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최초의 연합 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가 설립 100주년을 맞은 가운데 기독교방송(CBS)가 NCCK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 사회 운동 100년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특집 다큐멘터리 <다시 쓰는 백년(연출 반태경PD)을 제작해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에 걸쳐 방영한다.
방송에서는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와 사회 신조 △유신 독재에 맞서 내기 시작한 예언자적 목소리 △고난받는 이들의 피난처이자 안식처였던 NCCK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십자가를 지다 △역사 다큐멘터리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 등을 조명한다.
NCCK의 전신인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는 기독교적 정신에 기반한 사회개혁을 위해 1932년 '사회신조'를 발표했다. 기본적인 인권의 보장을 위해 차별 금지와 차별 금지와 남녀 평등 그리고 노동 현장의 개혁과 사회 보장의 필요성 등 그 당시로서는 감히 내세우기 힘들 정도로 시대를 앞선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원로 사학자 이만열 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는 방송에서 "기독교가 단순히 내세 천국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현세 문제에서 하나님의 정의가 어떻게 실현되어야 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정리했다는 점에서 사회신조의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NCCK는 암흑기 시대의 예언자적 목소리도 내왔다. 1937년 일제에 의해 해산된 조선기독교연합공의회는 해방 이후 한국기독교연합회로 재건되됐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이 추진하던 한일 협정 반대 투쟁에 조직적으로 참여하며 사회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NCCK는, 삼선 개헌과 유신 독재 이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십자가를 본격적으로 지기 시작했다. 그 시작이 1973년 있었던 남산 부활절 연합 예배 사건이었다.
'다시 쓰는 백년'에서는 유신 헌법에 대한 반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최초의 사건인 '남산 부활절 연합 예배 사건'을 당시 주역이었던 故 박형규 목사의 생전 육성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그리고 당시 구속자들을 위해 시작된 후 7~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과도 같았던 '목요 기도회' 및 NCCK 인권위원회(現 한국교회 인권 센터) 등의 의미도 되짚어 본다.
70년대 동일방직 및 YH무역 해고자, 80년대 양심수 그리고 90년대 해고 노동자 등 NCCK가 위치한 '종로5가'는 고난받는 이들의 피난처이자 안식처였다. 엄혹한 군부 독재 시기에도 계속된 목요 기도회는 억울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호소와 항의의 자리였다.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는 NCCK 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 인권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였다.
'다시 쓰는 백년'에서는 NCCK 아카이브(https://ncckarchive.org/)에 업로드된 25,000여 장의 사진을 엄선해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며, 기독교 사회 운동의 발자취를 되돌아 본다. 70년대 말 인권 주간 연합 예배에서 기도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분신한 김종태 열사 장례식에서 설교하는 문익환 목사, 80년대 초 목요 기도회에서 열변을 토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전두환 신군부 집권 이후 사회 운동 전체가 위축되었던 1980년대 초반, 기독교는 세계 교회와 함께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에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이삼열 박사는 "군부 독재가 계속되는 것을 보면서 한반도에서는 북한과의 대치 상태와 전쟁 위협을 없애지 않고는 민주화가 될 수가 없다. 이제는 기독교가 나서서 통일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984년 일본 도잔소 회의, 1986년 스위스 글리온 회의 등을 거쳐 통일에 대한 고민을 이어 나가던 NCCK는 1988년 2월,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 기독교회 선언" 이른바 '88선언'을 발표했다. <다시 쓰는 백년>에서는 88선언 기초 위원이었던 이삼열 박사와 당시 논의를 이끈 김상근 목사(당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 안재웅 목사(당시 아시아기독교협의회 총무) 등의 회고를 통해 한국교회의 통일을 위한 노력도 재조명한다.
'다시 쓰는 백년'에 영화배우 강신일 장로와 싱어송라이터 황푸하 목사가 참여했다. '모두를 위한 기독교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으며 교회와 사회의 접촉면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 온 강신일 장로는 1부 '다가올 미래'의 프리젠터로 나섰다. 강신일 장로의 호소력 있는 음성은 1980년대 초반까지의 NCCK 역사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포크 싱어송라이터이자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그리고 옥바라지선교센터 운영위원장으로 에큐메니칼 운동을 펼쳐 온 황푸하 목사는 2부 '기억될 미래'의 내레이터를 맡았다. 해고 노동자와 함께하는 현장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에서 설교와 노래를 남긴 황푸하 목사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황 목사가 작사∙작곡한 '우리는 오늘도' 등 다양한 노래들이 다큐멘터리 곳곳에서 삽입돼 감동을 배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