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사상 210집(2025 가울) 앞면
국내 신학계의 대표적인 연구 논문집 「신학사상」 210집(2025 가을)이 지난달 30일 출간됐다. 이번 연구집에는 '숨밭 김경재의 한국신학'을 주제로 한 세 편의 특별논문이 실려 눈길을 끌었다.
먼저 전철 한신대 교수(전 한신대 신대원장)는 숨밭 김경재의 성령 이해를 살펴봤다. 숨밭이 지난 1997년 진행한 '성령론' 강의와 저술 등을 토대로 전개한 이번 논문에서 전철 교수는 숨밭의 성령론에 대해 "전통적 삼위일체론의 구도 속에서 경험, 상호내주(perichoresis), 종말론적 생명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신학적 사유를 전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숨밭은) 슐라이어마허의 신학적 내재주의와 바르트의 계시 중심 신학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경험을 단순히 주관적 사건이 아니라 공동체적·우주적 차원에서 재해석한다"고 했으며 "특히 필리오케 논쟁, 성령의 교회적 유폐, 그리스도 중심주의의 한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성령의 자유로운 활동과 우주적 현존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전철 교수는 "몰트만의 종말론적 성령 이해를 비판적으로 계승하여, 성령을 새로운 생명의 창발(emergence)과 해방의 원리로 파악한다"며 "숨밭의 성령론은 성령을 교회의 제도적 범주 안에 가두지 않고, 역사와 자연, 공동체와 개인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창조하는 하나님의 현존 사건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전철 교수는 "이러한 논의는 한국적 맥락에서 영성, 생명, 경험을 신학적으로 사유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며, 성령론이 단순한 교의적 체계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의 고유한 문화적 차원으로 풍성하게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그의 연구 의의를 소개했다.
이상철 목사(전 크리스천아카데미 원장, 한백교회 담임)는 '숨밭 김경재의 '대승적 민중신학''이란 주제의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그는 초록에서 "본 논문은 숨밭 김경재가 말년에 던진 '대승적 민중신학'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이다"라며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상과 담을 쌓고 폐쇄된 종교로 전락한 한국 개신교를 향해 '대승적 그리스도교'를 주장하면서 열린 종교로의 전환을 촉구하였다는 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이어 "김경재는 한국신학의 지형에서 민중신학이 아닌 문화신학자로 분류된다. 세계에 내세울만한 가장 한국적인 신학이 민중신학이라고 할 때 이는 한국이라는 독특한 정치적, 역사적 상황속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며 "그렇다면 민중신학은 대표적인 한국의 문화신학이라 할 만하다. 이런 시각에서 바라볼 때 문화신학자 김경재의 민중신학을 향한 비평은 민중신학 내부에서 제기되는 그것보다는 보다 큰 틀에서의 메타비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겠다"며 연구 의의를 밝혔다.
이 목사는 특히 이 논문에서 문화신학과 민중신학은 범주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경재는 문화신학과 민중신학이 서로 다른 신학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한국적 상황과 문화속에서 나온 쌍생아이고 서로 간 길항적 작용을 하는 관계라 주장한다"며 "이러한 해석학적 순환과 융합을 통해 숨밭은 민중신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였다. 그것의 결과로 등장한 것이 김경재의 '대승적 민중신학' 발언인데 본론의 후반부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 질 것이다"고 했다.
신학사상 210집(2025 가울) 뒷면
마지막으로 이민애 박사(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전문연구원)는 숨밭 김경재의 폴 틸리히 신론 해석을 동아시아 그리스도인의 맥락에서 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초록에서 이번 연구 논문에 대해 "숨밭 김경재가 폴 틸리히의 신론을 수용하고 해석하는 과정과 내용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김경재는 틸리히 신론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대화하고 응답하며 해석한다"며 "해석의 과정은 김경재 안의 두 정체성에 따라 수행된다. 하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이고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 한국의 전통 안에 있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이다"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틸리히의 신관은 그 철학적이고 존재론적인 형식과 내용으로 인하여 성서의 하나님과 합치가 되는가 라는 논쟁점을 가지고 있는데, 김경재는 틸리히의 신관을 성서의 맥락에서 수용했다.
이 박사는 특히 "그는(숨밭은) '존재 자체' (being-itself)를 성서 본문과 연결짓는 시도를 한다. 한편으로 김경재는 동양의 한국인이자 그리스도인으로서 동양 사상 안에서 '존재 자체'에 상응하는 개념 찾기를 시도한다"며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근거이자 힘이 되는 존재 자체와 그 개념이 비기독교 문화권에서도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김경재는 동양의 도(道) 사상을 '존재 자체'와 잇기를 시도한다"며 "김경재는 틸리히 신론 해석의 작업을 통하여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동양 사상 사이의 공명 지점을 예리한 통찰로 짚어내나, 환원시키거나 혼합하지는 않는다. 그는 성서와 동양 사상 사이의 차이점을 분명하게 진술한다"고 이 박사는 덧붙였다.









