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성서의 전통, 하나님의 계속적 창조 고백"

박영식 교수,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하나님의 창조를 노래하라" 글 기고

parkyoungsik
(Photo : ⓒ베리타스)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조직신학)가 최근 「기독교사상」(8월호)에 자신의 창조신학 사상을 담은 기고글을 발표했다. '하나님의 창조를 노래하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박 교수는 창조신학에 대해 개괄하며 현대의 도전 앞에 창조신학이 갖는 의의를 살폈다.

박 교수는 창조의 여러 의미 중 계속적인 창조와 관련해 "하나님의 창조를 저 과거에 있었던 우주 만물의 창조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며 "창조가 그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면, 하나님은 더는 창조주일 수 없다. 그 공백은 이신론(理神論)이나 무신론이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성서와 신학 전통은 하나님의 창조가 계속되고 있음을 고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신교 정통주의는 보존(conservatio), 협동(concursus), 조정(gubernatio)으로 나눠 설명한다"며 "하나님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실 뿐 아니라 창조된 것을 보존하신다. 하나님은 홀로 창조주이시다. 하지만 하나님은 피조물과 함께, 피조물을 통하여 창조하신다. 피조물은 하나님의 창조 활동에 동역한다. 오늘날 신학은 이를 주목하며 하나님께서 피조물에 창조력을 부여하셨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창조를 먼 옛날의 시간 속으로 차폐시켜서는 안 된다. 창조는 순간마다 여기저기서 만물의 생성과 소멸을 통해 피조물과 함께 일하시는 하나님의 보존하심, 돌보심과 이끄심의 사건이다"라며 "'공중 나는 새를 보라!' 하신 예수의 말씀도 창조주 하나님의 돌보시는 창조를 지시한다. 이처럼 하나님의 창조 활동은 우리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자연 만물의 활동은 하나님의 창조 활동과 상호 연관성 속에서 발생하는 결과물이다.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간다.'(롬 11:30) 만물의 생성과 소멸은 하나님의 창조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나님의 계속적 창조의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새 창조(creatio nova)를 향해 나아간다.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주며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종말론적 사건(계 21:4-5)을 신학 전통에서는 새 창조라고 불렀다"며 "자연의 나라(regnum naturae)가 은총의 나라(regnum gratiae)를 지나 영광의 나라(regnum gloriae)에 도달한다. 하나님이 복 주시고 거룩하게 하셨던 영원한 안식일의 미래적 실현이다"라고 전했다.

창조주 하나님과 피조물의 관계에 대한 논의도 이어갔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호모 후무스(homo humus)로서 땅에 속한 존재이지만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하나님 닮음'(imitatio dei)을 추구하는 자기초월적 존재로 살아야 한다. 하지만 죄성으로 인해 인간은 자연 세계를 침범하고 형제를 살해했다. 이에 "창조의 반역자가 된 인간 실존 안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창조의 치유자로서 생명을 풍성하게 하시며(요 10:10), 창조의 중재자로서 또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골 1:15, 고후 4:4)으로서 만물의 화해를 이루신다.(골 1:16-20, 엡 1:10)"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현대의 도전이 제기하는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서의 창조신학의 위치도 확인했다. 먼저 창조와 진화를 양자택일의 관계로 보는 시선에 대해 이들이 범주 오류에 빠져 있다며 "창조는 근원적으로 하나님의 일이며 과학은 사람의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모태에서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가에 대한 설명과 그 아이의 존재 이유와 의미, 삶의 목적에 대한 설명은 대립되거나 모순될 이유가 없다. 두 설명은 서로 다른 층위에서 이뤄진다"며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신앙은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한다. 태초의 창조에서 새 창조로 이어지는 신학적 창조론은 자연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수용하면서 비판적으로 이를 넘어선다"고 했다.

생태계 위기 시대 창조신학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 교수는 "흙으로서의 인간(호모 후무스)은 여타 동물과 마찬가지로 땅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존재이다. 인간과 여타 피조물 사이의 구별성 못지않게, 사람과 동식물 모두 땅을 기반으로 한 피조물이라는 사실도 중요하다"며 "인간적이지 않은 것 곧 물질(흙)로 인간이 창조되었다면, 인간과 자연(물질)의 관계는 '공존, 공생, 어울림, 얽힘'이라는 단어들로 재배열될 수 있다"고 했다.

창조신학의 관점에서 자연재해를 어떻게 봐야할지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그는 "지진과 홍수와 같은 엄청난 재난이 인간의 죄악과 무관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런 자연악(malum physicum)이 개별적인 도덕악(malum morale)에 대한 일대일 대응 방식의 신적 징벌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 세계에는 인간의 힘을 능가하는 거대한 바다 괴물들(창 1:21)이 내포되어 있다. 창조 세계에는 인간이 파악할 수 없는 엄청난 힘들이 활동한다.(욥 38-41장) 창조신학은 하나님께서 피조 세계에 자율성을 부여하셨음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다스림과 인도하심을 인정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하나님은 창조를 시작하셨고, 지금도 창조하시며, 앞으로도 창조하실 것이다. 성서에서는 하늘과 땅, 섬과 바다가 찬양하고, 들의 꽃과 짐승이 하나님께 기도한다.(시 97, 104편)"며 "인간의 시각에서 죽어 있는 사물도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는 생동한다. 하나님의 창조는 신묘막측하다. 다양한 학문과의 대화를 거듭할수록,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를 더 깊이, 더 풍성하게, 다성부로 노래하게 될 것이다"라며 글을 맺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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