개념은 사실 소통(Kommunikation)이라는 개념을 도외시하고 설명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이에 토마스는 제의로서의 소통, 미디어를 통한 제의, 제의적 일상 속에서의 제의화된 원격 수용, 제의로서의 텔레비전, 텔레비전과 종교라고 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영미권의 미디어학자들의 논의를 포괄적으로 묶어내고자 시도했다.
토마스는 특히 매체를 통한 증언에 대해 "법정에서의 증언이나 종교적 고백과 같이 역사적, 실체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질문한다"며 "대답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토마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증언들은 다양한 상징체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소통의 과정 속에서 형성 되어온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소통의 문화적 형태들이 '제의' 혹은 '증언'과 같은 종교적 현실을 생산하고 확장시키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개념들은 실은 고정된 현실 속에 묻혀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살아서 역동적으로 흘러가야 하는 대상이다. 성공적 사회 소통의 진화 속에 그들로부터 구별된 사회체계로부터 분리되는 가운데 상대적 안정성(relative stability)과 높은 유동성(high plasticity)가 혼용되어 있는 가운데 체계 '사이'에서 움직여 나가고, 복사, 재생산되며, 집중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서로 섞이기도 하며, 아이러니를 발생시키기도 하고, 내포적으로나 명시적으로 인용되기도 한다. 아직 형태를 갖추어 수면 위로 떠 오르기 전에 조작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상징적 체계들에 대해 적용을 하는 능력을 통해 구체화된다. 문화적 형태들은 영원하고 불변한 형태를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지속하면서도 변화를 통해 정체성을 구현해 나간다"고도 전했다.
이 밖에 토마스는 내포적 종교로서 텔레비전에 대해서는 "디오니시오스적이고, 엑스타시적인, 그리고 순간적이면서 경험 지향적인 형태를 지향한다"며 "오락의 디어로서 텔레비전은 자신을 넘어 다른 '현재'로 도달하도록 이끈다. 이러한 현재 속에서 시간과 공간의 차이는 상대화된다"고도 전했다.
끝으로 타버스와 언텍트 문화로 압축되는 오늘의 시대에 토마스의 텔레비전에 대한 종교적 접근을 대입시킬 때 "상당히 유사한 접근을 다룰 수 있다"고 본 이 교수는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 쌍방향 의사소통, SNS 망을 통한 소통 확대, 플랫폼을 통한 공간 활용 등은 확실히 텔레비전과 같은 일방적 송출 수단에 비해서는 훨씬 다양한 소통 공간을 가능하게 만들어 냈던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그러나 본질적으로 디지털화의 상황 속에서 제기되는 많은 질문은 양적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으로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한 토마스의 매체 분석의 시각과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토마스의 신학-사회학적 분석이 본질적으로 매체의 기계적, 양적 특성보다 매체가 일으키는 사회학적 제의 분석의 통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디지털화가 수반한 사이버 공간은 제의가 행해지는 종교의 공간으로 이해될 수 있는가. 이러한 공간 또한 하나님의 계시의 현실을 개시할 수 있는 현실성의 공간이 될 수 있는가. 비대면 공간, 그리고 메타버스 공간에서 공동체의 성립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가. 교회는 어떠한 신학적 질문과 검증을 수행해야 하며, 어떠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질문 그리고 대답을 위한 모색을 위해 토마스의 분석은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