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 원광대 교수(정치외교학)가 「기독교사상」 최근호에 실은 특집 기고글에서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할 것을 전망하며 "주한미군과 한미 군사동맹에 대한 의존과 종속에서 벗어나 균형괴교나 중립외교를 통패 평화통일과 경제번양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와 주한미군'이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이 교수는 주한미군과 군사동맹의 필요성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1953년 한미 상호 방위조약에 근거한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원래 목적은 미국과 한국의 안보 이익이다. 냉전 시대에 미국이 펼치는 대외정책의 핵심과 한국이 추진하는 국가정책의 근간이 반공이었기에, 미국은 아시아에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남한은 북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필요했다"며 "특히 남한은 1970년대까지 정치와 경제, 군사와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북한에 앞서 있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 제1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겸비한 미국의 도움이 절실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냉전 종식과 소련 붕괴 이후 미국과 남한의 국가 목표 또는 국가 이익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한미 군사동맹은 한국이 침략을 당하면 미국과 공동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한국이 미국의 전쟁에 연루될 위험성이 백번 천번 더 크다"며 "미국은 전쟁으로 나라를 세우고 영토를 확장했으며, 전쟁을 통해 초강대국이 되고 세계 패권을 유지해오는 등 전쟁으로 먹고살아 왔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만약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터진다면, 한국이 휘말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군의 세계 최대 해외기지가 평택에 있고, 중국 미사일을 감시하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사드, THAAD)가 성주에 있기 때문이다"라며 "남한이 북한의 침략을 저지해 이익을 얻을 가능성과 미국의 전쟁에 연루돼 피해를 겪을 가능성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클지 진지하게 따져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트럼프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중액과 관련해 한국의 준비와 자세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가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위협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10배 또는 100억 달러까지 증액하라고 압박할 때 오히려 미국이 방위비 전체를 내든지 아니면 철수하라고 큰소리칠 수는 없을까"라며 "미군이 1980년대까지는 북한의 남침에 대비하며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있었을지라도, 1990년대부터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해 주둔한다는 점을 이용하자는 말이다"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가 협상술로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할지라도, 그의 군사·외교 분야 측근들은 중국을 '가장 중요한 위험'(the most significant danger)으로 적시하며, 중국이 아시아에서 패권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중국을 저지하는 것'(countering China)이 외교 및 국방정책의 '최우선 순위'(the top priority)라고 강조하는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중립외교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이 교수는 "과거 한국은 경제력과 군사력, 기술력 등에서 고래에 둘러싸인 새우 같은 약소국이었다. 하지만 2020년대에 이르러서는 경제력 10-13위, 군사력 5-6위, 기술력과 문화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돌고래 같은 강국으로 성장했다. 국제관계에는 영원한 우방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으며 영원한 것은 국익밖에 없다는 진리를 새기며, 주한미군과 한미 군사동맹에 대한 의존과 종속에서 벗어나 균형외교나 중립외교를 통해 평화통일과 경제번영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한반도 전쟁을 끝내지 않고 북한을 주적으로 삼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사용에 대비하는 것보다, 한국전쟁을 끝내고 북한을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삼으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쏠 이유나 필요가 없도록 이끄는 발상의 전환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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