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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흡영 칼럼] 신학자와 과학자- 인간과 로봇

트랜스휴머니즘은 위험한 발상… '로봇 윤리' 전적으로 인간 책임

▲김흡영 강남대 신학과 교수 ⓒ베리타스 DB
과학계로부터 까탈스럽게 군다는 비판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격심한 국제경쟁을 헤치며 신기술 개발에 혼신의 힘을 다해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뭣도 모르는 문외한이 이러쿵 저러쿵 발목 잡고 찬물 끼얹는 소리나 하고 있으니… 그러나 진정 그럴까? 사실 신학자로서 과학자들에게 그런 말을 할 때 내 마음도 무척 괴롭다. 번연히 그들이 고생하며 애쓰고 있는 줄 알지만, 그렇다고 문제점과 그 결과가 눈에 빤히 보이니, 입 다물고 있을 수도 없고, 말해주면 성가시게 생각할 것이니… '내일을 보는 오늘의 진실'을 말하는 고뇌라고나 할까? 성경에서는 이것을 예언자의 역할이라고 했던가?

황우석 박사의 인간배아줄기세포연구와 세계줄기세포허브설립 프로젝트가 국가적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을 때에도, 나는 공공의 적이 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부, 언론, 정치, 과학계를 포함하여 국민 모두에게 그 신화적 열광에서 벗어나 자중해 줄 것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예상보다도 빨리 내 예언은 적중했고, 전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프로젝트들은 코미디 같은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아직도 그 때 나의 고언에 조금이라도 경청했더라면 그처럼 온 나라가 통째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치욕은 오지 않았을 터인데 하는 안타까움을 버릴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로봇산업의 미래에 대한 장밋빛 기대가 피어오르고 있다. 정부의 일각에서는 산업체들과 과학자들과 함께 감성과 지성을 보유한 로봇의 출현을 예상하며 세계 최초로 로봇윤리헌장의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의 로봇시장은 줄기세포의 것보다도 훨씬 더 클 것이다. 우리는 그 큰 시장을 내버려 둘 수 없고, 가능하면 선점해야 한다. 그러한 막대한 국익과 결부된 로봇연구를 아무도 반대할 수 없다. 오히려 앞으로 인류에게 많은 도움을 줄 로봇을 개발하는 것은 신명나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에 관련된 윤리적 검증을 전처럼 적당히 넘겨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미래의 로봇 선진국으로서 윤리적 코스트를 충분히 고려하는 모범을 오히려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로봇연구와 윤리헌장의 제정에 관련하여 급한대로 우선 두 가지 고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트랜스휴머니즘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은 고통과 죽음 등 인간의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그 능력을 최대로 확장하기 위해서 이성과 과학과 테크놀로지를 총동원해서 발전시키고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F영상물에 등장하는 사이보그 또는 인간정신(brain uploading)과 로봇몸이 결합된 로보-사피엔스같은 신인류(포스트휴먼)의 출현을 인간진화의 다음단계로 당연시한다. 그러나 이것은 과학기술에 절대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복제인간보다도 더욱 큰 윤리적 문제를 담고 있다. 로봇연구와 윤리설정을 위한 로봇기술 발전단계 예상매트릭스와 로드맵에 이런 가공할 트랜스휴머니즘이 공공연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경악할 일이다. 오히려 로봇윤리헌장은 그러한 트랜스휴머니즘의 위험한 발상으로부터 로봇연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리라.

둘째, 앞으로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로봇은 인간의 창작물이다. 인간이 로봇을 만든 이상 그에 따른 모든 윤리적 책임은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있다. 로봇의 윤리는 로봇에게 맡겨야 한다는 식의 테크노 방임주의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시류에 편승하여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결국 논리적 자기기만이요 제조자로서의 직무유기이다. 또한 로봇개발은 적극적으로 하되 지나친 로봇낭만주의와 로봇열광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두 번 다시 이 땅에 과학열광주의적 악몽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로봇개발은 이제 냉엄한 현실의 문제이지 더 이상 SF판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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