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서 기도회가 정치적 프로파간다와 이념 선동의 불쏘시개로 작동하고 있는 세태를 우려한 한 신학자의 고발이 눈길을 끌고 있다.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신약학)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기도의 왜곡와 오염을 넘어'라는 제목의 글에서 "시절이 하수상하고 시대가 혼탁할수록 기도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각종 명분을 붙인 프로파간다성 기도회의 열의도 높아진다"며 "하여 기도는 많이, 뜨겁게 열심히 할수록 좋은 것이고, 개인과 집단의 문제 해결에 기도가 유일하고도 궁극적인 지름길이며 만병통치약이라는 식의 선동적 기도 신앙이 팽배해지곤 한다"고 운을 뗐다.
차 교수는 이어 "이런 단순 사고의 연장선상에서 우리 교회가 기도가 부족해 현금의 내란 사태가 촉발됐고 따라서 열심히 하나님께 매달리며 기도에 집중하기만 하면 혼란이 수습되고 태평성대가 도래하리란 환상이 증폭된다"고 했다.
차 교수는 그러나 "기도 과몰입은 정치 과몰입 이상으로 위험하고 불온하다. 기도에 대한 다양한 정의와 유형이 있지만 기독신앙인에게 규범이 되는 신약성서는 기도에 대해 무엇이라고 가르칠까"라고 반문하며 자신이 몇 년 전에 펴낸 저서 『마음의 빛을 부르는 기도』(대한기독교서회)를 소개했다.
차 교수는 "여기서 다양하고 풍성하게 제시된 기도 신학의 메시지 중 한 가지 찝어 오늘날 기도 행태와 인습에 비추어 강조하고 싶은 건, 기도는 분열하는 기도자 내면의 자아들 사이 대화이자 운명적 결단을 위한 싸움이고, 내면의 반지성과 무감각의 어둠을 몰아내는 자기 계몽과 성찰의 매개라는 점이다"라며 "오늘날 깡그리 무시되는 기도의 이런 신학적 특질은 예수와 바울의 기도 신학 속에 일관되게 공유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도 응답이란 말을 섣부르게 떠벌여선 안 된다. 기도회를 정치적 프로파간다와 이념적 선동의 불쏘시개로 오남용하려는 항간의 세태를 극복해야 한다"며 "열심과 반복적 강청이 마치 기도의 본질인 양 왜곡하는 기도물량주의, 현란한 기도의 수사로 영적 접신을 하여 무슨 권위있는 폼을 잡으려는 직통계시주의, 극장식 연기 연출을 방불케 하는 대중예배와 집회의 정치조종술적 대표기도와 통성기도 등이 얼마나 신약성서의 가르침과 동떨어진 황당무계한 기도의 타락인지 이 책은 조목조목 성찰하고 비판하며 신약성서의 기도신학의 정수를 제시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