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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성서조선 2] 한 손에는 성서를 한 손에는 조선을

신앙은 현실 도피가 아니다

김교신은 교회보다 성서를 더 붙들었다. 그에게 성서를 읽는다는 것은 곧 "조선을 외면하지 않는 일"이었다. 1942년, 3월 「조와(弔蛙)」라는 글을 마지막으로 폐간되기까지 김교신과 그의 동료들은 성서와 조선의 간격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교회보다 성서를 강조했고 또 성서를 이야기하면서도 조선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균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칼 바르트가 그랬던가. 그리스도인들은 한 손에는 성서를 또 한 손에는 신문을 들어야 한다고. 해당 메시지의 김교신의 버전은 "한 손에는 성서를 한 손에는 조선을"이 아니었을까?

흔히 성서는 종교의 영역이라면 조선은 세속의 영역이라고 구분 짓기 쉽다. 하지만 김교신은 성과 속이 구별은 되어 있어도 분리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렇다고 대책없는 성속일여 사상을 설파하지도 않았다. 다만 조선이라는 삶의 맥락에서 나온 질문을 성서라는 텍스트를 통해 대답하고 삶의 현장에서 그 대답과 씨름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질문들을 또 성서적으로 응답하는, 이른바 해석학적 순환의 관계로 성서와 조선을 이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김교신에게 성서는 삶과 동떨어진 텍스트가 아니었다. 성서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책이었고, 그렇다면 성서를 읽는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아울러 그에게 신앙은 예배당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성서를 읽었다면 거리에서 벌어지는 일도 보아야 했고, 학교와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도 보아야 했으며, 가난한 사람과 고통받는 사람의 삶도 보아야 했다.

또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나라의 현실도 직시해야 했다. 그래서 '성서'와 '조선'은 서로 떨어질 수 없었다. 성서를 읽는다는 것은 조선을 외면하는 일이 아니었기에 성서를 읽었기 때문에라도 조선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김교신이 만난 시대

김교신이 살았던 시대는 평범하지 않았다. 1920년대와 1930년대 조선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 아래 있었다. 식민지 현실 속 사회 전체가 억압받고 있었고, 사람들의 삶은 정치와 경제, 교육과 문화의 영역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 시대에 신앙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결코 가벼운 질문이 아니었다.

당시 기독교인들에게도 여러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고 개인의 영혼 구원에만 집중한 사례가 많았다. 개인 구원에만 치중한 나머지 사회 현실 인식이 약화되었고 이는 신사참배, 창씨개명 등 지배체제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일제의 내선일체 사상에 협조적인 타협적 신앙인들이 양산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김교신은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그를 얘기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수식어가 바로 '무교회주의'다. 하지만 이 단어만으로 김교신을 단순하게 규정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 그가 부정하는 것은 교회 공동체 자체가 아니었다. 다만 교회 제도와 형식이 신앙의 본질을 대신하는 현실에 대해 저항한 것이었다.

그는 성서보다 교회가 앞서는 것을 경계했다. 따라서 교회의 전통보다 성서가 먼저였고, 사람의 권위보다 하나님의 말씀이 먼저였다. 그래서 그의 신앙에는 한 가지 일관된 방향이 있었다. 바로 "성서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텍스트로 된 성서를 삶의 자리에서 살아내기 위해 성서와 씨름하며 살았다.

'믿는 것'과 '사는 것'은 같은가

여기에서 김교신의 신앙이 오늘 우리에게 상당히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성서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이 질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성서대로 얼마나 살고 있는가. 성경 구절을 알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성서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설교를 많이 듣는다고 해서 반드시 복음대로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교회에 오래 다녔다고 해서 반드시 하나님을 더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김교신이 중요하게 보았던 것은 지식으로서의 성서만이 아니었다. 성서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하는 문제였다.

성서를 읽었다면 삶이 달라져야 마땅하다. 약자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야 하고. 돈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권력을 바라보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져야 했다. 성서가 삶을 바꾸지 못한다면, 성서 지식은 또 하나의 장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앙은 현실 도피가 아니었다

오늘날에도 신앙을 현실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는 정교분리 원칙을 핑계로 교회라는 공간 안에서만 통용되는 게토화된 복음을 생산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들은 교회에서는 신앙을 이야기하고, 세상에서는 다른 가치관으로 살아간다. 삶과 신앙의 불일치라는 모순을 끌어안고 사는 자가당착적 삶을 강요 받는다.

하지만 신앙은 현실 도피가 아니다. 현실 도피를 부추기는 신앙이라면 그런 거짓 신앙은 차라리 버리는 것이 낫다. 참된 신앙은 현실 도피가 아닌 현실을 직시하고 시대를 분별하는 예언자적 선포의 신앙에 가깝다. 한 손에는 성서를 한 손에는 조국을 생각하는 신앙이 참된 신앙인 것이다. 김교신의 버전으로 다시 읊자면 "한 손에는 성서를 한 손에는 대한민국을"쯤이 되지 않을까?

그런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아도 된다. 얼어 붙은 연못 위에 수많은 개구리들이 혹독한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지만 바닥에서 힘차게 뒷다리를 내뻗으며 생명력을 자랑하는 몇 마리의 개구리들은 살아 남았다. 성서를 통해 조국의 시대 현실을 직시하고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는 단 몇 사람이라도 살아 있는 한, 김교신의 말대로 전멸은 면한 것이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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