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인 4대 종단 여성 지도자들 ⓒ이지수 기자 |
아스팔트가 뜨겁게 달아오르던 21일 낮, 덕수궁 대한문 앞에 여성 성직자 1백여 명이 모여 앉았다.
4대 종단 여성 성직자들, 여성시민단체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로 임시 구성된 ‘용산!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해 나서는 여성들’은 이날 정오부터 1시까지 ‘용산문제 해결을 위한 여성 추모제’를 개최하고, 용산문제 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개신교에서는 기독여민회, 기장 여신도회 등 6개 단체가 참여했다. 기독여민회 김숙경 총무는 “4대 종단 여성성직자들이 이처럼 결집하기는 작년 봄 대운하 반대 집회 후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우리 안에 용산문제에 대한 공분의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집회는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사무처장이 진행했으며,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이미경 민주당 국회의원이 인사말 했다. 이미경 의원은 “약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 일에 여성 종교인들이 함께 해야 한다. 용기 주시는 여러 성직자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참사 유가족 김영덕씨가 나와 “남편은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망루에 올라갔다. 정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협하기 위해 망루에 올라갔다. 그럼에도 공권력은 남편을 처참히 죽였다”며 “여러분이 믿어주시면 우리는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기독여민회 정태효 회장이 추모발언 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
개신교 측에서는 기독여민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태효 목사가 대표발언 했다. 정 목사는 “정부는 유가족 보상처리 문제가 민사문제일 뿐 정부가 관여할 일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느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는데, 오늘 여성계는 뿔 났다. 끝까지 생명을 살리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천주교에서 나온 오영숙 수녀(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사회사목분과장)는 “고인들의 어머니들은 힘 내시라. 정부는 여러분이 스스로 포기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유가족을 격려했다.
대한문 앞에서의 집회는 성명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으며, 이후 집회 참가자 전원이 열을 맞춰 서울역까지 20여 분 동안 침묵행진 했다.
성명서는 ▲이명박 대통령, 서울시장, 경찰청장은 즉각 용산참사 유족들을 만나 사과하라 ▲희생자와 유가족의 피해를 보상하라 ▲제2의 용산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종 재개발 정책을 재검토하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 참가자는 성직자 포함 총 1백 50여 명이었으며, 전경들 2백 50여 명이 감시를 위해 주위를 둘러쌌다. 양측간 큰 충돌은 없었으나, 행진 전 전경들이 피켓을 모두 압수하는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