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1027 연합예배, 제3계명을 어기는 일"

박영돈 전 교수, 페이스북 통해 입장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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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박영돈 교수 페이스북)
▲박영돈 전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박영돈 전 고려신학대학원 교수가 '악법 저지를 위한 10.27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에 대해 신학자로서 소신을 밝힌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틀 전 박 전 교수 페이스북에 게시된 해당글은 좋아요 1천3백명, 공유 207회를 기록 중이다.

그리스도인들의 10.27 연합예배 참여는 "신념에 따라 어느 쪽을 선택해도 무방한 사안"이라고 밝힌 그는 "이 집회를 주최하는 목사가 반대하는 이를 마귀, 바퀴벌레, 이완용이라 해도, 내 글에 어떤 이가 동성애 변태라고 해도 나는 그런 식으로 맞대응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도 이 문제가 기독교 신앙과 진리와 무관한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사안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런 실랑이를 할 필요도 없고 서로 편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박 전 교수는 그러나 "성경과 종교개혁 신학에 매인 나의 신앙 양심은 이것은 크게 잘못되었고 교회가 망하는 길로 간다고 소리치며 괴로워하기에 이런 글이나마 쓰지 않을 수 없음을 양해해주기 바란다"며 신학자로서 소신을 밝혔다.

그는 "어떤 이들은 이 일은 기독교 핵심 진리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 집회의 의도와 지향하는 바는 기독교 신앙의 근본을 흔드는 일이라고 본다"며 "하나님께 드려야 할 예배와 기도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위해 도구화하는 것은 합당한 예배와 영광을 받으셔야 하는 하나님을 만홀히 여기며 망령되게 부르는 일, 제3 계명을 어기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는 장로교단이 표준문서로 채택하여 헌법에 명시된 정치 참여에 대한 지침, "비상시국에 겸허한 청원이나 국가 공직자의 요청을 받아 양심상 행하는 조정 외에는 국가와 관련된 시민적 사안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웨민 31장)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라며 "교단이 그 헌법을 어기며 굳게 따른다는 전통적인 가르침을 팽개치는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1027 연합예배가 세와 규모의 논리로 흐르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박 전 교수는 "왜 꼭 200만이 광화문으로 집결해야 하는가. 조금이라고 더 모이게 하려고 각 교회마다 독려하고 불참하는 교회들의 백서를 만든다고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며 "그것은 교세의 위력을 과시하여 세상을 압박해 우리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모여놓고 우리는 세를 과시하지 말자고 하는 것보다 더 이율배반적인 일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기 모여 우리 죄를 회개하자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들도 있다. 그러나 광장의 연합집회는 하나님이 받으실만한 진정한 회개의 자리가 되기 어렵다"며 "과거 이스라엘 백성들이 미스바에 모여 회개했듯이 그렇게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지금의 교회와 같은 신정국가였다. 그때는 그 회개를 듣는 대상은 하나님뿐이었지만, 지금은 세상 사람들, 매스콤 앞에서 하는 것이니 피상적인 회개의 쇼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1027 연합예배가 실제적인 회개집회가 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혹여라도 진정한 회개집회가 되려면 주최하는 목사들의 숨은 거짓과 비리와 음행을 토해내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과 수치를 감당해야 할텐데 그런 각오가 되어있으면 모를까, 그러나 그럴 리는 만무할 것이다"라며 "그러려면 차라리 각 교회에서 하나님이 은밀히 보시는 가운데 통회자복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한국교회는 진정한 회개와 개혁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있고 특별히 그 집회의 선봉에 선 이들 중에 그런 자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가 없는 현 시점에서 1027 연합예배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박 전 교수는 "지금 한국에는 차별금지법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 법이 국회에 두 번 발의되었으나 지금은 폐기되었다. 다시 상정하려는 시도도 없다. 그런데 차별급지법 반대 구호를 내세우니 다시 그 법에 관심을 환기시키는 역효과만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성애 합법화를 막기 위해 한국교회가 신자들에게 극단적인 사례를 부풀려 과도한 두려움을 심어주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그는 "동성애가 합법화되면 그것이 죄라고 설교만 해도 잡혀간다는 등 아주 극단적인 사례를 부풀려 과도한 두려움을 자극하고 있다"며 "캐나다 개혁교회 같은 데에서는 동성애가 성경에 반하는 죄라고 설교해도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교회는 세상의 죄와 외부적인 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회 내부의 부패와 타락으로 인해 망한다. 교회는 세상의 어떤 특정한 죄를 저지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교회의 온갖 거짓과 죄악에도 불구하고 회개치 않는 완고함과 어두움으로 인해 망한다"며 "종교개혁을 맞아 우리 부패한 목사와 교회지도자들의 죄와 위선을 통렬히 회개하는 것이 가장 긴급한 일이다. 그것이 교회가 사는 길이다"라고 전하며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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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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